인공지능(AI)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 전략 기술의 해외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최근 5년간 2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해야 할지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최근 독일에서 온 한 교수와 오찬을 하면서 1026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산업용 로봇 제조사 쿠카(KUKA)를 인수했던
사건을 화제로 삼은 적이 있다.
그는 독일의 핵심 로봇 기술과 노하우가 외국인 투자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대표적 사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안보 심사를 보다 빨리, 강력하게 도입했어야 했다는 평가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안보심사는 특정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 공공질서, 핵심 기술 유출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특히 기술 유출이 합작법인(JV), 소수 지분 투자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이 심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핵심기술 유출 위험이 있는 중국발 투자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강화해 왔다.
우리나라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보다 엄격한 FDI 심사가 요구된다.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해외로 윷룾된 국내 산업기술은 110건(23조2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안보 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역시 세계적인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강화 추세에 맞추되 투명성.예측 가능성 등 주요 원칙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美.EU.日은 기술.데이터 투자도 안보심사...韓은 방위.무역 등에 한정
국부유출 막을 제도정비 시급
5년간 국내 기술유출 피해 23조원
합작법인.지분 투자 등 악용 늘어
외국인투자 규제 강화 세계적 추세
한, 공급망.광물 등 투자문턱 높이고
소수 지분투자.그린필드도 심사를
외국인 투자 규제 강화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ARMMA)을 제정해 재무부와 상무부 등
16개 부처 대표로 구성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기술.데이터.인프라(TID) 산업에 대한 비지배적 투자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미.EU 등 그린필드 투자도 안보심사 포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미국 우선 투자 정책' 각서를 통해 CFIUS의 권한을 더 넓혔다.
그린필드 투자(부지 확보 후 공장.사업장을 설치하는 투자 방식)도 안보심사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독일 산업용 로봇 기업인 쿠카(KUKA) 인수 사건을 계기로 심사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기 시작해서다.
EU는 2019년 '외국인투자심사규정'을 채택해 역내 차원의 협력적 심사 체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경제안보 전략을 발표하며 외국인투자 안보 심사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명시했다.
2024년에는 모든 회원국에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제도를 의무화하고, 심사 범위와 절차의 조화를 권고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이를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사전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20919년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을 개정해 방위.전략기술.중요 인프라 등 '핵심업종'을 지정했다.
지난해 에는 악의적 사이버 호라동, 민감 정보 접근, 제3국 우회 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특정 외국인 투자자'로 분류해
별도로 규제하고 있다.
더블어 일본 정부는 미국의 CFIUS를 참고한 부처 활동 심사기구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린필드 규제없는 韓, 우회 수출기지 우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좀 더 빠르게 쫓아갈 필요가 있다.
현재 외국인투자 안보 심사의 대상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 우리나라 안보 심사 대상은 '방위산업체'와 '대외무역법', '국가정보보원법' 등 6개 법령상 분야에 한정돼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방위.전략물자뿐만 아니라핵심 데이터 등까지 포괄적으로 심사 대상을 정하고, 상당수 분야에 대해
의무적인 사전 심사를 진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데이터, 공급망, 핵심 광물 등으로 심의 대상을 호가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이유다.
안보 심사 기준도 낮춰 심사 대상 범위를 넓혀애 한다.
현재 한국에선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소유해 경영권을 확보한 경우에만 심사 대상이 된다.,
실질적 경영권을 판단하는 기중을 지분 과반으로 한정한 것이다.
주요국이 소수지분 취득만으로는도 안보 심사의 대상을 선정하는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미국은 1%미만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EU와 일본 역시 각각 10~25%, 1% 수준의 지분을 소유해도 안보심사 대상이 도니다.
그린필드 푸자도 심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외국인의 지분 취득을 전제로 한 인수합병(M&A) 방식의 투자만 대상으로 삼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
현제 외국 기업이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시설을 구축하는 그린필드 투자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재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그린필드 투자를 규제 대상르호 분류하고 있고
미국과 EU가 그린필드 투자 규제 입장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중국도 2021년 1월부터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국가안보 심사를 의무화했다.
그린필드 투자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외국 기업이 이를 활용해 한국을 우회 수출 기지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미국 등으로부터 무역 규제 등 통상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그린필드 투자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아울러 안보 심사의 우회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간접 지배 투자 역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이미 보유한 한국법인(자회사)을 통한해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통해
국내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안보 심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입법부의 신속한 논의와 처리가 필요하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리=박원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