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미래통신 |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IT는 어디로 가나. 그 기술과 업계의 판도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롭게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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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를 했으며 미국 남가주 대학(USC)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현재는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자 IT융합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4의 불>로 매일경제신문에서 수여하는 2010년 정진기 언론문화 장려상을 받았으며,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통섭적 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28년 경력의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의대를 나와 IT 전문가로 활동하는 지은이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조그만 창고에서 시작해 천하를 쟁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글로벌 IT 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서 '거의 모든 IT의 역사' 를 쓰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는 물론 조그만 IT 기업에서 강연할 때에도 이런 주문을 빼놓지 않는다.
파워블로그 '하이컨셉&하이터치health20.kr'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국내 여러 기업과 정부 기관 등에서 미래 트렌드와 전략자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전자신문」,「미래칼럼」과「시사IN」,「IT 칼럼」,「중앙SUNDAY」,「OPINION」등 다양한 대중매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웹서비스」,「제4의 불」,「아이패드 혁명」등이 있다.
정지훈의 미래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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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라는 최첨단 이미지와는 달리, 그곳의 주역인 젊은 기업가들은 허름한 아파트에서 전화모뎀을 사용하는 불편한 생활을 자처한다. 이들은 남들 앞에 과시하는 물건 따위보다는 많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기부하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부’를 쌓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은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눈을 의식하는 공허한 행복의 잣대를 포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가 꽃을 피우면서, 행복의 잣대가 상당 부분 ‘부’로 옮겨졌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많은 기사가 ‘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사회적 이슈에서 경제가 제일 중요하며, 짧은 기간에 엄청난 재산을 쌓은 사업가가 스타처럼 주목받는다. 재벌가 사람들은 일거수일투족을 주목 받는다.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 곧 행복한 삶이고, 삶의 가치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이들도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만 적어 넣고, 부모들도 대부분 ‘부’라는 단일한 잣대로 아이들의 진로나 장래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이것이 옳은 판단일까?
돈에 집착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줄어든다
최근 벨기에 대학의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면, 부유해지면 많은 것을 살 기회가 생기지만, 소유물을 즐기는 능력은 잃게 된다고 한다. 이 팀의 첫 번째 연구는 벨기에 리게 대학(University of Liège)의 교직원들이 대상이었는데, 부를 축적한 직원들이 자기 생활에서는 긍정적인 경험(positive experience)을 느끼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더해 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엄청난 양의 유로 지폐가 쌓여있는 그림을 보여줌) 긍정적인 경험을 누리는 능력이 떨어졌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16~59세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초콜릿을 맛보는 것을 미끼로 한 실험이었는데, 초콜릿을 맛보기 전에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응답자 절반의 설문지에는 중간에 캐나다 지폐의 사진이 삽입되었고, 나머지 설문지에는 질문만 들어있었다. 설문지와는 상관없는 사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폐를 흘깃 쳐다보는 정도로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폐 사진이 삽입된 설문지를 작성한 그룹에서는 놀랍게도 초콜릿을 맛보는 시간도 적고, 만족도도 훨씬 낮았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부유함이 실제로 많은 것을 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향유하는 능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방식은 누구나 다르다. 어떤 이는 최고급 와인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지만, 친구와 가까운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고, 비가 온 뒤에 햇빛이 비치는 것을 보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과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의 답을 제시하려고 했던 유명한 사람이 바로 부탄의 지그미 케사 남젤 왕추크 왕이다. 1972년에 왕좌에 올랐을 때, 왕추크 왕의 나이는 17세였다. 그는 왕정 초기에 인도를 여행하던 중에 한 인도 기자로부터 부탄의 GDP가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왜 국내총생산에 주목하는가? 그보다는 국가의 총체적 행복에 관심을 두면 어떻겠는가?”라고 되물었고, 그 이후 약 30여 년의 통치기간 동안 부탄의 행복을 측정하고 경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 부탄이 무혈, 무소요로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변화한 것 또한 그 노력의 성과였다. 그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라는 국가의 새로운 목표를 주창했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마음부자들
실리콘밸리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미 이런 가치관과 철학에 맞추어 생활하고 있다. 일부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소위 뜨는 젊은 스타 기업인들은 전통적인 사람들의 성공방정식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은 스포츠카와 요트, 그리고 화려한 집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부와 성공을 외부에 과시하고는 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자신들의 성공과 부에 대해서 사회적 이유와 실리콘밸리 특유의 스타트업 환경의 공으로 돌리고, 이런 사회적인 변화에 일조하는 것이 진정한 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크 주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했던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는 세계에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이다.(<포브스> 발표) 그는 아마도 자신이 원한다면 어떤 멋진 집이라도 살 수 있겠지만,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허름한 콘도에서 살고 있다. 새로 시작한 회사인 아사나(Asana)에 출근할 때도 유일한 자가용인 폭스바겐R32 해치백을 차고에 내버려두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리고 이미 많은 돈을 자선재단에 기부했고, 마크 주커버그와 함께 평생 쌓게 될 부를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모스코비츠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물질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비싼 물건들을 소유하고,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데, 그런 것들이 저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마크 주커버그도 모스코비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최근까지도 매우 작은 아파트에서 매트리스 한 장을 깔고 살았고, 심지어는 집에 초고속 통신망도 연결되지 않아서 전화접속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평범한 아큐라(Acura)를 타고 다니며, 이미 여러 차례 뉴저지 주의 공립학교를 돕기 위해 수천억 원을 기부했고,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부의 과시보다 사회적 가치를 찾는 기업가
이런 행동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뿐만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많은 젊은 기업가들 상당수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지위를 찾는 것이다. 그들은 좋은 물건이나 눈에 보이는 부의 상징들, 훌륭한 몸과 같이 물질적인 부를 기준으로 지위를 결정하는 것들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투자자들이 투자하거나,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욱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해커들이 가지고 있는 해커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데, 해커들은 자신들의 외모나 옷 따위에 관심이 없다. 집을 어떻게 치장할 것이며, 남들이 우러러볼 정도의 미인들과 사귀는 것 역시 관심 밖이다. 그들은 과거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정말 어이없는 곳에 돈을 쓰곤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사람의 성취를 그들이 쌓아올린 것으로 평가하지, 그들이 사들인 것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고민의 대상은 어떻게 자유를 누리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쌓을 것인지에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있기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기회를 잡는다. 서로 나누고, 그 가치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가 만연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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