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이버 감독입니다.
11번째 이야기 입니다.
이번에는 꽤 많은 시합들을 소개시켜드리게 될 것 같네요.
그 이유는..
아래 내용을 읽어 보시다 보면 아실거라능.. 핫핫..
어쨌든 지난번 '어둠의 그림자'가 어둠 상태로 넘어가는 상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에도 두명의 선수를 소개시켜 드립니다.
백넘버 6번, 7번의 선수들이 그 대상이 되겠지요?
먼저, 백넘버 6번의 Dion Dickhoff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멀티 플레이어입니다. 야구에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하지요.
점프력 팀내 최강. 수비위치 선정과 태클 능력이 아주 좋습니다.
헤딩은 좀 약한 편이고 크로스와 패싱 능력도 기본은 찍어주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멘탈은 썩 좋아 보이지 않지요.
집중력과 판단력이 수비를 주로 보게 되는 선수 치고는 부족해 보입니다.
경기 시작전 항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선수로 등장합니다.
주전으로 쓰기에는 뭔가 부족한듯 하지만, 아직 22세라는 젊은 나이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연봉이 900만원이라는 것도 멋지죠. 백업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빨리 성장해라 얘야.
현재 평가는 2부 리그에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평가지만, 잠재력 부분은 2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될 거라는군요.
국적은 네덜란드 / 수리남 입니다. 수리남 태생입죠.
다음 선수는 백넘버 7번 Rik Schouw 입니다.

모처럼 등장하는 얼굴 있는 선수입죠. 네덜란드 출신의 영건!
17살이라는 어린 나이 치고, 꽤 괜찮은 멘탈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딩이 좀 안습이라는 점. 그리고 판단력이 좀 부족한 점을 빼면, 크로스와 패싱 능력이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써의 활용도가 높은 선수입니다.
피지컬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여지구요.
잠재력은 라리가에서 뛸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괜찮은 클럽들 유스팀의 몸값 낮은 유스들, 그 중에서 영입 제의 버튼이 붙어있는 선수, 그리고 얼굴 있는 선수 위주로 클릭해서 이적에 관심이 있는지 노가다 해서 건진 선수죠. 아마 500명 이상 클릭질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약스 유스에서 600만원에 업어왔습니다. 거의 공짜 영입이죠. 왜 이런 선수를 아약스가 싸게 팔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처음에는 능력치가 가려져 있기 때문에 나중에 크겠지 하는 마음으로 영입했는데, 지금은 당당히 클럽의 중심 선수입니다.
부상 없이 클럽과 함께 쑥쑥 자라서 라리가까지 승격하는데 도와줘. 응?
시.. 싫다고? 쿨럭.
7번 하면 생각나는 선수들이 꽤 많지요.
그 팀의 가장 창조적인 플레이를해 주는 선수, 그리고 그 팀의 중심이 되는 빛나는 선수.
예를 들어 보면, 맨유의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 밀란의 파투, 인테르의 피구(왠지 축구만이 아니라 피구도 잘할듯), 발렌시아의 비야 등등등. (파투가 7번인지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요)
이 선수들의 기를 받아 이 녀석도 우리 클럽의 레전드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시..싫냐? 쿨럭.
그럼, 11회 이야기 시작됩니다.
==========================================================
돌이켜 보면, 시즌 초반 순항중에 아주 힘든 어둠의 시기 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찰스가 쓰러진 것은 9월 7일 이후 단 한 주도 부상 선수 없이 넘어간 적이 없었다.
9월 12일 세자르 훈련중 피로골절 1주
9월 13일 페레즈 경기중 다리 찰과상 3주
9월 16일 제이슨 훈련중 피로골절 2주
9월 21일 디온 경기중 갈비뼈 부상으로 2주
9월 24일 디에고 경기중 무릎 인대 부상으로 2개월
9월 27일 줄리엔 훈련중 공을 향해 태클 후 발 부상 2개월
9월 28일 오렐리앙 경기중 갈비뼈 부상 2주
9월 30일 카마라 훈련중 다리 찰과상으로 한달
10월 8일 세자르 경기중 대퇴부 타박상 2주
10월 12일 미카엘 경기중 얼굴 부상 2주
같은날 파블로 로페즈 머리 타박상 2주
16명 로스터가 안나온 경기도 두번인가 있었다.
등록된 선수가 22명 밖에 안되다 보니, 7명 누워 있으면 로스터가 한명 비게 된다.
다행인 것은, 멀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기는 굴러갔다는것.
대신, 후반이 되면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면서 끌려가는 경기가 이어졌던 것이다.
9월 24일 경기를 마치고 28일 경기를 앞두며, 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28일,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그 시점을 기점으로 팀이 다시 안정을 찾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게 될 것 같다.
어쨌든 급한 다음 경기는 9월 13일 바야돌리드에서 바야돌리드 B팀과의 원정 경기다.
그 경기를 대비할 겸 해서 스탭진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회의 당일인 9월 10일.
회사에 다니면서 그동안 게을리 했던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한지 이제 막 10일째가 되었다.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최근 일곱달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격무에 시달렸더니
운동장을 몇바퀴 가볍게 돌아주고, 스트레칭.
10년동안 게을리 했던 운동이라 이 정도만 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좀 더 충실한 운동으로 살을 좀 더 빼고 애들이랑 같이 뛰어봐야겠다.
내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애들도 좀 있으니, 자극을 받겠지. 감독보다 못뛰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후, 은행에 들르러 갔다.
아직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서다.
급료는 유로로 받는데, 연 단위로 따지면 2만 8천 유로 정도 된다.
4천 유로는 내 생활비로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2만 4천 유로를 2천 유로씩 매월 송금하고 있다.
한국 원화의 가치 폭락으로 거의 1유로당 2500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러면 내가 송금하는 금액은 거의 5백만원 정도 되는데, 가계에 보탬이 꽤 될 듯 하다.
이곳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같은 경우엔 물가가 싼 편이라 한달 생활비로 300 유로 정도로 생활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좋은 집은 아니지만 구단에서 주택을 임대해 줘서 더 많은 절약이 가능했다.
다음 시즌 정도 되면, 가족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사람 회사 생활이 문제다.
애들은 어렸을 때 부터 나와 스페인어를 가볍게 공부해 둔 상태라, 어떻게든 적응이 가능하겠지만. 걱정이 좀 된다.
조만간 중요한 일정이 없는 시점에 1~2주 정도 휴가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아침 10시. 스탭진의 미팅이 있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스카웃 따로, 코치진 따로, 팀닥터 따로 미팅을 가졌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각자 따로 놀 뿐이다. 그리고 나의 시간도 낭비하게 된다.
나는 좀 더 인테그레이션 된 스탭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코치진의 팀 전력 분석에 맞춰서 스카웃 대상을 찾아와야 할 것이고,
팀닥터가 제공하는 선수들 컨디션에 맞춰 코치진이 전력 분석을 해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이름만 있었던 기술고문의 참석도 요청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술고문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었다.
이름은 Antonio Alvarez. 안토니오 알바레즈 라고 읽는건가.
기술고문을 알바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이름에서도 팍팍 풍기는데?
이 클럽에 들어온 이후,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스탭진 내부에서만 바라보는 시각 이외에 또 다른 참신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팀 전력이 어떤지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구단주 말고 사장도 있었네. 이 사람은 누구지? 관심 없다. 앞으로 얘기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첫번째 월간 미팅이 시작되었다.
먼저 코치진.
"레비. 선수들의 훈련 성과를 보고해 줘."
"별다른 특징은 없고, 골키퍼 모레노가 슬슬 하향세로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이번 시즌은 버텨줄 줄 알았건만."
"나이가 있다 보니 (42세) 체력의 하향세가 빠른 것 같네요."
"좀 더 버틸 수 있게 체력 훈련에 신경을 더 써 주자."
"그래야겠습니다. 그리고, 모레노와 알레시오의 체력과 전술 수행능력이 향상된게 눈에 띕니다."
"오케이."
"아, 또 하나, 디에고가 훈련에 뭔가 의욕이 없습니다. 면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바로 면담을 해 보자구. 사무실에 들르라고 얘기해줘."
"네."
"또 다른 내용은?"
"9월 30일 쯤에 전술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감독님이 참석하셔서 원하시는 바를 정확하게 얘기해 주시면 좋겠네요."
"일정 확인해 보고 시간이 맞으면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다음은 스카우트.
"스카웃 보고서는 특별한게 없나요?"
"괜찮은 FA선수들이 많습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음, 다음부터는 월간 미팅을 하기 전 1주일 전에 보고서를 마감해서 보내 주세요. 지금 주시면 검토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다음 미팅때는 스카웃 보고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검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팀 닥터의 차례.
"유코씨. 선수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유코.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팀 닥터다.
꽤나 능숙한 치료 솜씨를 보여주고 있고, 나름대로 축구에 대한 관심도 많다.
나이도 젊고, 귀여운 외모를 자랑하는 일본계 스페인 사람인데, 어린 선수들은 살짝만 상처가 나도 빨간약 발라달라고 달려가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설마.. 동기부여 20?)
어린 남자애들이란... 쯧쯧.. 아마도 양호선생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하지만 까부는 어린 녀석들에게는 귓방망이 한대를 날려준다는 얘기도 있다.
(이.. 이건 기강 20??)
아. 얘기가 샛길로 빠졌다.. 안되지 안돼.
"찰스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별한 문제 없습니다. 다만 몇몇 선수가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누구 누구인가요?"
"세자르와 줄리엔 입니다. 세자르는 발이, 줄리엔은 무릎이 좀 안좋은 것 같네요."
"그러면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한가요?"
"일주일 정도면 다들 완쾌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유코씨. 자, 코치친들, 이번달 계획에서 그 친구들은 좀 쉴 수 있게 해 보자구. 1주일 정도는."
마지막 기술고문의 조언.
"안토니오님.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언을 특별히 드릴 것은 없습니다. 여태까지 구단이 이렇게 괜찮은 성과를 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현재 전력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기술고문 안토니오가 잠시 망설이다가 얘기를 꺼냈다.
"현재 원톱을 쓰고 있는데, 공격수 자원 부족으로 그러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 생각으로는 투톱을 고려해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이 몇명 있기 때문에, 그들을 충분히 백업으로 사용 가능할 것 같거든요."
"으음. 좋은 의견이십니다. 최근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저도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두고 보고 원톱 전술이 한계라고 생각할 때, 투톱 전술로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박 감독님. 조언은 조언일 뿐입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감독님이 결정하신 바 대로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치진들과는 이미 충분히 상의를 하여 결정 내린 부분에 대한 조언을 요청해 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볼 점유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약간 느린 템포로 게임을 풀어 나가고 있었는데, 한게임 두게임 더 진행이 될 수록 조금씩 빠른 템포의 경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의견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팬들은 더 좋아하겠지요. 빠른 축구는 매력적입니다. 다만 우리 팀 선수들이 그 템포에 맞게 실수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겠지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이제 마무리다.
"선수들에게만 팀웍이 있는게 아닙니다. 우리들도 팀웍이 있습니다. 몸으로 힘들게 뛰는 선수들 보다, 아무래도 책상 앞에 앉아서 편하게 일하는 우리가 팀웍이 더 좋아야 선수들에게도 힘이 될 겁니다. 오늘 미팅에 대해서 특별히 더 하실 말씀이나 의견 있으신가요?"
레비가 말했다.
"이런 미팅 방식, 나름 신선한데요?"
훗. 귀여운 발언을 하고 있군.
"팀닥터도 이런 자리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다음 미팅에는 좀 더 준비를 많이 해와야겠어요."
약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유코가 말했다.
"스카웃 타겟을 좀 더 포커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처음으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되어 기분이 삼삼합니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다.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미팅.
물론 의견이 항상 옳을 수는 없겠지만, 여러 사람들에 의해 걸러지게 되니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겠지.
다음번 미팅에서는 슬쩍 뒤로 빠져서 어떻게 진행하나 지켜봐야겠다.
"알겠습니다. 오늘 미팅은 이것으로 종료하겠습니다."
미팅이 그렇게 종료되었다.
스카웃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 디에고. 어서와. 자리에 앉지."
사무실에 처음와본 듯 두리번 거리는 디에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사무실이네요."
"천막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뭐."
"하하하. 그런데 면담을 하자고 하셨다면서요?"
"음. 요즘 의욕이 없어 보인다고 하던데?"
역시 이럴 땐 직접 핵심 찌르기가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으음.. 네에.."
"뭐 때문에 고민하는거야? 시원하게 말해 봐."
"알겠습니다. 얘기 하죠. 풀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래. 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다른게 아니라, 저희 팀에서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게 너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군."
"저 뿐만이 아니라, 얼마전에 입단한 A라몬 그녀석도 불만이 있습니다."
흠. 우리 팀의 유일한 국대 라몬까지??
"음. 그랬군. 알려줘서 고마와."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은 즉시 전력으로 쓰려고 뽑으셨을텐데요. 저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이 팀에 온겁니다."
뭐? 우리 팀이 아니라, 이 팀이라고?
디에고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몇몇 선수들에게만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자주 출전시켜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게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
불만을 얘기할 때는 A라몬을 함께 넣더니, 요구사항에는 자기만 집어 넣는군.
전형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지난번에 레비에게 부탁했던 훈련 성과에 대한 보고서가 생각났다. (8화 참조. 핫핫 이런식으로 판촉 활동을 핫핫)
훈련량이 많아서 불만인 선수들 중 하나였던 디에고.
우리 팀이라 부르지 않는 것을 보니, 팀 안에 아직 융합도 덜 되었고.
이기적인데다가 프로정신 부족.
그의 말을 한마디 한마디 들을 때 마다 내 표정이 굳어갔다.
아마 디에고 녀석 역시 내 표정을 눈치챘겠지.
"이봐. 디에고."
"네."
"난 모든 선수들에 대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알고 있겠지?"
"...."
"물론 내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벌써 이 팀을 맡은지도 8개월째로 접어들어가고 있어. 이젠 수습 감독이 아니라는 거지."
"........"
"자네의 훈련 보고서도 익히 잘 받아 보고 있다네. 팀에서 정한 훈련량은, 내가 생각하는 데드라인이야. 그 정도의 양은 반드시 해 내야 한다고 생각하네. 우리 클럽이 일류 클럽 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식사, 트레이닝, 생활 습관 등을 모두 관리해 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은 상황이야. 그런데 자네는 그 훈련량이 너무 많다고 훈련을 건너뛰거나 소흘히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네. 그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지."
"하지만, 훈련이 너무 빡빡했다구요."
"그런 것을 관리할 수 있어야 프로라고 하는거야. 빡빡하면 한 시간 먼저 와서 미리 훈련량을 채워 두던가, 아니면 저녁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숙면을 취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 거라구. 우리 클럽은 아직 프로 클럽은 아니지만, 곧 프로 클럽이 될 거야. 그리고 라인업은 당연히 프로 선수로서의 자질을 갖춘 선수들로 채워나가는거다. 내가 자네를 잘못 본 것 같구만."
점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 지는 디에고.
"한 클럽과 계약을 맺었다면, 그 클럽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프로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정말 최선을 다 했는지."
"....."
"그래도 한 가지는 프로다웠다고 생각하네."
"네?"
"섣불리 미디어를 등에 업고 언론플레이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게 기특하다는 생각이야."
아차 싶은 표정이 디에고의 얼굴에서 지나갔다.
했어야 하는데 못했네 라는 표정.
그래. 미처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지 못했을 뿐인건가?
이럴때는 정말 크루시아투스 주문을 걸고 싶다. '크루시오!'
일단 씹어버렸으니, 슬슬 달래줄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 팀에 라이트백 자원이 많은 편이란 것은 알지?"
"네. 저와 스테판, 파블로 로페즈, 마크 놀란 등이 있지요."
"마크는 현재 레프트백 훈련 중이야. 파블로는 홀딩 훈련 중이고. 그렇다면 스테판과 자네 정도만 라이트백인거지."
"그렇군요."
"좀 마음에 여유가 생겼나? 현재 스테판이 그 자리에서 잘 해주고 있어. 하지만 매 경기 투입하기에는 힘들겠지? 몇번의 기회를 더 줄거야. 그런 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란 것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고민거리가 있는 것을 직접 들고 온 용기는 훌륭했어. 언제든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라구. 속으로만 끙끙 앓거나 주변 사람들과 불만을 나누며 증폭시키지 말고 말야."
"그럴께요."
"아. 그리고 언론플레이 했다면, 최소한 1주일 급료 정지였을거야. 난 그런것 참지 못한다고."
"그.. 그럴 마음은 없었습니다."
"좀 마음이 풀렸나 이제?"
"100%는 아니지만 7~80%는 풀렸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됐어. 다음에는 불만 게이지 만땅 되기 전에 오길 바래."
약간은 불만이 남아있는 표정으로 디에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흠. 그래도 약속 했으니, 기회는 줘야겠지. 하지만 당장 주면 체면이 안 서잖아.
9월 24일 데포르티보 "B" 경기쯤에 내보내야겠다.
왼쪽 윙 공격이 그렇게 강한 팀이 아닌 것으로 보이니까.
9월 13일 바야돌리드 B와의 바야돌리드 원정 경기를 하루 앞둔 날.
팀 닥터 유코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아,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길게 말씀 드릴 건 아닌데요."
"무슨 용건이신지..?"
"세자르 선수가 훈련중에 부상을 입었네요."
"네?"
"전에 월간 미팅에서 말씀드리긴 했었죠. 발이 좀 안좋은 것 같다구요.."
그래. 기억 난다. 분명히 코치진에게 쉴 수 있게 조치하라고 지시한 기억도 있다.
"훈련에 참가했었나요?"
"네."
"무슨 훈련이었죠?"
"피지컬 훈련이었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럼 전 이만."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남기며 유코가 사무실을 나갔다.
음? 구두를 안 신는 사람인데..?
뭐. 어쨌든..
피트니스 코치를 교체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다. 내 지시가 씹힌거다.
"자. 이제 출발 하자구."
훈련이 종료된 후 구단 버스에 선수단과 함께 탑승했다.
비용 문제 때문에, 로스터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은 데리고 이동할 수 없다.
경기하는 모습을 관중석에서라도 지켜 보면 많은 도움이 되련만.
바야돌리드는 마드리드의 북서쪽에 있는 인구 30만 정도의 도시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경기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고, 원정 경기니 만큼 부담 없이 경기해라."
시작한지 6분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왼쪽 측면으로 찔러준 볼을 발빠른 제이슨이 수비수 한명을 벗겨내고 왼쪽 엔드라인에서 크로스 했다.
수비수의 발에 맞고 굴절되는 볼을 릭이 골키퍼 앞에서 잘라먹기 헤딩슛으로 득점한 것이다.
이 골은 결국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되었다.

흠. 이렇게 보면 꽤 괜찮은 결과인듯 싶지만,

전혀 아니었다. 실은.
딱 하나의 유효 슈팅이 있었는데, 그게 골로 연결된 것 뿐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원정 경기에서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100%의 태클 성공이 보여주듯, 상대에게 완벽한 기회를 주지 않은 수비진의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기 MVP는 우리 중앙 수비수인 알레시오에게 돌아갔다.
다음 경기는 9월 21일 홈 경기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 S.D. 폰페라디나.
지난번에 연습경기를 가졌던 적이 있는. 그 팀.
세자르도 부상을 털고 복귀했다.
이번에는 홈경기라 그랬는지, 편한 승부였다.
전반전에 득점을 해 줬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길까봐 걱정은 좀 됐지만. 관중도 700명이 넘게 들어왔다.
후반이 시작하고 15분 지난 시점에서 왼쪽으로 넘어간 볼을 이번에도 발빠른 제이슨이 수비진을 돌파해 1대 1 찬스를 만들었다.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의 선방.
튀어나오는 볼이 돌진하던 A라몬 녀석에게 걸렸다. 노마크 찬스. 득점!

경기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시종일관 리드했던 경기였다. 4연승.
완벽한 득점기회 3차례 중에 1골 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점은, 보완해야 하는 부분일테지.
이날, 디온 딕호프는 경기중에 상대 선수와 충돌해서 충격을 받아 전반 30분 만에 교체되었고, 유코의 말에 의하면 2주간 출장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경기는 3일 후, 데포르티보 B와의 원정 경기다.
위치가 가까운 편이라 이동 거리가 짧다.
약간 피로해 보이는 선수들.
박카스 먹고 힘내면 안되겠니?
9월 24일. 데포르티보 B와의 경기.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았다.
"디에고. 오늘 선발로 나간다. 맘에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플레이 해."
"알겠습니다."
"레비, 세자르는 후반에 들어간다. 어제 경기를 보니 컨디션 조절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전체적인 경기가 루즈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전반이 끝나갈 무렵, 왼쪽으로 볼이 크게 넘어간 상황.
디에고가 오른쪽 측면을 오버래핑해 달려가다가 혼자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엇. 저거.. 저거.."
마치 예전에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프로정신이 없고, 이기적인 녀석이었지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기억이 함께 오버랩 되며 가슴이 아파왔다.
저렇게 혼자 심하게 넘어진 경우, 간단한 부상은 아니기 마련이다.
어느새 유코는 의약품 박스를 들고 터치라인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가 넘어진 상황에서도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다.
다시 내가 소리 질렀다. "심판! 부상자가 있다고!"
상대팀도 경기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침투 패스를 넣었다.
이런, 매너 없는 자식들.
알레시오가 열받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반칙으로 끊었다.
경고를 주려는 듯 심판이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다가, 주의만 주었다.
다시 심판에게 소리를 질렀다. "부상자가 있다니까!"
그제서야 경기를 중단시키고 의료진을 들어오게 한다.
아.. 짜증 제대로다.. 심판의 자질은 정말.. 전에도 말했지만.. K 리그 심판이 그립다.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실려 나가는 디에고.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후반부터는 지루한 경기가 계속 되었다.
조는 관중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9분 전, 이 지루한 경기를 깨뜨릴 멋진 패스가 라이트백 스테판의 머리에서 나왔다.
골키퍼의 킥을 그대로 헤딩하여 전방에 있던 마이켈에게 멋진 스루패스를 연결하였다.
마이켈이 볼을 받아 그대로 드리블, 수비진을 돌파하는 순간,
상대 중앙 수비수 Juanan이 붙잡고 늘어졌다.
퇴장.
그러나, 이 경기는 그것이 마지막 찬스였다.
양팀 슈팅 수를 합쳐서 10개가 안되는 기록을 남기고,
두 팀 모두 각각 한명의 심각한 부상자를 남기고 경기는 끝났다.
결국은 이렇다 할 공격도 없이, 0-0으로 경기 종료.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이야기 하였다.
"다음 경기부터, 투톱 전술로 가겠다. 원톱이 너무 고립되는 경향이 있어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투톱 연습을 내일부터 시작하겠다. 그리고 좀 더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진행할 것이다."
5연승을 노렸던 우리 팀은 4연승 후 무승부로 4승 1무.
아슬레틱 클럽 데 빌바오 B팀, 속칭 아슬레틱 B가 5연승으로 리그 선두다.
그리고, 병원에 후송된 디에고는, 십자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으로 2개월 진단을 받았다.
다음 경기는 4일 후. 현재 4승 1패를 기록중인 세스타오와의 홈 경기.
4일동안 전술 훈련을 얼마나 잘 해서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져도 상관은 없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테니까.
=================================================
(11회 끝)
첫댓글 역시 하위리그일수록 부상이 심하군요..
잘봤습니다~ 저도 하위리그 함시작해볼까 하는 욕망이 ... 하지만 좀 깝깝하네요~ ㅎㅎ
저런 부상을 이겨내야 진정한 에펨의 달인이 되는거임.. 힘내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