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네살 많은 언니가 있다.
이년 전 추석연휴 . 그해 언니의 환갑.
요즘은 환갑을 따로 챙기지 않기도 하지만 코로나 시기인 터라
언니 동갑친구들과의 해외 여행도 취소되었다.
아쉬워하는 언니에게 그럼 우리둘이 여행갈까?
어른모시고 사는 맏며느리로 시집살이35년?만에
언니는 명절제사를 동서들에게 맡기고 귀중한 휴가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언니와의여행. 지방에서만 살았던 언니는 서울구경을 제대로 해 본적없어
명절연휴엔 오히려 조용한 서울로 여행지를 정했다.
오빠가 광진구에 있는 호텔을 2박 예약해주었다.동생둘이 언니 환갑을 축하 해 주는 여행.
문제는 언니와 나는 성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
가령 운동을해도 언니는 스포츠 댄스나 수영을.
난 혼자걷기나 요가 같은 정적인걸 좋아한다.
성격도 언니는 맏이 답게 너그럽게시리 느리고 참을성이 많다.반면 난 급하고 까칠하다.
그래도 언니를위한 여행이니 만큼 잘 모시리라 ..무수리가 되리라 맘 먹고 즐거운 맘으로
내 차에 짐 싣고 서울로 고고~~
첫날 짐 풀고 성북동의 길상사를 가기로 했다.
지방에서는 네비를 거의 쓸일이 없었지만 낯설고 거대한 서울이니 만큼 네비녀의 도움을 받아 가던 중.
북악산 넘기 전 애매한 길앞에 섰다. 네비는 분명 세번째 길로 가라는데 언니가 자꾸 '이쪽으로 이쪽으로 한다.
언니 말대로 갔더니 네비녀가 돌아가라고 아우성이다. 다시 돌아와 그 애매한 길에서 신호를 받아 네비를 보더니
이번엔. '내가 아까 이리로 가라고 했잖아.'라며 엉뚱한 소리를 한다.분명 잘못 알려 줘놓고. 이제 보니 울 언니 우기기도 잘 한다.
원래 내 성질 같으면 한마디 쏘아 붙혔을 텐데..그래 언니 니 환갑이니 참는다.
이튿날.호텔 조식까지 결제 해 두었다니 조식 뷔페로..
엘리베이터에 타서보니 아차! 룸 카드키를 두고 왔다. 언니에게 말하니 언니가 아~~~주 리얼한 경상도 사투리로
"니 아까 보구뚜에 넣데. 디비봐라"한다.(주머니, 포켓). 아~~언니야.하고 난 언니 옆구리를 찔렀다.
함께 탄 예닐곱살 아이가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 쥐고 있던 자기 엄마손을 흔든다.
남의 시선의식을 많이 하는 나로선 얼굴이 화끈. 언니는 "와 . 뭐가?" 하는 얼굴이다.
다음. 아침뷔페로 가서 각자 입맛에 맞는걸 찾아 먹고 일어서려는데 작고 예쁘게 금방 구워진 빵을 보던 언니는
몇개 가져가려 한다.외부 반출은 안돼.라고 하니 뭐 어떻노. 하고 몇개 가져와 냅킨에 싼다.
아~~난 몰라 하고 얼른 냅킨든 언니 팔짱을 끼고 누가 볼새라 빠져 나왔다.
경복궁. 주차하고 들어가려는데 이번엔 언니가
한복대여점 앞을 서성인다.'설마 저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자고???
우리가 어린얘도 아니고. .난 저건못해..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니 한복 입자고?..난 옷갈아 입기도 귀찮고 언니 혼자 입어." 했더니 그냥 가잔다. 약간 아쉬워 하는듯 했다.
한복 탓 인지 서먹서먹 한 분위기는 느껴졌다.
그래도 어색 했던 분위기는 경복궁의 경이로움에 잊혀지고 즐겁게 다녔다. 다행히.....
다음은 도라산 전망대. 꽤 거리가 있었지만 즐거운 맘으로 갔다.
내 차가 작은 내 체격에 비해 좀 큰 렉스턴이었다.
장거리 주행시엔 탄력 받으면 무게감 있게 잘 달려 좋은데 시내 주행하기엔 좀 힘이 든다.
불광동인근을 지나던 중 브레이크 밟은 다리가 심하게 떨렸다. 도저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기 힘들 만큼 떨렸다.
차 보다는 내 다리가 문제 인듯 했다.신호대기 중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사이드를 당겨야 할 만큼.
첨 겪어보는 상황이어서 언니가 불안해 할까봐 내색은 못 했다.
도라산 전망대에 도착하니 "인자 보니 여 옛날에 느그 형부하고 와 봤다."라고 한다.
헉~이리 멀리까지 아까운 시간에 왔는데 와 봤던 곳을 기억도 못 하다니. 또 한번 언니의
태평함에 짜증이 나려 했다. 참고 이제 어디갈래? 했더니 남산 타워 가잔다.
그래 가자! 언니가 원하는대로. 이번 여행 만큼은 난 무수리다.
그런데 막상 남산타워를 코 앞에 두고 이젠 식은 땀이 옷을 다 적실 만큼 쏟아 졌다.
' 언니 나 이상해, 코로나걸렸나.? 했더니 이마를 짚어본 언니가 화들짝 놀란다.
열이 엄청 났던가 보다. 그 길로 호텔에 돌아가 지하마트에서 해열제 사 먹고
오후 다섯시 부터 담날 아침 여덟시 까지 죽은 듯 잤다.
다행히 평소에 소화제 하나 잘 안먹는 약 기피증 탓인지 약발이 잘 받아
말짱 했다.
----언니와의 여행을 친구들에게 얘기 했더니 배를 잡고 웃던 적이 몇번있어서
올려봅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여기 까지 하고 시간날때 마져 올려 볼게요.~~
맛점들 하세요.
첫댓글 마,그렇게 사는게 아닝교? ㅎㅎ
한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성격
생김새는 천지차이라예,ㅋㅋ
이걸 얘기로 할 때는 금방 이더니
글로 쓰니 제법 길어지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저 울 언니 엄청 사랑해요..ㅎㅎ
@커쇼
몇년전 내동생하고 제주도 여행갔던일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내 환갑여행이었듯 합니다
우리 자매 얘기를 보는듯해서 피식 웃음이 나요 ㅎ
난그래도 동생과같이 하는 여행이 제일 행복했고
또 둘이 가고싶어요
그렇죠..이 글을 적으면서 느낀 건데.
저도 더 늙기 전에
언니와 여행을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였어요
이 번엔 정말 편하게..잘 해 줄 자신 있는데..ㅎㅎ
가십시다. 더 늙기 전에. 자매끼리..
감사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도 지역따라 조금씩
다른가 봅니다.
보꾸또를 제 살던 곳에서는 보게또라고
했거든요. ㅎㅎ
제 누나 둘도 서로 성격이 많이 달라
재미있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수필방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ㅎ
네 감사합니다. 저도 몇 번 읊어보고
적긴 했는데. 고향이 경주이고 언니는 경주 살고 있습니다.
ㅎㅎ
제아내도 처형하고 네살 차이인데
만나기만 하면 싸우려합니다
미국에 사는 처형이 몇년만에
올가을 우리집에 오는데
어떻게 보낼지 걱정됩니다
싸운것도 나이 들면
추억일 듯 해요.
감사 합니다.
여행가서
속상한점 한두가지씩담고오죠
저도오월에 일본여동생이
경비일절 다쏜다고
여행제들 4명이서
제주 갔는데 흙돼지고기
말이 많았을시기 였는데
암튼 제주에서는
식당들이 별루였고
서울 경기도 맛집이
훨씬 좋았어요
우린 막내여동생이
10일동안
운전도 갸가 다했으니까요~ㅎ
자매들이 많으셔서 좋으시겠어요.
원래 운전이나 심부름은 막내가 해야 하는거죠???ㅎ
감사 합니다.
늘 우애가 넘치는 자매 사이일 것 같아요...
무수리노릇 하느라 고생하셨구요.. 한집안 형제라도 남자건 여자건 성인되어 결혼하여 살아온 환경다르고 사는 분위기 틀리면 간만에 만나거나 여행같이 가면 마음에 안드는게 부지기수입니다.
감사.
그래도 맞춰들 가겠죠. 피를 나누었는데...
수필방에 첨으로 오셔서,
언니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셨습니다.
세상에 와서 피를 나눈 자매끼리 만큼
가까운 친구가 또 있을까요.
앞으로도,
깊은 정과 아껴주는 우애가 돈독할 것입니다.
수필방에서
많은 관심과 좋은 인연이기를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다소 긴 글이어서 죄송스럽습니다.
가끔 더 다듬어진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오빠가 좋은 곳으로 예약을 해주셨네요.
저희 오빠도 그곳에서 아버지 칠순잔치를 해드렸더랬습니다.
순조로운 여행보다 약간의 양념같은 스트레스가 동반되면
기억에 오래남아 좋습니다. ㅎ
수필방에 첫발 디딤을 환영합니다.
네 저희도 오빠덕에 서울 갈때마다 숙박을 했었습니다.
말씀대로 그런 양념들이 있어 이제껏 기억에 남나 봅니다.
편한 밤되세요~~*
5살 적은 동생이 저희
시골집에서 20년 김장하고
갔어요.
갈때는 20키로박스 열박스는
더 챙겨가고.
우리자매도 극과극입니다.
1년에 한번 정도
만나니 좋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
제목 너무 재미 있네요 ㅎㅎ
이제 읽어보려구요~
필명을 보고 유명한 미국 LA다저스 야구선수 커쇼가 생각났어요.
커쇼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요?
헐ㅡ오래된 글 읽으시려는것도 감사 하지만. 커쇼를 아시는 것 또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그 클레이튼 커쇼를 너무좋아하다 보니...
카페 활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쓴 글이라 빠진 부분도 많고, 모차름이 많습니다.
제가 쓴 . 호세 페르난데스, 아이들의 함성, 머니볼 등을 보시면 제 닉을 이해 하실듯 합니다.
다 읽으시란거 아니고 ㅎ
@커쇼 제가 류현진을 많이 좋아했어요 탁월한 맨탈. 그러다 보니 커쇼도 잘 알게 되었죠.
쓴 글을 보면 운동도 정적인 걸 하시는 거 같은 데 어떻게 야구를 좋아하세요?
호세 페르난데스도 야구 선수 아닌가??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