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보는 게 힘들어진 영화 기자의 아주 긴 변명
일부 발췌
세편의 영화를 나란히 보면서 신기했던 점이 있다. 소재, 시대 배경, 장르 모두 완전 다른 영화들인데 희한하게 오프닝이 닮았다. <마약왕>은 1980년대 영화 앞에 걸린 선전 다큐멘터리 같은 화면을 차례로 보여주며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김인구 검사(조정석)의 입을 빌려 진행되는 보도자료 화면 위에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가 싫어했던,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이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영화의 톤과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이두삼이 어떤 인물인지 노골적으로 설명하는 이 오프닝은 자신감이 결여된 인상이다. 달리 말하면 안전하게 레일을 깔아둔다. 이두삼은 이런 평가를 받은 인물이니 잘 따라오시오, 라는 안내문이라 봐도 좋겠다. 다큐멘터리와 뉴스 화면을 섞어놓은 듯한 구성으로 문을 여는 건 효율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경제적인 전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상투적인 수단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런데 <스윙키즈> <PMC: 더 벙커>도 같은 형식으로 문을 여는 걸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뉴스 화면이 현실을 모방하며 사실감을 더해준다는 건 기능적으로 이해한다. 심지어 한반도의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PMC: 더 벙커>도 뉴스 화면을 빌려 짧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씨네21 기사예용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를 배신하는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그 참을 수 없는 피로에 대해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괴로울까. 제 살 깎아먹는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지난해 12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3편 <마약왕> <스윙키즈>enterta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