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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엽혹진 조류콘
공포새(Phorusrhacidae)라는 과 전체에 대해 다룹니다.
웹툰 '만물의 영장' 작가님께서 우영장과 어머니(?)를 켈렌켄에 비유해서 갑자기 제 블로그 이 글 조회수가 늘어나더군요.
덕분에 홍보 제대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특징
공포새(Terror birds)라고 불리는 이들은 6천 2백만 년 전에서 2백만년 전까지 생존했으며 당시 거대한 섬이었던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 새의 한 종류입니다. 공포새는 한 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느시사촌목 공포새과의 새 18종을 지칭합니다.
포루스라코스과/공포새과(Phorusrhacidae)
파타고라코스속(Patagorhacos)
브론토르니스아과(Brontornithinae)
브론토르니스속(Brontornis)
파라피소르니스속(Paraphysornis)
피소르니스속(Physornis)
포루스라코스아과(Phorusrhacinae)
데빈켄지아속(Devincenzia)
켈렌켄속(Kelenken)
포루스라코스속(Phorusrhacos)
티타니스속(Titanis)
파타고르니스아과(Patagornithinae)
파타고르니스속(Patagornis)
앤드루소르니스속(Andrewsornis)
안달갈로르니스속(Andalgalornis)
프실롭테루스아과(Psilopterinae)
프실롭테루스속(Psilopterus)
프로카리아마속(Procariama)
팔레옵실롭테루스속(Paleopsilopterus)
엘레우테로르니스(Eleutherornis)
메셈브리오르니스아과(Mesembriornithinae)
메셈브리오르니스속(Mesembriornis)
랄라와비스속(Llallawavis)
보통 공포새 하면 거대한 새만 생각하지만 프실로프테루스같은 작은 새에서부터 키 3m에 달하는 켈렌켄 구일레르모이 (Kelenken guillermoi)까지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가장 키가 큰 공포새는 켈렌켄, 가장 무거운 공포새는 400kg에 달하는 브론토르니스입니다.
사실 공포새의 화석은 잘 보존된 것이 적습니다. 대부분 다리뼈나 두개골밖에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있는 것은 '이만큼 거대한 육식 새가 살았구나' 정도가 다입니다. 하지만 랄라와비스나 안달갈로르니스 등 중소형종들은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입니다. 이들과 거대 공포새의 일부 표본들을 바탕으로 공포새들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었는데요, 목과 다리가 길어서 마치 타조를 연상시키지만 머리가 크고 거대한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리 속은 비어있고 끝부분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 있습니다. 긴 목은 거대한 부리를 다룰 때 유용했을 것입니다.
날개는 퇴화해 날 수 없지만 타조나 화식조 등 날지 못하는 고악조류와는 별로 가까운 관계는 아닙니다. 두루미의 친척이란 이야기도 있으나 현재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느시사촌목이라는 분류군이 없었고 이들은 두루미목에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느시사촌목이 불리되며 자연히 공포새와 두루미는 계통적으로 멀어졌죠.
생태
매체에서 나오는 공포새는 날카롭고 찢어지는듯한 소리를 내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근거가 높습니다. 키 1.3m의 중소형 공포새인 랄라와비스는 골격의 90% 이상이 보존되어 있을 정도로 보존률이 양호했는데, 이 새의 발성기관과 청각기관을 연구한 결과 공포새들은 부리를 떨면서 낮게 울리는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머리뼈가 잘 보존된 종으론 1.5m 정도의 안달갈로르니스가 있는데, 이 새의 두개골을 CT 측정해 공포새의 감각 기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습니다. 측정 결과 공포새의 뇌는 몸에 비해 크고 시각과 청각 관련 기관도 발달해 있었으나 후각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머리가 좋고 예리한 시야를 가졌으나 후각은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매나 수리류와 유사하죠. 이는 공포새가 직접 사냥을 통해 먹이를 얻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눈 앞의 공짜 먹이인 시체를 마다하진 않았겠지만요.
소형 공포새의 경우 오늘날의 뱀잡이수리나 공포새의 가장 가까운 친척, 느시사촌처럼 파충류, 작은 포유류 등을 짓밟거나 부리로 집어 내려치는 방식으로 죽인 후 삼켰으리라 추정됩니다.
흔히 대형 공포새는 사나운 육식 공룡처럼 먹잇감을 물어뜯는 동물로 묘사되는데요, 사실 이들의 부리는 물고 흔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는 힘도 다른 맹수들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수직으로 내려찍는 힘이 강해서 도끼처럼 사용하는 데 적합한 구조죠. 키가 커서 먹이보다 높은 위치에서 부리를 내리찍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먹이를 발로 차서 제압하거나 지구력이 약한 공포새들 중 몇몇 종류는 오늘날의 참매처럼 매복했다가 덮치는 사냥법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안달갈로르니스를 기반으로 한 연구라 확답은 아닙니다.
대형 공포새가 먹었던 먹이의 종류는 불분명하나 몸부림치는 큰 먹이를 물어뜯기 힘들다는 것을 보면 평소에는 토끼나 사슴 정도 크기의 작은 먹이를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오늘날 대형 수리류가 그러하듯 경우에 따라 커다란 먹이를 사냥했을 수도 있습니다. 식사를 마친 공포새는 부엉이나 올빼미처럼 먹이의 소화되지 않는 부위(뼈, 털, 발굽 등)를 토해냈을 것입니다. 이를 펠렛이라고 부르죠.
유사 공포새들
흔히 디아트리마라 불리는 가스토르니스가 공포새로 오해받는데, 육중한 부리와 큰 덩치 등 여러 공통점으로 인해 어린이용 고생물 서적에도 가스토르니스는 공포새로 나옵니다. 하지만 가스토르니스는 기러기목에 속합니다. 식성도 초식성이라 공포새와 생태적으로 겹치는 면은 없죠.
드로모르니스 역시 500kg이 넘는 덩치와 거대한 부리, 긴 목과 다리를 지녀 공포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얘도 기러기목입니다.
뱀잡이수리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수리목입니다. 공포새랑은 관계가 없어요.
멸종
공포새는 남아메리카의 강력한 포식자로 군림했지만 결국 200만년전 이후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 공포새의 멸종을 설명할 때 식육목(개과, 고양잇과, 곰과)의 유입이 많이 거론되었는데요, 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가 만나며 주로 검치호등을 포함한 태반류 포식자들이 새로 유입되었는데, 이들과 공포새는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겹쳐서 먹이경쟁을 벌이게 되고, 공포새는 이들과의 먹이경쟁에서 패배하여 멸종했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가설이 공포새가 식육목과 싸워서 패배해 멸종했다고 잘못 알려진 탓에 공포새는 여러 다큐나 매체에서 스밀로돈에게 치여 사는 퇴물로 묘사되며 포유류의 강함을 강조하는 요소로 전락해버렸죠.
이 가설의 문제는 식육목 유입 전에 대형 공포새는 그림에 나온 티타니스뿐이었다는 겁니다. 다큐에서 스밀로돈의 잔반처리를 도맡던 포루스라코스는 이미 스밀로돈의 유입 전에 멸종되었습니다. 남은 대형 공포새는 티타니스뿐이었지만 티타니스의 화석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에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릅니다. 사실 먹이가 겹쳤는지조차 의문입니다. 보통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스밀로돈은 주로 나무가 우거진 온대 숲에서 매복 사냥을 했기 때문이죠.
대형 공포새가 사라진 후에는 뱀잡이수리 크기의 공포새들만 남았고 이들은 덩치 큰 식육목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현재 공포새의 주요 멸종 원인은 기후변화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의 호기심은 막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육식성 새와 유명한 검치호의 대결은 충분히 이목을 끌 만 했죠. 인터넷에선 가끔 스밀로돈 vs 공포새 논쟁이 일어납니다.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와 켈렌켄/브론토르니스/티타니스가 맞붙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답은 모릅니다.
일단 대형 공포새, 특히 티타니스의 화석 보존률이 영 좋지 않아서 외형이나 생태조차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력을 분석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현재의 대형 공포새 연구는 대부분 중소형 공포새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중소형종의 형질이 대형종에게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지도 미지수입니다.
지금까지의 추정치가 맞다는 하에 대립시켜봐도 스밀로돈 포풀라토르의 경우 켈렌켄이나 티타니스보다 100kg 이상 나가며 공포새들이 잡아먹기엔 너무 큰 들소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공포새를 이기기 쉬워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새의 몸높이가 훨씬 높고 이 새들이 발차기까지 할 수 있기에(공포새 무게의 절반쯤 되는 타조가 발로 차도 사자 두개골이 박살납니다.)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이다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브론토르니스는 체중으로도 스밀로돈에게 밀리지 않는지라 더욱 그렇고요. 또한 싸움을 붙인다 해도 딱히 싸울 동기가 없기에 서로 기싸움이나 하다 가만히 있을 겁니다.
역시 애니멀 파이팅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결론으로 끝났네요. 특히 멸종 동물들에 관해선 절반 이상이 추측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죠.
참고문헌
https://www.sci-hub.tw/10.1371/journal.pone.0011856
https://spectrum.ieee.org/tech-talk/biomedical/imaging/terror-birds-hunted-by-sound
https://sci-hub.tw/https://doi.org/10.1671/0272-4634(2007)27[409:ANPACF]2.0.CO;2
https://sci-hub.tw/https://doi.org/10.1017/jpa.2019.53
https://www.livescience.com/10017-giant-terror-birds-fought-muhammad-ali.html
볼만한 다큐
https://www.youtube.com/watch?v=EfvhP6j7Qs4&list=PLn5XmhDWsIBrmHqKzOwGJ2TVy3pKtEjjU&index=2
(공포새 두개골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세요. 뒤에 나오는 싸움 말고요)
이미지 출처
<https://twitter.com/TheWoodParable/status/1176605210812321793?s=20>
<https://www.deviantart.com/cenozoicking/art/Phorusrhacid-head-restorations-558160638 >
<https://www.deviantart.com/dontknowwhattodraw94/art/Don-t-forget-about-me-532449662>
<https://www.deviantart.com/chrismasna/art/Andalgalornis-3D-model-434615524 >
<https://www.deviantart.com/leogon/art/Smilodon-populator-and-titanis-435888436>
첫댓글 이런 글 너무 재밌어요
라그나로크 생각난다
첫번째 사진 머시쏘
도도새?
사냥감 입장에선 저부리로 찍히면 진짜 공포였을듯
부리 어마어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