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시루봉에 가면
/梅谷堂 김 경숙
봄기운이 절정을 이루는 4월이다.
어디로 떠날까, 봄내음이 가득한
곳이 어디일까, 벚꽃을 찾아가자.
제주도에서 타오른 벚꽃 불길은
4월 중순까지 남에서 북으로 거슬
러 올라가며 전국을 연분홍 꽃구름
으로 뒤덮을 것이다. 봄을 가장 확
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주는 꽃,
한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의 속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겨우내 가슴앓이하며 기다려온 순간을 어디로 가서 즐겨야 할지. 쌍계사로 갈까 아님
진해로 갈까 망설이던 끝에 금년엔 진해쪽으로 떠나보기로 하고서 장복산 산행길에 올
랐다.
진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벚꽃이다. 그 화사함의 극치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던 열망
이 어느해 겨울 참담(慘澹)하던 내 가슴속에도 숨통을 트고싶은 심정을 진해 벚꽃을 열
망하며 달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때는 꿈속에 벚꽃이 피어 암울한 겨울을 극복하게도
해주더니.....
언젠가는 가보게 되겠지. 꿈속에서나 만나보던 너희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가슴안에 깊이 넣어 두리라던 진해 벚꽃, 장복산 산행길에 만나볼 수 있다니 진작부터
가슴이 설레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미 몇년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그 어느 날의
비극적인 사건이 시작되던 해, 글로 인한 무분별한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오던 그 해 겨울, 난 겨우내 진해의 벚꽃을 꿈꿔왔었다. 왜 그랬을까.
왜일까. 화사한 봄속에서 슬픈 겨울의 고통을 한시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누구로부터도 내 인생의 항로를 바꾸고 싶진 않았다. 힘없이 부서져버리는 푸석돌
이 되어 작은 힘에도 부서져버리는 힘없는 돌이 되고싶지 않았으면서, 나 스스로를 꿈
속에 보았던 벚꽃을 떠올리며 위로를 삼던 때가 있었다.
오늘은 그 꿈속의 현장인 진해땅을 밟아볼 수 있는 날, 참으로 행복한 날이 되리라.
부서지지 않는 돌이 되어
2월에 핀 벚꽃을 보았다오.
4월을 꿈 꿔온 또 하나의 하얀 세계를
소리도 없이 내 창앞에 펼쳐논
신의 계시에 감탄을 하면서..
어느 새 바람에 흩어지는
작은 꽃잎들을 보며
성글어 가는 꽃잎에서 허무를 낚으며
만개한 벚꽃을 보리라
진해로 떠나보리라.
품안에 곤히 잠들어 있는
내 집 강아지의 천진(天眞)한 모습을 보며
갓낳았을 적 내 모습이
저러하였으리라.
꿈에서 깨어난 난
또 다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가 되어야 했고
용서할 줄 아는 내가 되어야 했으며
시끄러운 세계와 융화 되는 내가 되어야 했기에
두려움 없는 내가 되어 그 곳으로
떠나보리라 했다오.
홀로 서는 내가 되어
벚꽃이 만개한 그 곳으로
떠나보리라 했다오.
길거리에 채여 넘어져도
부서지지 않는 돌이 되어..(07.02,09)
진해와 창원의 경계를 이루는 장복산은 그 옛날 장복이란 장군이 어린 시절 무예하던 곳
이다. 차안에서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장복산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었으나 진해
도착시간이 예상보다는 지체되는 바람에 장복산을 제외한 웅산과 시리봉 천자봉을 산행
하기로 하고서.....
*산행코스;안민고개-석동갈림길-삼거리이정표-웅산-웅산가교(구름다리)-706봉-
시리봉(시루봉)-바람재-정자쉼터-철탑-천자봉-정자쉼터(391)-대발령(만남의 광장)
12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진해에 도착하니 7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내뿜는 어지러운
꽃향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때가 좀 이르기는 하나 눈길 닿는 곳마다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7만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는 날엔 진해 시내 전체가 온통 벚꽃바람에
휘감겨버릴 것 같은 상상에 한발짝 앞서 이곳을 찾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복산을 등뒤로 하고서 안민고개를 들머리로 본격적인 산행길에 올랐다.
할미꽃이 피어있는 언덕을 지나 진달래 능선길을 따라서 올랐다. 진해라 하여 벚꽃만
을 떠올리고 왔는데 뜻밖에도 산행길은 온통 진달래꽃길이다. 산등성이 줄지어선 벚
나무들엔 꽃망울이 아직 일주일은 더 있어야 피어날 듯 하였다.
진달래 능선길을 오르며 뒤돌아본 장복산 방향..
오름길에 내려다본 진해시가지와 앞바다..
바위 사이사이에도 진달래가 피어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하게 하였다.
진달래 동산위로 불모산이 보인다.
좌측 산아래로 절인듯한 건물을 내려다 보면서..... 규모가 꽤 있어 보이는데 절이름
을 모르겠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능선길이 길게 뻗어있다. 멀리 시루봉을 바라보며....
능선길을 오르다말고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가자 하며 자리를 펴기에 시간을 보니 1시
가 훨씬 지나고 있었다. 소나무 그늘 아래 두다리 뻗고 앉아 컵라면에 떡과 과일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서.....
눈으로 보아선 순조로운 산릉에 거칠 것 없는 산행길이 되리라 생각하였었는데, 집체
만한 바위가 길을 턱 막아서고 있는게 아닌가. 부득이 바위를 넘어야 하는 순간, 로프
하나 매여있지 않은 바윗덩이를 평안촌님을 비롯한 남정네들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나게 되었다.
들머리에서 1시간 30여분을 올라 불모산 갈림길을 오르기전 뒤돌아본 능선길.. 멀리
장복산이 건너다보이고, 넉넉하지 못한 산행시간 관계로 장복산을 포기하고 산행하는
서운함이 돌아볼 때마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복산 갈림길 오르기전 목재계단길에서 뒤돌아본 장복산 방향 능선길과 진해시가지
모습이다.
앞에는 멀리 시루봉이 올려다보이고.....
계단길을 오르고 보니 불모산 갈림길이다. 119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고 좌측으로
불모산이 건너다 보인다. 불모산 1.6Km, 시루봉 1.5Km....
모처럼만에 거친 바위능선을 오르고 집체만한 바위를 돌아 아직은 겨울의 풍경을 벗
어나지 못한 앙상한 나목들이 서있는 산등성일 지나며, 묵은 갈잎을 헤치고 꽃을 피우
고 있는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를 만나 카메라에 담았다.
좌측으로는 김해시가 내려다 보이고.....
앞에는 웅산가교와 멀리 시루봉이 아직도 한참 멀어만 보인다.
웅산가교 위에서..... 그곳에는 웅가교라 표기되어 있다. 중간에 산자가 빠진 것인지
몰라도 얼핏보면 응가교라 읽혀지기에 박꽃향긴 재미있는 이름이라 생각되어 살짝
미소를 짓다 다시보니 웅가교였다. 알고보니 웅산가교였네나.ㅋㅋ
웅산가교를 지나며 만난 엘레지꽃... 엘레지 군락지였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
하는 엘레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만난 엘레지꽃이 반가워서 사진 몇장 찍다 함께 걷던 묵정의 모습이 저
만큼 멀어져서 박꽃향기가 한참을 뛰어야했다.
안민고개와 시루봉의 갈림길에서.....안민고개 4.3Km 시루봉 1.2Km, 시루봉방향으로
걸음걸이를 재촉하였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건너다본 시루봉의 모습이다.
지나온 능선길과 진해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시루봉을 앞에두고 불모산을 거쳐서 온다는 빨간 티셔츠의 씩씩한 젊은 남정네를
이곳에서 만났다. 이곳에서 군복무를 지냈다는 젊은이는 알고보니 우리 일행이었다.
시루봉을 목전에 두고.....
시루봉, 진해 시민들이 사랑하고 즐겨찾는 산이다. 진해 시루봉은 지도에는 웅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웅암이 마치 시루를 얹어 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시루봉으로
부르고 있다. 정상석에는 시리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안민고개서 주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진해와 창원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탁 트인
조망과 편백군락으로서 가족 산행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웅산은 진해시 창원시
김해시에 걸쳐있는 산으로 북서쪽으로는 장복산과 남서로는 산성산, 남으로는 천자봉
과 연결이 된다.
"바위가 꼭 산봉우리에 시루를 얹어 놓은 것 같다."
또한 웅산은 진해의 명산으로 신라시대에는 나라에서 국태민안을 빌고 고사를 지낸
산이기도 하며, 조선 초까지 산신제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루봉은 산세가 수려하며
안민고개에서 오르는 주능선의 등산로가 완만하고 좌우 막힘이 없어 진해시와 창원시
가 좌우로 한눈에 들어온다.
이 능선은 진해시와 멀리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탁트인 조망이 일품이며 가을에는 억
새와 진해시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시목인 상록수 편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볼만하다.
시루봉 정상에 우뚝 솟은 큰 바위인 시루바위는 시리바위. 웅암. 곰바위. 곰메라고도 하
는데 높이 10m. 둘레가 50m나 되며. 조선시대 명성황후가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
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올렸다고 전해져온다.
8시간 걸리는 2개 코스를 제외하면 크게 힘들지 않고 위험한 구간은 목재데크 등산로가
어김없이 나타나 가족단위 산행코스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또한 쾌청한 날에는 멀리 대마도가 보이는 이 시루바위에는 조선시대 웅천을 일본에 개
항하였을 때 웅천을 내왕하는 통역관을 사랑하게 된 기생 ‘아천자’가 이 바위에 올라 대
마도를 바라보며 기약없이 떠난님을 그리워했다는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
다.
시루봉 조금 못미쳐서 편백의 숲에서 박꽃향기의 모습(좌), 시루봉에서의 모습(우)
시루봉 위에서는 진해시와 남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어 탁트인 조망이 시
원한 초원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산등성이까지 벚꽃이 만발하는 날엔 시루봉에
서 내려다보는 진해 일대가 온통 연분홍의 물결로 장관을 이룰 것이라 상상을 하여봤
다.
진해 군항제(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회)가 열리는 제황산 공원의 벚꽃동산과 해군 통
제부 일원, 장복터널에서 여좌동까지 국도변 양편에 죽 늘어선 벚나무 3,000여 그루도
볼만하리라.
편백나무
음수이며 내한성이 약하여 중부지방에서는 경제적 성장이 어렵다. 습기가 적당하고 비
옥한 사질양토에서 생육이 왕성하고 내염성은 약하며 공해에 견디는 힘은 보통이다.
상록침엽교목으로 수고 40m, 직경 2m의 크기로 1904년 도입되어 제주도 및 남해안 지
방에서 조림 수종으로 식재하고 있다. 수형은 피라밋 모양으로 곧게 자라며 가지는 수
평으로 퍼져서 아름다움을 준다.
수피는 적갈색이고 세로로 찢어지는 듯이 갈라져서 벗겨지며 어린 가지는 편평하고
처진다.
진해 시루봉에서 만난 편백나무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하여 올려다보기가 어려울 정도
였다. 요즈음 인테리어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편백나무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수목이
내뿜는 방향성 물질인 테르텐 계통의 유기화합물이 주를 이루지만, 향기가 그 전부는
아니다. 피톤치드를 구성하는 수십 가지의 물질 중에는 향기와 무관한 성분도 있다.
피톤치드에는 휘발성인 테르펜류 이외에도 알칼로이드, 배당체, 플라보노이드, 페놀성
물질 등 비휘발성 물질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활엽수에 비해 두배이상의 피톤치드를 생산해 내고 있는 편백나무(침엽수)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가구나 미용수로도 많이 활용이 되고 있다. 분재로도 많이 가꾸
어져 집안에 들이면 비염이나 아토피등 새집증후군과 관련된 질병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니 화분 몇개쯤 집안에 들이고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루봉 정상에서.....
시루봉을 내려와서 올려다본 모습이다.
시루봉에서 바라본 앞으로 가야할 천자봉 능선길... 저 끝봉우리가 천자봉이다.
시루봉을 내려서면 바람재이다. 시루봉 0.6Km 만장대 2.5Km..
바람재에서 체육시설 방향으로 직진...(진해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듯 보였다.)
부드러운 소나무 숲길을 걸어서 천자봉 방향으로..... 능선길 위에서 내려다본 진해
시가지와 남해바다의 조망..... 바로 산밑에는 체육시설인 듯한 검은 원형의 건물이
내려다 보이기도 하였다.
천자봉 정상, 커다란 바윗덩이 옆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산불카메라....
천자봉 정상에서, 후미일행들이 이곳에선 모두 한자리에 모여졌다.
천자봉 정상에서도 나무계단길을 내려서, 대발령 1.0Km 사각정자 0.7Km 소방동산
0.7Km 만장대0.8Km.. 갈림길에서 대발령고개로 하산하였다.
사각정자를 지나서..... 이곳에 간이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깨끗하게 관리되어
기분좋게 볼일을 볼 수 있는.....ㅎ
내려오다 정자쉼터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내려오다 나무벤치가 하나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꺾어 지름
길을 택하였다.
20여분 지루하게도 통나무계단길을 내려오니 벚꽃이 만개한 공원에 은하수차가 기
다리고 있었다.
총무님 끓여놓으신 김치찌개에 하산주 한잔 하고는 5시 15분경 그 곳을 떠나 철도청
으로 이동, 벚꽃이 만개한 철도청앞에서 잠시 화려한 나들이가 펼쳐졌다.
벚꽃과 함께.....벚꽃밑에는 유채꽃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첫댓글 인생의 삶과 여유 넘 건강해 보이십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때 어찌 지내고 계신지요
진달래 꽃 아름다운 김경숙 시인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더 아름다운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건강 이상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해집니다. 시인님께서도 건강하시옵길 바라겠습니다.
우산하를 뒤덮은 듯한 진잘래며..만개한 벚도,,,너무 아름다워유. 그저,,,사진으로 보는것만으로도 거운 마음 가져봅니다...
그리하시구랴. 사진으로라도거운 마음을..... 주말엔 가까운 곳에라도 나들이를 해보심 좋을텐데 피곤하여 집에서 쉬고 싶은건 아닐런지....
전 아직 진해를 못가보았네요 ㅎㅎ촌스럽지요 시인님 ㅎㅎ대리만족을 하고갑니다.너무너무 아름다운 풍경과 글에....늘 건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