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십대 시절에 모건 프리먼은 캐디를 했고 ‘18홀 동안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다닌 대가’로 1달러를 벌었다. 그때 그의 꿈은 오로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이제 레드퍼드, 뉴먼, 해크먼, 호프만, 이스트우드와 니콜슨 같은 쟁쟁한 거물과 두루 호흡을 맞춰봤고, 오스카와 골든글로브는 물론이고 얼마 전에는 연예계에 공헌한 기여를 인정받아 2012년 세실 B. 드밀 어워드까지 수상했지만, 지금 그의 꿈은 오로지 골프 실력을 쌓는 것이다.
프리먼은 당분간 한손에만 의존해야 하는 처지인데, 2008년의 자동차 사고로 인해 왼손이 손목부터 손톱까지 사실상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일흔다섯인 프리먼은 골프에 푹 빠져 있기로 유명하다. 미시시피의 집에 있을 때는 바이유벤드에서 플레이를 하고, 주변의 그 누구보다 골프채널과 중계방송을 더 많이 시청한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지만, 골프와 <골프 다이제스트>였기 때문에 마음을 연 그는 자신의 BMW 7 시리즈를 몰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멤피스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주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인터뷰가 모두 끝나고 자리를 떠날 때 그는 말했다.
Q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 8월에 인터넷에 ‘모건 프리먼이 죽었다’는 거짓 소문이 퍼졌던 걸 알고 있나?
A그건 거짓 소문이라기보다 오해에 기초한 잘못된 정보였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인 하버드 대학 교수인 알 프리먼 주니어가 8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프리먼, 배우 뭐,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갈 만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Q올해 일흔다섯인데도 일을 한다. 가장 최근에 한 작품은 무엇인가?
A올해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첫 번째는 <나우 유 씨 미 Now You See Me>라는 작품인데, 은행에서 돈이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톰 크루즈와는 미래를 다룬 SF영화인 <오블리비언 Oblivion>’을 함께 했다. 그리고 <올림푸스 해즈 폴른 Olympus Has Fallen>이라는 영화의 촬영을 막 끝냈는데, 백악관 탈취를 다룬 액션 영화다. 지금은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드니로, 그리고 케빈 클라인과 <라스트 베이거스 Last Vagas>라는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이 네 명의 노인네가 그 중 한 친구의 총각 파티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는 내용이다.
Q신을 연기하는 것과 만델라를 연기하는 것, 그리고 골프를 하는 것 중에서 뭐가 더 힘든가?
A신을 연기하는 게 그중 제일 쉽다. 만델라는 정말 대단히 편안한 사람이었고, 유머 감각도 아주 탁월했다. 골프가 어렵다. 너무, 너무 어렵다.
Q그런 일정을 소화하면서 플레이할 시간이 많나?
A올해 스물, 스물다섯 라운드는 너끈히 했다. 영화 촬영을 하다 보면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다.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을 찍는 날이다. 그러면 그런 날은 골프를 하는 날이 된다. 어느 도시에 가든 나는 골프 코스를 찾아간다. 뉴올리언스에 있을 때는 이틀에 한 번꼴로 플레이를 했다.
Q다른 배우와도 플레이를 하나? 크루즈, 아니면 영화 <버킷 리스트>에 함께 출연했던 니콜슨은 어떤가?
A아니, 두 사람 중 누구와도 플레이를 해본 적은 없다. 내 대역과 플레이를 한다. 그는 구력이 오래된 골퍼다. 내 운전기사도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코스에 가면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늘 만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아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는 토렌스 인근의 퍼블릭 코스에서 플레이 한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토리파인스 Torrey Pines에서 플레이를 했었다. 애리조나의 세븐캐년스 Seven Canyons도 좋았다.
Q지금은 한 손만으로 플레이 한다.
A맞다. 오른손만으로 스윙을 한다. 4년 전에 큰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내가 기절을 했는지 아니면 잠이 들었는지,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차가 구르고, 구르고, 계속 굴러서 내 몸의 왼쪽이 거의 바스러졌다. 그 사고로 인해 왼손이 마비가 됐다. 이걸 쓰지 못한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Q그런데도 계속 골프를 하는 건가?
A두 손을 사용할 때에 비해 더 나빠진 줄은 모르겠다(웃음).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처럼 240야드나 260야드를 날리지는 못하지만, 시도하는 건 즐겁다.
Q모건 프리먼이 이렇게 골프를 사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언제부터 골프에 빠지게 됐나?
A미시시피주 그린우드에서 캐디를 하던 때가 기억난다. 나는 열셋, 아니면 열넷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는 골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10~12년 전에야 골프를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가 나타난 후였다.
Q당신의 플랜잇나우재단 Plan it now Foundation에서는 올 초에 마이클 더글러스 & 친구들과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골프를 통해 사회 환원을 하려는 시도는 그게 유일하다.
A 사회 환원을 한다고 내 등을 두드리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삶이 우리에게 너그러웠다면, 우리도 삶에 너그러워야 마땅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삶은 그랬다. 자선 대회에서 골프를 하는 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Q모건프리먼재단도 있나?
A록리버 Rock River재단이라고 부른다. 그걸 설립한 이유는 세상에 나온 후에야 내가 그린우드에 있는 흑백분리 학교에서 정말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Q골프 코스에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을 말해준다면?
A소우그라스의 17번과 18번 홀에서 파 세이브를 했던 때였던 것 같다. 비제이 싱이 다가와 팬이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마지막 다섯 홀을 함께 플레이했고,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 17번 홀에서 나는 호쾌한 샷을 그린에 올렸다. 아마도 9번 아이언이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18번 홀에서는 좋은 드라이버 샷에 이어 좋은 어프로치 샷을 해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Q 반면에 가장 민망한 순간이라면?
A1월에 열린 휴매너챌린지였나. 첫 번째 날에는 볼을 전혀 맞혀내지 못했다. 5센티미터 뒤를 맞히거나 토핑이 났다. 온갖 끔찍한 실수가 이어졌다.
Q그런데다가 한 손으로 했다. 그 대회에서 다시 플레이할 생각인가?
A당연하다. 자선의 의미가 더 크다. 골프를 하는 멋진 모습을 자랑하러 나가는 게 아니다. 내 말은, 그러면 좋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Q텔레비전에서는 주로 골프를 본다고 했고, 골프에 푹 빠져서 실력이 늘기를 바라고 있다. 골프를 이렇게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
A골프는 내가 어른이 되어 참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스포츠였다. 예전에는 볼링도 했고 롤러스케이트도 탔었지만, 그건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골프는 어느 날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 드라이버 샷을 하고 무릎이 꺾이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_ 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