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지. 논畓 가장자리를 둘러 물이 흐르지 않게 가둔 작고 낮은 보잘것 없었던 흙둑이었지. 오늘은 갑자기 그 넓은 들판을 이리저리 갈라 놓았던 꾸불텅 꾸불텅한 그 뚝길이 생각나네. 그 뚝은 윗논과 아랫논, 옆논과 의 경계를 지우고... 계곡에서도 산쪽에 있는 다랑이 논은 뚝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래에 굵은 돌을 쌓아 튼튼하게 만든것도 있었지만 대개는 사람하나도 제대로 다닐수가 없는 좁은 흙둑이 대부분이었지. 뚝길위 걸어갈땐 몸의 중심을 잡기위해 별수없이 팔을 벌려들고 춤추듯이 휘청일때도 많았지. 그 뚝은 여름철 모싱기가 시작될때 삽날로 반쯤은 갂고 논물에 이겨진 진흙을 삽으로 떠서 갂은 논둑에 부치고 발로 꾹꾹 밟아 이겼지. 그리고 삽가래 뒷판으로 탁탁 치고 또 옆으로 눌러서 밀어 마치 벽바르듯해 둑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했제. 모심기 하기전에 반드시 해야했던 무논의 물일이었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둑으로는 흙이 마르기전에 한뼘 남짓한 간격으로 막대기로 찔러 콩알이 작은 불콩을 심어 가을철 나락 추수때 함께 거둬 들였제. 그 콩을 우린 논뚝콩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했었지. 그리고 콩이 자라는 여름철엔 바랭이와 쑥부쟁이, 나팔꽃을 닮은 모메도 엉켜 자라고 잡다한 들풀도 함께 붙어서 자랐지. 부지런한 농부는 수시로 그 풀 당목대 낫으로 베어 깨끗하게 해서 콩과 함께 논에 자라는 벼에 햇빛들게 했었고... 가을이면 그 둑에 기대어 집짓고 사는 들쥐들이 사람들이 여름내 땀흘려 재배한 벼이삭 몰래 물어다가 겨울식량 준비하느라고 들판에 추수하는 사람들 못잖게 바빴지. 추수에 바쁘고 풍년들어 입 벌어진 농부는 벼이삭, 논뚝콩알 쥐 나누어 주는데도 인색하지 않았고.. 농부의 풍성한 가을 인심이었제. 가을걷이가 끝나고 햇빛도 차츰 엷어지고 들판이 휭하니 비어지면 논둑도 딱딱한 맨살들어 낸채 제몸에 기댄 들쥐를 키우고 개구리와 개미들 동면도 도왔지. 겨울이면 흰눈 수북이 뒤집어 쓰고 따뜻한 봄 오길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