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율의 요델 여행/독일 뮌헨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프로스트! 도시 전체가 맥주에 잠긴다 글 서용율 요델가수 www.yod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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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뮌헨 시가지와 함께 어울린 알펜가도의 멋진 산봉우리들. |
(마개를 따라!)” 뮌헨 시장이 크게 외치며 맥주 오크통의 마개를 따는 것으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의 대축제가 시작된다.
10월에 열리는 축제 기간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다양한 맥주, 민속의상을 입은 브라스 밴드의 연주와 바이에른 지역의 민요와 요델송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들썩한다.
이번 요델 여행은 2회에 걸쳐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오토버페스트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맥주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겠다.
맥주·출판·예술의 도시 뮌헨
우선 이 엄청난 축제가 열리는 뮌헨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뮌헨은 남부 독일에 꽃피웠던 독일 궁정문화의 중심지다.
12세기 이후 바이에른 왕국 비테르스 바흐가가 800년 동안 군림했던 땅이다.
예로부터 근처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따온 도시라 하여 ‘꼬마 수도사’란 ‘몬헨(Monchen)’에서 유래하여 뮌헨(Munchen)이라는 도시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18년 뮌헨 혁명으로 바이에른 왕이 퇴위한 후 다음 해에는 독일 최대의 공산당 정권이 출현하기도 했으나 원래부터 보수색이 짙은 지방이다.
마침내 히틀러가 이끄는 국가 사회주의의 독일 노동자당(나치스)이 뮌헨을 기반으로 태어나게 되면서 뼈아픈 역사가 시작되었다.
나치 독재 하에 과감한 저항 운동 끝에 전원 총살형을 당한 뮌헨 대학생들의 그룹 ‘흰 장미’의 싸움을 묘사한 독일영화 <흰 장미는 죽지 않는다>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자유란 스스로의 손으로 싸워서 갖는 것’이라는 유럽의 전통이 여기에도 살아 있는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66차례나 공중 폭격을 받아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독일인 특유의 근성으로 지금은 남부 독일에서 가장 번성한 상공업 중심지가 되었다.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지하철이나 도로 기반 등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었고 명차 BMW의 본거지도 이곳에 있다.
도시 주위의 알펜가도는 독일에서도 1, 2위를 다툴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산악 리조트 지대다.
동쪽의 오스트리아 국경 옆 베르히테스 가텐에서 서쪽의 보덴호반의 린다우까지 약 480㎞에 걸쳐 있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초지, 동화에 나올 듯한 예쁜 집들, 그리고 2000m 높이의 산들이 이어진 알프스의 경관이 아웃나라 스위스 못지않은 아름다운 자연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알프스 산들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대도시가 바로 뮌헨이다.
뮌헨은 독일에서도 가장 밝고, 명랑한 사람들이 사는 깨끗한 도시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맛있는 맥주, 많은 명작을 전시하는 미술관, 그리고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 등으로 유명하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여행객으로 문화도시 고유의 분위기가 조금은 희석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뮌헨은 뉴욕 다음으로 책을 가장 많이 출판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맥주는 독일인들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수한 질에 있어서나 소비량에 있어서도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독일에서는 14세가 되면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맥주의 종류만도 독일 마을의 숫자만큼 다양하며, 심지어 여행하면서 각 지방만 골라 다니며 맥주 맛을 보는 특별한 여행자까지 있을 정도다.
나도 한때 ‘맥주 따라 삼만리’로 독일 여러 지역을 돌며 300여 종류 이상의 맥주 맛을 보면서 맥주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 적도 있었다.
축제 때 700만 명이 600만ℓ 맥주 마셔
보통 독일 최대의 맥주 산지는 도르트문트(Dortmund)를 꼽는다.
그 다음으로 뮌헨인데, 뢰벤브로(Lowenbrau)와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 등 세계적인 맥주와 맥주홀이 바로 이 곳에 있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1810년 루트비히 1세의 결혼(바이에른의 크론프린츠 황태자와 작센의 테레즈 공주)을 축하하는 뜻으로 축제가 열렸으며, 이로 인해 매년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10월 축제(Oktoberfest)’가 열리고 있다.
10월 첫째 일요일을 마지막 날로 하여 16일간 테레지엔 비제(Theresien wiese) 광장에서 열리는데, 뮌헨 사람들은 간단히 비즌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려 12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비즌 광장에 한꺼번에 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맥주 회사별 텐트와 수천 명이 들어가는 텐트들도 많이 들어선다.
이 기간 동안 뮌헨은 세계적인 맥주 도시로 변해 버린다.
정말로 독일하면 맥주, 맥주하면 뮌헨, 뮌헨하면 옥토버페스트다.
해마다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사람의 수는 700만 명이 넘으며 대형 텐트 안에서 소비되는 맥주만도 무려 600만ℓ 정도. 여기에 구운 생선은 3만 마리 이상, 소시지 100만 개, 통닭 70만 마리, 그리고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소비된다.
각 회사별로 지어진 대형 텐트 안에서는 맥주 오크통 모양의 둥근 무대 위에서 적게는 20~40인조의 브라스 밴드(움파밴드)의 반주에 맞춰 다함께 잔을 높이 들고 ‘Ein Prosit Song’을 부른다.
사회자가 “하나 두울 셋!”하고 세면 모두가 잔을 부딪치며 “프로스트!(Prost)”라고 힘차게 외친다.
그러면 텐트 안 전체가 날아갈 듯 힘차고 우렁찬 소리에 가슴이 울릴 정도다.
프로스트는 우리말로 ‘건배’ 혹은 ‘위하여’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손에 손을 잡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모두가 하나 되어 어깨동무를 하면서 맥주 노래를 계속 메들리로 부르고는 또 한번 ‘프로스트’, 하루 종일 ‘프로스트’는 쉴 새가 없다.
내가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장을 다 돌아보며 분위기를 느끼며 즐기는데 족히 5~6일은 걸렸던 것 같다.
이 축제는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하다.
참가한 많은 외국인 중에는 쾌활하고 열정적인 라틴계의 사람들이 많다.
보통 때는 완고한 편인 독일인들도 이 때만큼은 변한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면서 바지를 벗어 던지는 남성들이 있는가 하면, 멋진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여성이 가슴을 풀어헤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자리가 없어 합석하면 금방 친해지기도 한다.
맥주(‘마스’라는 1ℓ 맥주잔의 무게는 1㎏이 넘는다)와 함께 하는 안주는 거의 통닭구이가 대부분이지만 이 지방 특유의 맥주 안주인 흰 소시지와 생선구이가 있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는 생선구이는 맥주랑 참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