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8. 흙날. 날씨: 비가 온다. 덕적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덕적도 배 타기-모둠 짜고 규칙 살피기-바닷가 놀이-갯바위 낚시-회 뜨기-저녁-일기 쓰기-마침회-교사마침회
[덕적도 자연속학교 첫 날-설렘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냉수 떠놓고 기도를 한 탓인지 배가 뜬다. 빗속에서 떠났는데 인천에 닿을 때는 비가 그쳤다. 아이들과 짐을 실어나르라 부모님들이 애를 썼다. 가율이 부모님, 동규어머니는 배 탈 때까지 짐을 날라주며 배웅을 해주신다. 1학년 시우아버지, 윤태아버지, 준우아버지가 아이들을 인천까지 태워다 주었다. 서연이 부모님과 유민이 부모님, 인채인준부모님은 같이 배를 탔다. 아이들이 자기짐을 들고 3학년은 학교짐도 하나 더 들고, 어른들은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배를 탄다. 다섯밤을 살아야 하니 먹을 반찬과 살림이 많다. 나올 때는 가벼우리라.
덕적도에 닿으니 블루비치민박 사장님이 차를 가지고 나와있다. 10년 동안 이어진 인연이라 뵐 때마다 반갑다. 건강해보이셔서 좋다. 아이들은 가방을 맨채로 마을 버스를 타고 잠집으로 먼저 가고, 민박집 차에 학교 짐을 실어 가니 이동이 한 번에 끝났다. 예전에는 서너 번을 왕복해서 운전을 해서 사람과 짐을 날랐다. 잠집에 닿자마자 점심을 먹었다.
낮 공부 열기는 자연속학교 열기가 된다. 첫날은 자원교사로 온 부모님들이 계셔서 여섯 개의 방을 쓰고 내일부터는 다섯 개의 방을 쓴다. 처음 방 배정을 낮공부 열기 마치고 다시 바꾸니 세 번을 이사한다고 아이들이 알려준다. 방 배정을 해 놓았는데 방 번호를 틀리게 써놓은 탓에 잘못 알려줘 그런 게 처음이고, 두 번째는 본디 방 번호대로 배정된 것이고, 마지막으로 다시 방 크기를 살펴 생활하기 알맞게 한 것이라 그렇다. 2, 3학년 남자 어린이들이 큰 방을 쓴다. 오붓함과 떠들석함이 섞여있다. 모둠은 뽑기로 결정된다. 서로 친한 사람끼리만 있지 않고 골고루 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서 뽑기의 운명에 맡기는 셈이다. 모둠마다 3학년 두 어린이가 이끔이가 된 여섯 모둠으로 자연속학교 활동 모둠이 구성됐다. 미리 선생들이 한 말 때문인지 싫다는 티를 내거나 모둠 구성에 특별한 반응은 없다. 안전 규칙과 생활 이야기를 마친 뒤 바로 바닷가로 가서 자유롭게 쉰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에는 바닷물이 추워서 무릎까지만 담그기로 했는데 그게 쉬운 일이던가. 역시 물에 옷을 다 적시는 어린이들이 나온다. 모래성을 쌓으며 파도에 옷이 젖어가다 아주 뒹굴며 물놀이를 한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안전 규칙을 확인하고, 많은 자원 교사들과 자유롭게 쉬는 동안, 내일 덕적도를 나가는 부모님들과 갯바위 낚시를 갔다. 내일부터 낚시를 해야 하니 갯바위 상황과 물때를 확인하러 답사를 가는 셈이다. 채비를 들고 한참을 걸어서 갯바위에 닿으니 만조라 물이 가득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세서 밑밥을 치지 않고 바로 새우 미끼만 끼워 낚시를 할 수밖에 없다. 수심을 깊게 주니 파도가 심한 날씨에도 놀래미와 우럭이 줄곧 올라온다. 아버지들이 손맛을 제대로 본다. 곁에서 채비를 줄곧 도와준 탓인지 초보 낚시꾼들이 올린 물고기가 제법 씨알이 굵다. 회를 칠 수가 있다. 첫 날 부터 아이들이 회를 먹을 수 있다.
만선의 기쁨처럼 헌 시간 반 만에 물고기를 제법 걷어올렸으니 낚시를 간 사람들도, 잡아온 물고기를 본 어린이들도 모두 기분이 좋다. 잠집에 돌아와 바로 물고기를 손질해 회를 쳐서 아이들이 회 한 점씩을 먹는다. 회 한 점만 먹을 수 있으니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아이들이 낚시로 큰 놈을 낚겠다는 설렘이 시작된다. 일기 쓰기와 마침회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덕적도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잠자리에 들었다. 한 편의 이야기가 줄곧 이어지니 밤마다 이야기 해달라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이들이 모두 자고 10시쯤 자원교사로 들어오신 부모님들과 함께 마침회를 했다. 부모님들이 맛있는 밤참을 먹으며 좋은 기운으로 첫날 밤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