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왕벚꽃 핀 개심사와 안면도 해변길로 천하장군 이백스물아홉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개심사는 언제가도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곳이지만 이맘때면 분홍빛 왕벚꽃과 청벚꽃이 피어나 더욱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도 왕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여행일정을 잡았으나 변덕스런 봄날씨 덕에 벚꽃이 작년보다 빨리 피어나, 우리가 간 날은 이미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뭇가지 대신 마당에 피어난 꽃사태도 장관이었습니다. 분홍빛 왕벚꽃이 송이채 떨어져 마당을 채우고 있는 곳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꽃도 구경하고 동행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봄나들이를 즐겨봅니다.
개심사는 사찰 안의 일부 건물을 공사하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다 벚꽃철을 맞아 여행자가 많아서일까 평소의 고즈넉함은 덜했지만 그래도 연초록 잎이 올라온 싱그러운 계곡 입구와 외나무다리를 건너 만나는 배롱나무의 자태와 자연미 넘치는 개심사 전각들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이미 많이 져버린 개심사 왕벚꽃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처 문수사로 향합니다. 문수사는 개심사 근처에 있는 작은 사찰인데, 왕벚꽃 가로수길이 펼쳐진 곳입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왕벚꽃 개화상태가 좋아 다들 좋아하십니다. 나뭇가지에는 푸른 잎에 연분홍빛 꽃송이들이 싱그럽고, 바닥에 분홍카펫이 깔려있는 길을 걷는 기분이란. 걸어본 사람만 알겠지요.^^ 다들 즐거운 맘으로 문수사를 둘러 보았습니다. 사람도 우리밖에 없어 참 호젓하고 고즈넉하더군요. 다음에 근처에 올 때는 또 들려보고 싶은 그런 사찰이었어요.
배꼽시계도 울리고, 오후 일정을 위해 이제 안면도로 이동합니다. 점심식사는 농가맛집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함초간강게장과 우럭젓국으로 차린 밥상으로 먹었습니다. 전에도 다들 좋아하셨던 메뉴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오늘도 다들 맛있게 드시고 즐거워하십니다. 식당 마당에 핀 민들레꽃과 보랏빛 모란, 푸른 양파밭도 싱그럽기만 합니다.
활기 넘치는 백사장항구 어시장을 구경한 뒤, 삼봉해변부터 밧개해변까지 안면도바닷가를 걸었습니다. 태안해변길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조성한 걷는 길로, 리아스식으로 구불구불 아름다운 태안 해변을 따라 늘어선 솦숲과 광활한 해변,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걷는 아름답고 정겨운 길입니다.
그런데 왠일입니까. 바닷가에 안개가 짙게 끼어 바로 지척에서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바닷가에 이렇게 짙은 안개가 낀 건 처음 봅니다. 바로 바다 옆을 걷는데도 바다를 전혀 못 보는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닷가 옆으로 난 소나무숲은 안개의 습기를 머금고 황홀한 정도로 아름답고 촉촉했습니다. 안개속의 솔숲 걷기는 한편 운치있고 멋진 시간이었지요. 다들 안개속의 바닷가, 안개 속에 걸은 소나무숲은 잊지 못할 거라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회원 중 몇분은 삼봉해변부터 창정교까지만 걷고, 나머지는 밧개해변까지 완주하며 오늘의 여행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개심사와 안면도 해변길 여행은 황홀했던 분홍빛 왕벚꽃 카핏길과 안개속의 바닷가 솔숲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여곡절과 변화무쌍한 상황이 연출되는 여행은 또한 예상치 못한 변화와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해줍니다. 이것 역시 여행의 묘미라는 걸 실감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즐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인제 여행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천하장군 정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