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퀸'이 웃고 있다. 제1회 궁륭산병성배를 제패한 박지은 9단은 2007년부터 개최된 3개의 세계대회를 석권하며 여자바둑계의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다시 한번 명성을 높였다.
박지은, 헤이쟈쟈 완파하고 궁륭산병성배 초대 챔프 국내기전보다 많은 4번째 세계대회 왕관 '큰 승부사'
박지은이었다. 그 이름은 또 박지은이었다.
2007년 대리배, 2008년 원양부동산배, 그리고 2010년의 궁룡산병성배. 비록 대회가 단발에 그쳤을 뿐 '바둑퀸'의 빛나는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단 한 사람, 박지은을 위한 박지은의 몫이었다.
여자바둑계의 간판 스타 박지은 9단(27)이 궁륭산병성배의 초대 패권을 차지했다. 박지은은 14일 중국 쑤저우의 궁륭산 망호루에서 거행된 호주 대표 헤이쟈쟈 초단(16)과의 원년대회 결승전에서 183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각국의 정예 대표로 구성된 세계 16강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손자병법이 집필된 곳으로, 중국인들 사이에 '지혜의 산'으로 이름 붙여진 사적지 궁륭산에서 세계 최고의 바둑퀸을 향한 지혜를 겨뤘다. '병성'은 바둑의 성인인 '기성'처럼 병법(兵法)의 성인을 뚯한다.
▲ 우승이 확정된 직후의 장면. 결승전은 비교적 이른 2시간 20여분 만에 끝났다.
○●… 박지은, 세계대회 3연속 우승 사실 결승전의 승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기량과 관록을 겸비한 9단 박지은과 세계대회 첫 출전인 새내기 초단 헤이쟈쟈의 매치업은 균형이 맞지 않았다. 다만 혹시 깃들지 모를 강자의 만심과 강호들을 연파해 온 약자의 오름세가 국내팬들로선 일말의 걱정거리.
결과적으로 그것은 일말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대국시마다 괴롭히는 열병과 겹쳐 초반엔 흐름이 좋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접근전이 벌어지면서 힘의 우열이 드러났다. 마지막은 대마를 잡은 한판승. 비교적 이른 시각에 끝나 예정되어 있던 시상식을 겸한 폐막식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국후 박지은은 "너무 힘들다"며 거친 호흡을 반복할 뿐 좀체 말을 잇지 못하다가 "상대가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라서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졌는데 다행이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에선 은빛 우승 트로피와 20만위안(약 3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준우승 8만위안).
박지은은 '큰 물'에서 본령을 더욱 발휘하는 '큰 그릇'이다. 이번의 우승은 세계대회로만 4번째. 3차례 우승한 국내대회보다 횟수가 더 많다. 단체전으로 치러진 정관장배에서도 3번의 우승 경력이 있다.
●○… 헤이쟈쟈, 태풍의 눈으로 등장 준우승에 머물긴 했어도 헤이쟈쟈는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으로 올라섰다. 16강전 아오키 기쿠요, 8강전 리허, 준결승전 정옌 등 이름 꽤나 알려진 강자들이 그 앞에 차례로 쓰러졌다. 열여섯 살은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이며, 프로 세계대회엔 첫 출전이었다.
아버지의 나라 호주와 어머니의 나라 대만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헤이쟈쟈는 오는 11월 아시안게임에 대만 대표로 출전한다. 현재 미국에서 9학년을 휴학 중으로 아시안게임의 결과(동메달 이상)에 따라 바둑과 학업 중 한쪽을 택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중국기원에 입단했으나 외국인은 승단하는 데 제약이 따르는 등 프로기사로 활동할 여건이 되지 않는 차에 2010년 대만기원에 특별 입단했다.
중국 주최의 제1회 궁륭산병성배는 제한시간 각자 1시간(초읽기 30초 3회),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 16강부터 결승까지 녹다운제 단판 승부로 진행됐다.
▲ 이날 박지은 9단은 대국 시작 전부터 열병으로 고생했다.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열기운을 가라앉히기 위해 목덜미에 손이 자주 가고, 또 물수건으로 이마를 적시기를 되풀이했다.
▲ 박지은 9단의 우승에 힘을 불어넣어준 한국 검토진. 왼쪽은 박지연 2단, 가운데는 김혜민 6단, 오른쪽은 윤성현 9단. 후반으로 갈수록 박지은의 우승이 굳어지자 검토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 현장 대진표는 글씨가 깨알 같아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확인할 수 있다.
▲ 어제까지와는 달리 외로이 검토하고 있는 중국의 위빈 감독. 이날 중국선수들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인즉 국내기전인 전국개인전 출전 때문. 미리 떨어질 걸로 예상이라도 했단 말인가.
▲ 바둑퀸의 기합 실린 착점.
▲ 대국 장면들.
▲ 바둑을 전혀 모르는 헤이쟈쟈 초단의 어머니는 검토실 한켠에서 시종 독서로서 딸의 승리를 빌었다.
▲ 승자는 말할 것도 없고 패자도 팬들의 사인 공세에 둘러싸여 정신 없다.
▲ (위)종국 후 어머니와 함께 사잇길로 걸어가고 있는 헤이쟈쟈 초단. "승부를 즐길 뿐"이라는 그는 이내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아래는 시상식장에서의 모습.
▲ 김혜민 6단(왼쪽)은 아쉽게 탈락했지만 끝까지 함께 남아 박지은 9단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 베스트드레서의 포즈. 상금 5000위안(약 90만원으로 당초 발표된 것보다 1000위안이 적었다)의 주인공은 헝가리에서 온 리타 포스카이 아마5단.
▲ 무명에서 스타덤에 오른 헤이쟈쟈 초단은 준우승 트로피와 약 1500만원의 상금을 수여받았다.
▲ 수상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가는 박지은 9단(좌상), 류스밍 중국바둑협회 주석으로부터 메달에 이어(우상), 트로피를 받고(좌하), 상금보드를 받고 있다.
▲ 한국바둑 브라보!
▲ 이것이 '현찰'로 들어있는 우승 상금 봉투. 세금 20%를 뗀 약 2800만원이 달러 지폐로 식사 도중 박지은 9단에게 전달됐다.
▲ 우승 및 준우승자와 내외빈의 기념촬영.
▲ 이번 대회엔 8개국 16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태극기가 더욱 빛나 보이는 하루다.
▲ 이 순간이야말로 만사의 시름을 날려보내는 가슴 후련한 시간이다. 우승을 결정지은 박지은 9단이 대국장 앞의 풍경을 배경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 미소는 삼성화재배부터 8박9일간 이어진 기자의 고단함까지도 씻어주었다.
첫댓글 박지은9단 축하축하네요 우승해서 너무 좋겠어요^^
박지은 사범님 우승 하실줄 알았어요. ^^*
드립니다.
그런데 좀 많이 드셔야겠어요. (너무 마르셨어요^^;;)
빨리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아 ㅋㅋㅋ 제가 다 뿌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