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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녀를 불문하고 아주 오래 전부터 손톱에 신경을 써왔다. 요즘 사람들은 매니큐어나 광택제를 바르는 등 손톱을 치장하는 데 열중이다. 심지어 손톱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 미라에선 황금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발견됐으며, 중국 관리들은 손톱을 길게 길렀다. 요즘도 일부 국가에선 신 손톱은 부·안락·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손톱은 아주 작은 물건을 집거나 소형 물체를 작동시키는 섬세한 도구다. |
손톱의 표피는 손톱 뿌리를 덮고 있는 엷은 피부다. 손톱을 주변 피부에 고정시키고 손톱 끝부분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표피를 자르거나 깎고 다듬거나 뒤로 밀어내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
손톱 위에 생기는 작은 흰 점은 그 바로 밑에 있는 피부와 분리됐음을 의미한다. 표피를 다듬거나 매니큐어를 너무 자주 칠할 때 이런 상태에 이르기 쉽다. 손톱에 작은 상처가 있어도 흰 점이 나타날 수 있다. 손톱에 흰 점 대신 검은 점이 생겼다면 손톱 밑에 출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손톱의 색깔과 모양은 때때로 우리 건강의 창이 돼 준다. 손톱만 잘 살펴도 몸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톱 색깔과 모양 변화는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질환의 예고탄이나 증상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일반적으로 손톱의 색깔이 핑크색이고, 선명한 흰색 반달이 드러나면 건강한 손톱으로 친다. 손톱을 꽉 누르면 손톱은 희게 변한다. 혈액의 흐름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피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혈액의 색깔을 직접 볼 수 있는 부위는 우리 몸에서 손톱과 결막 뿐이다.
만성 철결핍성 빈혈이 있으면 손톱이 창백해 보이고 모양도 숟가락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게 된다. 숟가락 모양의 손톱은 빈혈 외에 관상동맥질환·매동·갑상선 질환 등이 있어도 나타날 수 있다.
강한 자극성 비누나 세제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손톱에 광택이 없고 불투명하면서 손톱 끝에 까만 줄이 나타나면 암·심부전증·당뇨병 등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그냥 생기기도 하므로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손·발톱이 시계 유리처럼 볼록해지면서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둥근 모양이되는 이른바 '곤봉 손가락'은 몸 안에 산소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건강한 성인에서도 이런 손가락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간경화나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여·폐암·폐결핵, 폐기종 등 만성호흡기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빈혈환자의 손톱은 창백해 보이고 당뇨병 황자의 손톱은 창백한 노란색을 띤다. 손톱의 끝부분이 하얗다면 간경변 등 간질환을 일단 의심할 수 있다. 이때 손톱의 중간부분이 함몰되고 손톱이 전체적으로 혼탁하면 간질환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또 손바닥·얼굴 부위가 붉어지고 가슴에 붉고 작은 반점이 있다면 즉시 술부터 끊고 간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심장병 등 혈관 질환이 있을 때는 손톱이 검은색을 띠기 쉽다. 손가락 주변의 혈액이 정체돼서다. 여기다 입술이 새파랗고 창백한 상태라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삼가야 한다.
손톱에 작은 함몰이 있다면 건선·원형탈모증·만성습진·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하얀 점이 생겼다면 외상·곰팡이 감염·기생충 감염, 결핵·간경화·신장염 등이 원인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또 손톱이 녹색으로 바뀌면 녹농균의 감염, 청색으로 변하면 으피증·월슨병이 의심된다.
손톱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는 일종의 단백질이다. 케라틴은 매우 단단해서 서양에서는 '손톱처럼 강하게'란 표현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강도만 믿고 너무 혹사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손톱 건강을 해치는 천적은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매니큐어와 광택제다.
이들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고, 손톱의 수분 함량(약 10%)을 더 낮춰서 손톱을 괴롭힌다. 따라서 가급적 매니큐어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경우라도 매니쿠어를 잘 지우고, 변색된 부분만 덧칠해야 손톱이 숨을 쉰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 전문의원
출처/ http://blog.daum.net/nhicblog/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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