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P
가쓰로는 기타를 손에 들었다. 음을 최종확인 했다. 가볍게 발성연습도 했다.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다.
조금 전의 여자가 다가왔다. 이제 슬슬 시작하자고 말했다. 한잔의 차를 더 마시고나서 일어섰다.
연주회장은 체육관이다. 어린이들은 늘어서있는 접이식의자에 예의 바르게 앉아있다.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가쓰로가 들어가자, 짝짝짝 박수를 쳐 주었다. 지도원으로부터 지시 받은 것 이리라.
가쓰로에게는 마이크와 의자 그리고 보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린이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 의자에 걸터앉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고 아이들이 답해 주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두 번째입니다. 작년에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왔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오니까 산타클로스 같은 사람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선물은 없습니다." 몇명의 아이들만이 웃는다. "대신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노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우선 처음에 [루돌프 사슴코]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곡이어서 중간부터는 그들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78P
계속해서, 늘 불리어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몇 곡정도 불렀다. 곡 중간에 이야기도 섞어 넣었다. 아이들은 즐거운 듯 했다. 손장단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대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도중에 가쓰로는 한 명의 어린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 여자아이는 앞에서 두 번째 열, 제일 끝에 앉아 있었다. 초등학생이라면 고학년일 것이다. 눈은 다른 쪽을 향해 있었고, 가쓰로 쪽을 전혀 보려고 하지 않았다. 노래에는 흥미가 없는 것인지 입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우아함을 머금은 표정에 가쓰로우는 끌렸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 같은 뭔가가 있었다. 가쓰로는 어떻게든 그녀가 이 쪽을 보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요는 너무 유치해서 재미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쓰도야 유미의 [연인이 산타클로스]라는 노래를 불러 보았다. 작년에 공개되어 힛트했던 영화, [나를 스키장에 데리고 가 줘.] 의 삽입곡이다. 이런 장소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해 저작권위반이지만 설마 신고되는 일까지는 없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그 소녀는 비스듬히 옆을 향하고 있었다.
그 후에도 그 또래 소녀들 취향의 곡을 연주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녀는 음악에 흥미가 없는 것이다' 라고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자, 드디어 마지막 곡입니다. 제가 공연 마지막에 꼭 연주하는 곡입니다. 부디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가쓰로는 기타를 놓고, 하모니카를 꺼냈다. 숨을 가다듬고나서 눈을 감고 천천히 불기 시작했다. 벌써 수천 번 정도 연주했던 곡이다. 악보 같은 건 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