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다르의 끝나지 않는 노래
세상을 구한 남자,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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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정말로 세상을 구했던 남자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의 기이한 그러나 위대했던 선택 이야기
Станислав Евграфович Петров(스타니슬라프 예브그라포비치 페트로프)
1939년 9월 26일~2017년 5월 19일), 前 소련 방공군 장교이며, 최종 계급은 중령.
남북관계가 연일 핫 이슈입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핵폭탄, 수소폭탄,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핵잠수함 건조...
온통 핵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핵이 없어서 억지력이 약하다 하는 이들이 국민대회를 열고 1천만 국민서명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주한미군이 과거에 배치했다가 철수한 전술핵을 다시 가져와야 된다고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갖춰서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분강개한 목청이 뜨겁습니다.
상호확증파괴,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전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군사정치용어이지만, "너 죽고 나 죽자" 가 가능해야 "공포의 균형" 으로 작용해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반세기 동안은 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이 성공해 핵무장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핵전쟁은 오히려 예방되었다는 주장을 핵무장론자들이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의 균형’을 만들기 위해 소련과 미국은 서로 압도적인 신병기를 더 많이 갖추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엄청난 군비를 투자해야 했고 그 결과 소련은 먼저 경제가 파탄에 이르러 몰락해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세계는 평화로워졌다고 전해......지는 걸까요?
오히려 정치적, 이념적 냉전 구도와 초강대국 간의 세력균형으로 인해 위태롭게 지켜지던 민족, 종교, 지리적 갈등이 분출하면서 세계는 온갖 내전과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그리고 핵무장을 통해 초강대국의 그늘을 벗어나고픈 지역강국들은 핵개발을 추진해 제재를 받고 국제적인 마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자체 핵개발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받는 북한이나 이란, 이라크 등이 유일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과 분쟁을 겪는 나라들이지요.
핵은 강대국의 손에 의해 안전하고 확실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강대국의 핵은 괜찮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제3세계 국가들이 핵을 가지면 그건
안된다는 논리도 비판을 받습니다만, 위험한 물건은 일단 없애는 게 맞다는 주장이 가장 안전과 평화에 부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핵을 독점한 국가들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고.
사실상 핵무장을 하고 있지만 묵인된 국가들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정도이지요.
그리고 북한이 남았습니다.
때로는 투정부리는 말썽꾸러기처럼, 때로는 고도의 치밀한 정치외교적 책략으로 군사 대결이 불가능한 경제상황에서 비대칭
전력(주로 핵, 생물, 화학병기나 특수전)을 활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벼랑끝 외교의 대가로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북쪽의 그 북한 말이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욕먹기도 하고 사면초가인 상태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서 손에 과도 들고 마구 휘둘러대며 안전보장을 항구적으로 보장받을 때까지 땡깡을 부리는 골칫덩어리 취급받기도 합니다만
이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좀 다른 내용입니다.
1983년에 세계를 구했지만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던 진정한 ‘소비에트연방영웅’이 있었습니다.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라는 당시 소련 방공군 중령이었지요.
(육군, 해군, 공군으로 구성되는 군 편제에 더해 소련을 위시한 구 동구권의 경우에는 미국 등 서방과의 대결을 전제해 압도적인
공군력을 가진 서구에 대항하는 방공을 중시, "방공군"이 별도로 편성되는 경우가 꽤나 많았습니다)
그는 미소 냉전과 핵전쟁 위협이 극점을 향해 치닫던 시절에 핵미사일 기지 당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상관들은 모두 퇴근하고 그가 당직사령으로 근무를 서던 깊은 밤에 미국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긴급한 뉴스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추이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직접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를 상황은 아직 아니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보고 책임자는 그가 유일했고 그의 보고를 상관들은 우선적으로 믿게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당시 소련의 최고 권력자인 유리 안드로포프 서기장은 지병으로 오늘내일 하던 상태라 중요한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차질이 존재하는 그런 혼란스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일단 상황을 지켜봅니다.
그러나 곧 이어 4발의 핵미사일이 추가로 발사되었다는 정보가 인공위성을 통해 날아옵니다.
5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지금 북한이 실험하는 것보다 당시의 소련 핵미사일이 훨씬 더 뛰어난 성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페트로프 중령은 아마 그의 어깨에 전 지구적 핵전쟁이 걸려 있다는 사실에 몸도 가누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는 온갖 추론 끝에 상급자에게 마침내 컴퓨터의 오류일 듯하다며, 보고를 마치고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핵미사일은 끝내 날아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인공위성이 태양빛의 반사를 잘못 판단했다는 결론이 확인되었고 인류는 구원받았습니다.
“그건 내 일이었다. 난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 장소에 마침 내가 있었을 뿐이며 그게 전부”
라고 이 세상을 구한 영웅은 겸손하게 후일담을 남겼습니다만,
있어서는 안될 컴퓨터와 위성 오작동을 은폐하고 싶었던 당시 소련군과 정부는 그를 한직으로 내몰았고 좌천된 그는 결국 군생활을 접고 여러 가정사의 불행을 겪으며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야 했지요.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구소련 시절의 사료를 연구하던 이들에 의해 그의 영웅적 일화는 발견되고 뒤늦게야 세계시민상, 유엔 표창장,
드레스덴 상 등을 수상하며 빛을 보게 됩니다.
그가 당직을 맡던 1983년 9월 26일 밤은 바로 3주여 전, 우리에게도 비극적 기억으로 남은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이 발 해 동서간 긴장이 극에 달해 있었고 미국의 당시 대통령 레이건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규탄하며 곧 대규모 핵전쟁 예행훈련이 미국 주도로 이뤄질 예정이었던 ‘평범한’ 밤이었고, 한 평범한 중령은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구원했습니다.
그 결과는 좌천과 불우한 인생이었죠.
이 기구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는 국내에선 ‘믿거나 말거나’ 류로 취급받는 방송프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743회)에서나 다뤄졌었지만
2015년 제12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룬 <세상을 구한 남자>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면서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이지만 1983년 9월 26일, 그 하룻밤의 긴박한 상황을 재연형식으로 급박했던 당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날 그 상황이 잘 해결되어 우리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큐에서의 상황 재연은 꽤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불우한 가정사를 이미지로 표현한 사별한 아내에 대한 추억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출한 부분은 좀 다큐와 안 맞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저 1983년의 그 하루로 기억되기에는 이후로 30여 년을 더 살면서 말년에야 겨우 그의 위대한 행적에 비해서는 매우
부족한 칭송과 보상을 받았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요 구성은 2010년대에 이르러 그의 영웅적 행보가 주목받게 되면서 현실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가 그의 당시 행적이 밝혀져 유엔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하는 여정으로 이뤄집니다.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미국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고 여기저기를 여행합니다.
그의 영웅적 행적에 감명받은 케빈 코스트너는 페트로프를 영화제작현장으로 초빙해 인사하고 다큐멘터리의 해설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외에도 로버트 드 니로나 맷 데이먼 등 여러 유명인사를 만나고 유엔에서 연설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영웅적 행보에 비하면 이미 그날밤의 선택과 결단으로 많은 것을 잃고 초라한 말년을 보내던 것에 비하면 그저 찰나의 여행담으로 남았겠지요.
다큐는 단지 영웅적이지만 잊혀졌던 한 인물의 말년 성공담이 아니라 그 선택으로 그가 겪었던 불행과, 그를 좌천시키고 탄압한 권력자들보다 평범한 당직군인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홀로 분투해야 했던 아이러니를 적절히 묘사해낸 준수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위대한 일을 했지만 정작 그의 조국에선 터부시당하고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불우한 가정사로 인해 괴팍하고 고지식한 노인으로 취급받았었죠.
그는 미국 여행 중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찾아 그가 30년 전 체험했던 그날 밤을 상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가 홀로 은거하던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의 죽음은 그의 영웅적 결단이 15년 후에야 밝혀진 것처럼 4달이 지나서야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그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자였던 독일 감독이 생일을 맞아 안부전화를 했다가 그의 별세 소식이 세계적으로 뉴스를 타게 되었고 2017년 5월에 그가 작고했음이 곧 외신에서 속속 기사화되었습니다.
그 1983년 9월 26일 밤 외에도 지난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 양 쪽에서 유사한 사건이 수십 차례 일어날 뻔 했음이 조사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고,
인간과 기계 모두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흉악한 물건은 그저 영구히 없애버려야 안심할 수 있다는 건 필부의 지혜가 아니라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한 위대한 영웅이자 평범한 당직근무자였던 이를 기억하며...
<영화정보>.
세상을 구한 남자
The Man Who Saved the World, (2014)
다큐멘터리 | 덴마크 | 110분
(감독) 페테르 안토뉘
(출연) 케빈 코스트너, 월터 크론카이트,
로버트 드 니로, 맷 데이먼, 애쉬튼 커쳐
<세상을 구한 남자>는 우리의 삶이
세계의 종말과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등골 서늘하도록 보여주는 서사시이자
웅장한 냉전 스릴러이다.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전면전으로
번질 뻔한 핵전쟁을 혼자서 막아낸
인물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후, 세계를 구했던
이 남자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극적인 순간과 맞대면한다.
(2015년 제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
<관련기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919500016&wlog_tag3=daum
<인물정보>
https://namu.wiki/w/%EC%8A%A4%ED%83%80%EB%8B%88%EC%8A%AC%EB%9D%BC%ED%94%84%20%ED%8E%98%ED%8A%B8%EB%A1%9C%ED%94%84
스타니슬라프페트로프, 세상을구한남자,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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