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 차림 일색인 중년, 해외여행객 스타일링 TIP
청바지·재킷·스카프가 기본 / 기내에선 면바지에 얇은 니트
미술관선 스카프로 멋내고 / 식당에선 점퍼보단 재킷으로

등산복을 입고 해외여행 떠나는 단체 관광객 - 인천공항 국제선 출국장
"만만하고 편해서 입고 간 건데 그렇게 흉한가요?"
정년퇴직을 기념해 최근 아내와 유럽 단체 여행을 갔다 온 정영훈(60)씨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딸에게서 "왜 하필 등산복을 입고 가셨느냐"는 핀잔을 들었다며 억울해했다. 땀 많이 흘리는 자신에게 가볍고 바람 잘 통하고 웬만한 빗방울까지 막아주는 등산복은 여행용 의상으로 제격이었다.
날이 따스해지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중년 단체 관광객을 보면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위아래로 입고 등산화에 등산용 배낭까지 짊어졌다. 요즘 인천공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등산복은 도심이나 유적지 등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치안이 별로인 나라에선 등산복 차림 여행객을 '돈 많은' 한국인이라 여겨 소매치기 대상으로 점찍는다는 말도 있다.
김남주·김사랑 등의 스타일을 맡아 비싸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고 우아한 차림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는 "청바지, 재킷, 스카프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아줌마·아저씨도 꽃보다 누나, 오빠 못지않은 젊음과 멋을 뽐낼 수 있다"고 했다.

◇기내(機內)에서
배를 조이지 않는 면바지에 티셔츠와 얇은 니트 스웨터를 걸치면 남녀 두루 충분하다. 여기에 끈이나 고리가 달려 있지 않아 수월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슬립온(단화)을 신으면 운동화보다 가볍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활동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남자라면 구김이 덜 가는 청바지에 티셔츠, 상체를 도톰하게 감싸는 블루종을 입어도 좋다.
◇박물관·미술관에서
박물관에 들어갈 땐 질기고 때 잘 안 타는 청바지를 기본으로 입는다. 관람 중 집중해서 보고 지칠 땐 벤치나 돌계단에 주저 앉는 경우가 많아서다. 위력을 발휘하는 게 실크 스카프다. 얼굴 가까이 댔을 때 피부색을 환하게 살려주는 색깔을 골라 목에 쓱 둘러주면 여행객 같지 않으면서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스카프는 대체로 두르거나 묶었을 때 사각형 모서리 부분에 시선이 주로 가 닿으므로 그 부분에 원하는 색과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게 좋다.
◇식당에서
아무리 여행객이라도 식사 자리에 갈 때에는 최소한의 격식을 갖춰야 한다. 억지로 정장에 구두, 드레스를 챙길 필요는 없다. 낮에 입었던 청바지를 먼지만 털어내고 다시 입되 면 티 대신 셔츠, 점퍼 대신 재킷을 더한다. 여성은 구김 없는 원피스에 긴 카디건이나 얇은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플랫 슈즈를 신으면 된다.
김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