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와 새우
박태일
젊은 무렵 아버지는 벗의 아들 보면
고치 보자 고치 냠냠 하셨다
당신 아들도 겪은 일
그걸 기억하는 벗의 둘째 아들이 꾸리는 장어구이집
예순 해도 넘는 옛날 아버지와
대포집 옮겨 다니셨던 분과 점심을 나눈다
적중에서 나서 평양으로 넘어간 시인 박산운의
뒤를 좆다 그이 허물어진 집터에서
남한 동생 전화번호를 얻은 지 두 주
장어구이에 새우튀김 밥상을 앞에 두고
이런 일이 그런 일이
오간 말이야 적지 않았지만
돌고 돌아 부산 마산 초계 적중
돌다 돌아 만난 이가 아버지 일터 벗이었다니
그렇게 연줄을 풀고 보니
어릴 적 늦밤 우리집 두 칸 전세방에 왔던 분
차례로 인사를 시키신 아버지
형님 형님 아버지 취한 목소리에 섞였던 얼굴
구순도 여섯 나이로 앉아
구순도 넷을 따른 안댁을 곁에 앉힌 채
반갑다 정말 반갑다 말씀 주시지만
한 판 장어와 새우를 앞에 두고
나는 저 먼 데서 걸어온 울음
메아리에 귀를 세운다
물러선 멧발들 기울 기울지는
초계 적중 별밭 가운데 옛 시인 집터에 서서
인연은 어떻게 굽이질 일일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양산도 호포 지나 시루메 지나
시인의 구순 동생과 옛 벗의 예순 아들이 앉아
점심을 나눈다
1960년대 아버지 저녁 밥상
초량도 연화동 비탈집에서 어머니 함께 늙어가실 때
마음 약한 내 소년을 발로 차며
골목으로 산으로 달리며 놀았던
어느 하루 늦밤 무릎 인사를 펴고 앉은
나와 아버지 벗
아버지 기억할 이 거의 없는 세상
칠순을 내다보는 내 한낮에
백순을 웃고 선 두 팽나무
그래 그렇구나 나와 아내는
한 입 토막 장어와 튀김새우로
조용히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