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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어미木의 자살4」
<현대시연구>
문예창작학과 박민희
죽은 엄마를 데려왔다 벌판으로부터. 남루한 허리
통을 드러내고 버려져 있었으므로.
염을 하고 수의는 입히지 않는다 잠그지 못한 단추
같은 마른 잎사귀 몇 개 마저 따내고 가파르게 굴곡
진 옹이 눈 속에 오래전 말려둔 수레국화를 꽂아주었다 자살한 영혼은 환생하지 못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말하자면 유기된 시체와 사랑에 빠진 셈일 텐데 나
는 단지 그녀가 편안하게 말라가길 원했을 뿐이다 한때 아름다운 그늘을 빚던 손금을 가차이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
그런데 말이다 여리고 긴 목을 지닌 연둣빛 풀 하
나가
옹이 눈 속에서 돋아나온 거였다 기이한 통증에 나
는 서둘러 주인집 정원 볕 드는 귀퉁이에 죽음 엄마
를 다시 내다 버렸는데
한동안 잊었던 그녀가 문득 생각나 내려가본 해뜰
녘. 거멓게 속이 타들어간 이 나무 밑둥치가 말이다
구멍 속에서, 펄럭이는 수천의 손 수천의 잎새 흰개
미 알 매미 껍질 보드라운 음지 식물들이 난리법석을
떨며 살고 있더란 말이다 보잘것없는 제 아기들의 어미 된 것들이 죽은 나무 둥치 갈라 터진 틈새마다 그득그득 흰 빵을 물려주고 있더란 말씀이다
유기했던 내 사랑의 그늘진 자리에서 죽음을 껴안
으며 젊어진 엄마가 아침 소세를 끝내고 말갛게 나를 올려다보는 거였다
-김선우,「어미木의 자살4」
1.페미니즘 이론으로 읽기
여성의 몸은 생명을 만들어낸다. 만물을 만들어내는 우주와 여성은 동일시 될 수 있다. 김선우는 이러한 자신의 세계관을 시에 잘 반영한다. 기존의 남성중심, 서구중심, 이성중심의 가치와 삶의 방식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그르지 못한 일들이 생겨났다고 본다. 여성에게 억압을 주는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적 글쓰기’라는 하나의 부류를 만들어내게 했다. 페미니즘이론은 이렇듯 ‘가부장제’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출발했다.
앞선 시는 그러한 페미니즘 이론에 입각하여 충분히 읽혀질 수 있다. ‘아버지’의 등장이 없지만 어미의 자살, 어미木의 자살이 이 시를 이끄는 키워드가 된다. 어미는 왜 자살을 해야만 했을까. 나는 이것을 어미가 되는 것이 곧 자살이라는 행위로 번져가는 것으로 해석해보았다. 그 말은 지난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여성은 어미가 되기를 강요받고, 평생을 어미로만 쓰이다 버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어미와 어미木의 공통적인 특성은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이다. 어미와 어미木의 자궁에서 태어난 것들은 생명의 근원인 어미를 아끼지 않는다. 여성과 자연 그 범주 속에서 자식들은 어미와 어미木의 희생을 강요한다. 자식들은 흰 개미처럼 어미를 갉아먹고, 결국 어미는 염도 하지 못한 채 흙바닥에 내버려진다. 시에서 말하는 이는 그런 희생을 강요당한 어미의 모습을 가엾이 여긴 여성, 즉 어미와 가장 닮은 ‘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딸은 자신 혼자서 ‘죽음 엄마를 데려왔다 벌판으로부터.’ 아버지도 다른 형제들도 모르게 자신 혼자서. 그리고 죽음 엄마를 위해 ‘잠그지 못한 단추/ 같은 마른 잎사귀 몇 개 마저 따내고 가파르게 굴곡/ 진 옹이 눈 속에 오래전 말려둔 수레국화를 꽂아주었/ 다.’ 그녀는 엄마의 자살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그녀가 편안하게 말라가길 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서둘러 주인집 정원 볕 드는 귀퉁이에 죽은 엄마/를 다시 내다 버렸는데’ 그 행위는 옹이에서 긴 목을 지닌 연둣빛 풀 하나가 돋아나옴으로서 행해진다. 또 다시 잉태되는 새로운 생명. 딸은 또 다시 반복될 어미라는 이름아래 희생을 어미에게, 어미木에게 주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잊고 있던 엄마가 다시 생각나자 그녀를 유기했던 곳으로 다시 간다. 하지만 거기서 그녀가 본 것은 끝내 보고 싶지 않았던 어미들의 희생이다. ‘보잘것없는 제 아기들의 어 /미 된 것들이 죽은 나무 둥치 갈라 터진 틈새마다 그 /득그득 흰 빵을 물려주고 있더란 말씀이다’ 내가 가장 의문스럽게 여겼던 부분은 마지막 연이다. 딸은 희생당했던 어미를 가엾이 여기고 그 희생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국 딸이 그 자리에서 본 것은 아침 소세를 끝낸 젊어진 엄마였다. 젊어진 엄마는 말 그대로 젊어진 엄마가 아닌, 물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김선우 시인은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준 것이다. 마지막 연의 의미는 누구보다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여성, 즉 딸이자 어미가 될 우리에게 해결의 열쇠를 준 것이다. 부정하려고 해도 딸은 결국 자신에게서 어미의 모습을 보았다.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어미가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김선우 시인은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2.모성신화와 모성해체: 어머니를 말하기와 어머니로 말하기
한국 여성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어머니’라는 생식의 위치에 놓이게 될 뿐, 아내나 여자로서의 위치는 강조되지 않는다. 시에 나타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두운 결핍, 지극히 모성적 존재, 부권적 상징 질서 안에서 지극히 주변적인 벙어리 존재이다. 이는 아들을 잘 키우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는 모성 신화안의 모습이다. 김선우의 시에는 타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발견한 어머니가 들어있다. 유교적 가부장 사회의 상징 질서 안의 한 타자인 어머니의 삶을 다르게 발견하는 것이다.
앞선 시에서 그런 어머니의 행위는 ‘자살’로 이루어진다. 자살은 스스로 제 목숨을 끊어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자아가 없는 어머니가 아닌, 주체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시 안에서도 어머니가 의지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목숨이 없는 죽은 상태이지만, 어머니는 딸에 의해 벌판으로부터 나오고, 딸에 의해 다시 유기된다. 여성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와 딸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 시인들은 어머니에 대해 쓸 때조차도 ‘어머니 안에서’쓰게 된다. 앞선 시처럼 딸의 시선을 가지고 어머니를 노래한다는 것은 엄마와 내가 같은 질료로 되어 있다는 육체성에 대한 긍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여성 시인, 그리고 말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몸과 몸으로 이어지는 동질성의 육체이며 몸이 겹쳐질 때 고통도 겹쳐진다. 고로 어머니의 자살은 곧 나의 자살과 같은 것이고, 내가 데려오고 다시 유기한 죽은 엄마는 견디지 못해 자살한 내 삶과 정체성으로도 볼 수 있다. ‘자살한 영혼은 환생하지 못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는 나는 내가 스스로 죽인 나,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엄마가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고 다시 태어나야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될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어미를 유기했던 곳에는 자연계의 동식물들이 난리법석을 떨며 살고 있었다. 거기에서도 어미는 그토록 부정했던 어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식구들에게 희생했던 어미가 자연계의 동식물들에게까지 희생하는 거대한 어머니로서의 변신을 이루려는 우주적 욕망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어미에게 ‘자살’은 자기의 삶을 해체하여 거대한 우주적 몸으로 확대되고 싶은 해방의 탈출구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죽음마저 가부장제적 공간에 유폐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딸을 ‘말갛게 올려다보고 있는 거였다’ ‘말 못하는’ 혹은 ‘말없는’ 어머니가 입을 열어 자살을 통한 가부장제로부터 탈주를 발언한 것이다. 이것은 자살을 통한 전복과 탈주의 쾌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죽음을 통과하기 전에는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유교적 가부장제 안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3.코라 기호학: 무의식 파헤치기
라캉은 어린아이가 주체 형성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울단계를 거쳐 어머니=아이라는 상상적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세우고 그 다음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언어체계 습득과 더불어 상징적 질서, 즉 아버지의 이름의 세계, 오이디푸스적 가치체계로 진입하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하나의 주체로서 아이는 세상 속에 들어서게 된다고 했다. 앞선 시에서 아버지의 세계(상징계)는 부권적 질서, 가부장제로 파악되는 것들인데 그것들은 지나치게 내면의 자유와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여 기호계(실재계와 상상계를 합친 것)적 무의식은 공격성을 나타내게 된다. 그것은 위의 시에서 산문성을 흐트리는 병렬 구문이나, ‘자살한 영혼’, ‘죽은 엄마’, ‘유기된 시체’같은 공격적 언어들로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또 말하는 이는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기 위해 자살한 어미와 함께 상징계를 부수고 그 전단계인 상상계로 돌아간다. 세수를 하는 행위인 ‘소세’는 모습을 비춘다는 점에서 거울과 동일시 될 수 있는 물이 필요하다. 이것은 다시 상상계의 거울단계로의 퇴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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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기원, 1/2/3세대 페미니즘
- 고정희 시인과 그녀의 작품, 다른 여성 문학 시
: 매맞는 하나님 - 고정희 등
- 에코 페미니즘의 문학적 실현 양상과 그 예시를 김선우 작품
<에코 페미니즘의 문학적 실현 양상>
1) 자연과 여성의 결합
- 생명을 가지고 양육하는 자연과 여성: 입춘, 나생이 - 김선우
- 가부장제 억압구조에서 파괴당하는 자연과 여성: 이를 갈다, 어미목의 자살1 - 김선우
- 회복과 치유로서의 자연과 여성: 어미목의 자살2, 무덤이 아기들을 기른다 - 김선우
2) 몸의 시학
- 인식의 주체로서의 몸: 감자 먹는 사람들, 단단한 고요 - 김선우
- 에로티시즘의 구현: 민둥산, 69-삼신할미가 노는 방, 얼레지, 봄날 오후, 완경, 내력, 물로 빚어진 사람 - 김선우
- 자궁을 통해 월경하는 몸: 오동나무의 웃음 소리,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3) 실천적 가능성
- 타자에 대한 연민 의식: 사골국 끓이는 저녁, 제비 꽃밥 - 김선우
- 사랑을 통한 사회적 연대의 표현: 어떤 포틀래치, Everybody shall we love - 김선우
- 페미니즘 종류(역사와 비슷한 부분 일부 포함) - 10926 주시율
: 자유주의(1세대)/급진주의(2세대)/사회주의 페미니즘
- 페미니즘 문학 - 영화를 소개함 - 10926 주시율
: 82년생 김지영, 고스트 버스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