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후감;
새터민과 장밋꽃
(한 탈북민 여성이 쓴 책 "나의 살던 북한은"을 읽고)
제가 한국에 온지 이젠 2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 뿌리 내려 정착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다른 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 환경과 그속에서 살아가는 남한 사람들도 분단의 영향으로 생겨났을 것으로 보여지는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내는 것 보다도 저와 같은 탈북민들이 한국 정착과정에서 퍼뜨리는 거짓된 북한 정보와 "과잉충성"에 더 많은 환멸을 느끼면서 힘들게 삽니다.
저는 얼마전 페이스북 친구 중 두분을 기적처럼 직접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한 탈북자 여성이 쓴 책(작가 경화) "나의 살던 북한은"을 소개 받았고 또 그들이 직접 이 책을 사서 선물로 보내줘서 억지로 읽게 되였습니다.
제가 "기적!"라고 말하는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같은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한 거짓된 증언들을 TV와 여러 언론매체에 마구 쏟아내면서 이른바 "과잉충성"으로 덤벅이 된 그들의 "정착"을 보면서 한 숨 짓고 어처구니 없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저보다도 한 발 앞서서 이런 탈북자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과 비평을 책으로 출판한 용감한 탈북자 여성작가를(경화) 보았습니다.
탈북민 여성작가 경화님이 쓴 책 "나의 살던 북한은"에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교수님께서 추천글을 써주셨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교수님의 추천글이 또한 큰 공감을 주었습니다.
... ...
한국 사회는 탈북자라는 분단의 피해자에게 반북적이기를, 한국사회에 감사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평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만약 이들이 피해자이기를 멈추고 자신의 삶을 바꿔가려 한다면 여지없이 불편한 시선을 맞닥뜨리게 된다.
... ...
솔직히 저는 김성경교수님의 추천글에서 남한 정착 20여년 동안에 가슴속에 웅어리로 쌓여 온 그 모든 설음과 아픔이 따뜻히 위로 받는 것 같아 눈물이 났습니다.
아, 한국에도 이런 교수님이 있었구나!
그도 그럴것이 우리 나라의 모든 문제들은 한반도가 두 개의 국가로 분단되여 있기 때문이며 그러한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는 길 밖에 없다고 역설하면서도,
정작 "먼저 찿아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들의 사상의식과 정서적 생활, 그리고 그 통일에 대상인 북한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민인문학 강의에 참가했던 제가 오죽했으면 "아니 상대도 모르면서 결혼을(통일은) 어떻게 합니까?" 라고 항변했겠습니까.
이 책의 저자 탈북민 여성작가 경화님은 자기 글에서 북한의 실상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
저는 진솔하게 북한을 알리는 이 글을 읽으면서 너무 감동해서 떨리기도 했습니다.
탈북민 여성작가는 북한 개성에서 태여나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노동현장에서 일하다가 좀 일찍 결혼해서(만 21세 나이) 함경도 쪽에서 이사해서 살다가 탈북했다고 했습니다.
이 분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얘기를 읽으면서 저와 비슷한 연령대일 것이다고 추측했습니다.
개성에서 태여나서 자란 여성이 어떻게 함경도 쪽으로 결혼해서 갔을까?
특히 북한의 개성시는 남한과 인접한 도시들 중에서도 "특별관리" 지역 입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제대군인들을 중요 산업현장이나 건설현장, 그리고 농촌과 간척지에 집단 편성 배치합니다.
함경도 지방은 북한의 중요 기간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함경도 지방에는 지리적 특성으로 유색광물과 철광석, 석탄, 희토류, 등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하자원이 매장되여 있어서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산업기반들이 생겼습니다.
(1943년 8월에 청진제강소가 조업 함)
해방후 북한 정부도 산업화, 공업화라는 세계적인 경제 발전 추세에 따라 이곳 함경도 지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데 2~3년 간격으로 제대군인들의 집단 배치가 이루어지는 곳 입니다.
북한은 제대군인들이 본 지역에 뿌리 내려 살 수 있게 타 지방 여성들이 그쪽으로 시집 갈 수 있게 정책적으로 독려 합니다.
탈북민 여성 작가 경화님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데 북한의 영화와 연속극, 북한과 남한의 대중음악에 대한 비교와 비평, 북한의 술 문화, 북한식 원재료 고유의 담백한 맛이 일품인 북한 음식, 북한의 인민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과 배움(작가의 연령대 기준), 북한 여성노동자들의 육아와 사회활동 등의 순서로 재미있게 서술하였습니다.
작가는 또한 남한에 들어 와서 난생 처음 은행거래를 해보았던 일, 3개의 자격증을 따기위해 밤을 새가면서 고군분투했던 일, 그리고 남북한 의료 비교와 차이, 그리고 자신도 한국에 들어온지 20년이 지났지만(1998년도에 한국에 온 하나원 초창기 정착교육 수료생) 아직도 정착과정에 살고 있다면서 그동안 겪었던 남한 사회에서의 편견과 차별을 정말로 솔직 담백하게 쓰고 있습니다.
남과 북, 두 사회제도를 비교하고 비평하며 쓴 글은 마치 재미있는 옛 이야기처럼 저에게는 읽혀 집니다.
* 아래는 책에 나오는 순서대로 글을 발췌한 부문을 소개합니다.
... ...
모쪼록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거든, 나와 같은 일반인이면 스스로 겪고 듣고 보아서 알고 있는 딱 그만큼만,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던 고위층들은 또 그들이 알고 있는 만큼만 더도 덜도 말고 보태지도 말고, 양심껏 전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한반도가 통일이 되였을 때 서로 불신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또 서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발 먼저 경험을 한 우리 탈북자들이 양심적으로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남북이 교류하며 문화적인 힘을 키우게 된다면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얼마나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올까 하고!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지만, 우리 세대에 하나가 된 한반도가 완성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
... ...
그 정착금이 어찌 보면 죽음을 무릅쓰고 사선을 넘어 온 자신들의 목숨 값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탈북자도 있을까.
... ...
... ...
북한에서 잘 먹고 잘살고 좋은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도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라고.
나 같은 사람은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인생이 전화위복이 될 순 없다는 것을 ... .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북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을 들으면 좀 우습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 ...
* 이대목에서 저의 개인적인 견해를 첨부해서 설명을 드리면 국민의힘 당에서 태영호를 비롯한 북한 출신 엘리트들을 국회의원으로 끌어들이는 현상을 보며 참다 못해 이렇게 개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방후 남한의 이승만이 자기가 대통령이 되려고 친일파들로 정부를 꾸려 한국에서의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처럼,
오늘 날 북한에서 수많은 인민들이 굶어서 죽거나 탈북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다름 아닌 북한에서 고위직에 있던 탈북자들인데 그들을 또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을 보니 소위 한국의 보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얼 빠진 사람들 이다.) 고.
... ...
나는 통일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북한사람들이 갑자기 한국과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 노출되였을 때 과연 어떤 혼란과 혼선이 빚어질지 걱정이 많다.
나의 좁은 소견이지만,
하나의 체계를 가진 통일보다는 한 나라에 두 정부를 가지고 서로 교류하고 어느 정도 절재를 지켜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정치체제라고 본다.
... ...
... ...
북에서 식량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때까지는,
서로 돕고 이끌면서 화목하게 살아 왔다고 나는 기억한다.
... ...
... ...
또 호강시키려고 자식들을 데려왔다가 취업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오히려 괴로움과 고통만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시도를 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을 때가 있는게 사실이다.
... ...
... ...
취직하려고 하면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당했다.
결혼을 해도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시댁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 ...
... ...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들으라는 듯이 '한국에도 못살고 한 끼 식량을 벌기 위해 별의별 일을 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자꾸 탈북자들을 받아주는지 모르겠다' 고
불평을 해댄다.
내앞에서 대놓고 '한국도 어려운데 왜 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살려고 왔어요. 나도 살려고 왔습니다!"
... ...
... ...
북한사람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편견이 심했기 때문에, 나도 처음에는 내가 누구라는 걸 숨기고 살았다.
... ...
* 저도 처음엔 스스로를 조선족이라고 거짓말 했었습니다.
... ...
남한에 와서 북한과 관련한 정치 뉴스,
특히 예전엔 김정일국방위원장에 대한 검증되지도 않은 추측성 보도들을 접할 때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웠다.
... ...
...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사람들도 알지 못하는 "김정일의 기쁨조"니, 뭐니 하면서 보천보경음악단, 왕재산경음악단 같은 예술인들을 우숩게 취급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 ...
... ...
한국에선 웬만한 직장인들까지도 노래방과 다방을 찿아다니며 도우미 여성들을 불러내 추잡한 짓들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나는 북한이 잘하고 남한이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따지는 사람들이,
떠도는 말과 추측만으로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 거북하다는 것이다.
남한의 언론매체가 그러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북한의 별것도 아닌 정보를 가지고 '특종'이라고 떠들어댈 때는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 ...
* 그야말로 통쾌한 비평입니다.
... ...
한국에서 살아가는 탈북자들 중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을 포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부문이 있어서 인지, 한국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인지,
뻔한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만약 자신이 체제가 다른 북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적응하기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을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 지금 한국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겹게 살아 가고 있는지 한 번 쯤 생각해 줬으면 한다.
... ...
독후감을 쓴다 하면서 책을 읽은 저의 느낌과 감동, 그리고 견해같은 것들이 있었을텐데 오롯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경화님의 글을 더 많이 발췌해서 소개하는 것은 작가 경화님의 글이 저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책을 사서 읽어보면,
정말로 한국에 들어 와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생활과 통일의 상대인 북한을 잘 알아 장차 남과 북이 결혼을 해서 살면 좋겠다는데 관심있는 한국사람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을 보는 내내 눈길 한번 돌리지않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만큼 속이 후련했고 또 이 글을 써서 책으로 낸 탈북민 경화님이 경의로웠기 때문입니다.
더 솔직한 말은 이 책이 많이 작고 얇았습니다.
책속에 있는 소제목과 문장들 몇군데에 "새터민"이라는 단어도 씌였는 데 ... ...
제가 볼 땐 편집과정에서 편집자의 주관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새터민"이라는 단어를 그 무슨 "호칭"이라고 쓰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싫어합니다.
그런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여성을 가리켜서 "장밋꽃"이라고 빗대여 불러 놓고 그들, 여성들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또 여성들의 인권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있는 것을 보는 같은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새터민"이라고 부르면서 다가오는데 그때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바로 고쳐 드립니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자신들을 '장애우'라고 불러주면 그렇게도 싫어 한다는데 그와 같군요" 하면서 바로 수궁합니다.
저도 이 독후감을 읽어주실 모든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데 탈북자는 그냥 탈북자 입니다.
이렇게 탈북자라고 부르기가 좀 껄끄러우시면 그냥 인심 한번 크게 써 주셔서 탈북자 대신 "탈북민"이라고 불러 주시면 고맙습니다!
가장 직설적인 표현이 진짜입니다.
끝으로 탈북자가 쓴 책이라 나는 죽어도 읽지 않겠다했던,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내 속에 자리 잡은 "편견"이 있던 저에게 기어이 이 책을 사서 보내주면서 꼭 읽어 보라고 권해 준 다정한 페이스북 친구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2023.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