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
프리콘은 건설 전문용어로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저자는 책의 제목으로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건설 프로젝트에서 초기 기획 단계와 건설 단계에서 원가와 공기, 품질, 안전에 관한 사항을 검증하고 관리함으로써, 프로젝트의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시공과정의 변경 가능성이나 오류발생을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이라 설명한다. 요즘 TV광고에도 많이 프리 콘이 나와서 일반 시청자들은 저것이 무엇인가? 의아해 할 듯하다. 저자 김종훈 회장은 1949년 생으로 경남 거창 사람이다. 세계적PM/CM기업인 ‘파킨스’와 합작으로 ‘한미글로벌’을 설립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현장책임자로 초고층 빌딩전문가라는 타이틀를 얻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며, 역사의 기록이다. 건축은 그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지배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공간의 힘은 조망이 좋으면 환자도 빨리 회복한다는 임상 결과는 많이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종종 혼동한다. 프로그램은 단일 프로젝트가 여려 개 합쳐진 형태다. 프로젝트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고, 프로그램은 여려 프로제트들이 각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발생할 중복이나 의존 관계를 관리하여 궁극적으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런던 ‘데이트모던’ 미술관은 버려진 템스 강 지역의 화력발전소를 개축하여 세계적 미술관으로 개축한 예이다. 터빈이 있던 홀을 천정높이를 활용하여 ‘현대커미션’이란 이름의 전시회가 해마다 열린다. 아파트건 공공시설이건 낡은 건물을 무조건 부수고 새롭게 짓는 우리나라의 재건축 풍토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철학이 달라져서, 제대로 지어 보존하고 후세에 남기려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우리나라의 예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옛 청주연초제조창 즉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한 성공적인 예로 청주의 명물이 됐다.)
저자가 서울시 분쟁조정위원을 20년간 하면서 발견한 분쟁 패턴은 일정하다고 한다. 건축주는 가격이 싼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가 낭패를 당하는 예다. 계약 후 시공자는 저가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시공 중 설계변경 등 각종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올리고 발주자는 잘 모르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시공비를 올렸으면 시공자는 공사기간을 준수하고 품질을 유지해줘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하니 발주자는 돈을 못주겠다고 하고, 건설업체는 달라고 소송을 하는 것이 패턴이다. 반대의 경우는 돈을 안주는 등, 갑의 횡포를 일삼는 악덕 발주자도 종종 있다.
국내 건설 산업은 공급자 뿐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만들고 개선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공공 발주자의 문제도 크다. 건설시공사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나 보니 개발 사업이나 설계시공 일괄 입찰에서 설계사가 시공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형회사들은 정부에게 공사 발주 시 최저가 부당성을 주장하지만, 정작 자기네 아파트 설계 때는 최저가 설계자를 선호한다. 국내 건설의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은 우리나라의 낮은 설계 품질과 낮은 설계사의 위상 등 잘못된 관행에서 찾을 수 있고, 프로젝트 실패의 원인은 설계사의 설계수준과 역할 상실에서 찾을 수 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이야기를 보자. 건축주 ‘솔모먼 R. 구겐하임’은 1943년, 설계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미술관을 지어주시요.” 주문한다. 이 미술관은 달팽이 나선형의 구조물처럼 관람자 이동선이 먼저 승강기를 타고 꼭대기인 6층으로 올라가서 나선형 원통 구조를 타고 내려오면서 미술품을 관람한다. 별도의 층 구분이 없이 방문객들은 동선이 교차되는 일이 없이 경사로로 위에서 아래로 전 층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고, 중앙의 개방된 아트리움을 통해 몇 개 층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도 있다. 당시는 설계가 파격적이어서 다른 경쟁 아티스트의 반대에 부딪쳤다. 바닥이 3도 경사지고 역광이 미술품 감상의 방해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설계자는 16년간 법정 투쟁을 했다. 1959년 미술관이 완공되자 뉴욕의 랜드 마크가 됐으며 지금은 한 해에 12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발주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다섯 가지가 있어 참고 한다. 최고 경영자들이 추진하며 보이는 일반적인 성향이다. 첫째; 자기 조직 을 두고 싶어 한다. 둘째; 전문성이나 투명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여 발주자 역할을 시킨다. 셋째; 프로젝트에 깊이 개입하기를 좋아하고 일부 특별한 발주자는 절대 군주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밑에서 N0라 말하기 힘들다. 넷째; 저가 발주를 선호한다. 저가라도 계약을 발주자에게 유리하게 밀어 붙이면 프로젝트 성공에 별 차질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다섯째; 일부 최고 경영자들은 건설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밑의 책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들은 모두 프로젝트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발주자라고 판단된다.
국내 건설 산업에서 프리콘 활동이 낮은 이유는 설계, 시공 분리 발주 방식이 문제다. 설계는 설계업체가, 시공은 시공대형사가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에 반해 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프리콘 단계를 중요시 여겨 활동을 강화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프리콘 단계에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친 후 공사를 시행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여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마리아 베이 샌즈’는 싱가포르의 전략적 프로젝트다. 동남아시아의 최초의 도심형 복합 리조트 건설을 기획했다. 1965년 말레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는 이후 도박과 마약 등 사회적 부조리 퇴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허가하자 종교단체와 사회단체가 반발했다. 정부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을 사업자로 선정해 착수했다. 높이 200미터가 넘으면서 피사의 사탑보다(5.5도) 10배 기울어진 (52도) 3기의 타워가 배 모양의 길게 뻗은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디자인 자체가 독특하여 사람의 눈길을 당긴다.70미터가 하부에 받침이 없이 상공에 돌출된 캔틸레버(외팔 보) 구조를 하고 있다. 지상 206미터에 떠있는 스카이파크의 수영장 또한 일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미글로벌이 발주자 프로젝트의 매니지먼트 조직에 참여했고, 쌍용건설은 호텔 시공을 27개월이란 짧은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도심형 리조트 사업은 발상의 전환으로 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40년 간 지켜온 도박 금지라는 금기마저 깨트린 혁신의 산물이다.
이 책은 건축을 전공한 사람은 필독서이자, 아는 내용이만 일반인은 PRECON이란 이름부터 생소한 책이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인간사는 어디 한 곳, 어느 곳도 바른 생각이 정도라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진 직종인 건축분야에 누구나 발주자의 반열에 오를지 모르는 앞날에 미리 읽어두면 좋은 내용이라 기록하여 둔다.
2020.08.13.
PRECON
김종훈 지음
MiD간행
첫댓글 건축에 대한 글로써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감사합니다.
저자 김종훈 선생과 小生은 조그마한 인연있습니다.
오래 전 1984년으로 기억합니다만 쿠웨이트의 HYATT호텔에서 GCC 즉, 걸프만頂上회의가 열리게 되어 그 회의장을 당시 H주택에서 맡게 되어, 김종훈선생이 소장으로, 소생은 S/D을 담당하여 잠시 같이 근무한 일이 있습니다.
그후 감리의 개념도 없었던 우리나라에 김소장께서 CM(Construction Managemant)을 처음 도입하고, 적용한 그 첫 PROJECT가 상암경기장으로 기억합니다.
잠시 옛 생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솔 벗님도 건설인이시군요!
지난 달에 건설회보에 이 달의 추천도서를 보고 몇 권 골라 산 책 중에,
김명자 장관님과 김종훈회장의 책은 읽고 아직 안 읽은 것은 우선 순위가 밀리고 있습니다.
솔 벗님도 같은 건설인이고 건축 전공자가 같아서 더욱 반갑습니다.
지난 번에도 격려의 댓글 고마웠습니다.
요즘 펜테믹 세균난리에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류재훈 아, 그러시군요,
유선생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래 전 IMF 당시 건설을 떠났고, 이후 그저 悠悠自適이라기보다
隱遁하고 있는 셈입니다.
때로 후회될 때도 있지만
요즘은 젊어서 하지 못했던 공부한다 생각으로 마음의 위안 삼고 있습니다.
저는 유선생님처럼 인문학적으로 두루 깊은 내용의 책들은 섭렵하지 못하고 제가 필요한, 지극히 좁은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립니다.
어떤 경로일지 모르니 누구나 조심해야할 듯힙니다.
이직은 많이 덥습니다.
태풍도 온다하니 두루 살피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