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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엽혹진 조류콘
까마귀가 똑똑한건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들의 지능에 대하여 다소 과장되거나 저평가되는 면이 많은 듯 하여 이 글을 씁니다.
까마귀 지능 순위는?
몇몇 사람들은 무언가를 순위를 정해 등급을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동물의 지능도 예외는 아닌데요,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가보면 침팬지가 1위, 범고래는 2위... 이렇게 나열되어 있을 겁니다.
물론 근거는 대부분 IQ죠.
까마귀의 아이큐는 40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보셨나요?
아이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입니다.
또한 동물이 어디까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선보일 수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우며 이를 수치화하기는 더욱 어렵죠.
물론 이렇게 몸과 뇌 크기의 비율이 평균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판단하기도 합니다.
선 위에 있는 동물들이 영장류, 돌고래, 까마귀 등등 똑똑하긴 합니다만 이게 지적 능력에 완벽하게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르페브르라는 분께서 새들의 IQ를 측정해 나열하신 적이 있는데요,
이때 기준은 독창적인 행동(창의적이라 평가되는 행동) 이었지 영리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밀림 깊숙한 곳의 앵무새들은 독창적 행동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IQ가 낮게 나왔죠.
또한 동물의 지능 면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보통 학계에서는 앵무새, 까마귓과. 영장류, 장비류, 고래류 이 다섯을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 가장 지능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지적 분야에서 뛰어나기에 누가 더 영리하다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까마귀가 도구를 잘 써요?
매우 잘 사용합니다. 야생에서 뉴칼레도니아까마귀의 경우 나무 구멍속 유충을 꺼내기 위해 판다누스라는 식물이나 나뭇가지를 자신이 다듬어 갈고리 도구를 만듭니다.
그런데 도구의 모양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죠.
일종의 문화가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륙의 까마귀들도 견과류를 부수기 위해 차도에 떨어뜨려 차가 밟고 지나간 후 초록불이 켜져서야 내려와 부서진 견과를 먹기도 합니다. 교통 질서를 잘 지키는 건 덤이고요.
야생 상태에서는 이만큼만 잘 사용해도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까마귀에게 어렵지만 이들의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여러 과제를 줍니다.
물론 이들은 포획된 상태에서도 도구를 잘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도구의 정교함이나 제작속도 등은 침팬지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일단 가장 유명한 사례는 베티라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의 사례일 것입니다.
부리가 닿지 않는 깊은 관 속에 고기를 넣어놓고 철사를 주었더니 이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든 후 미끼를 꺼내먹었죠.
이게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게 베티는 태어나서 철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새가 멍청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빅엿을 먹임과 동시에 새들도 머리를 쓸 수 있다는 주장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테스트는 야생에서 도구를 쓰지 않는 떼까마귀도 통과했습니다.
이는 까마귀에게 '통찰력' 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솝 우화에서 까마귀가 물병 속에 부리가 닿지 않자 돌을 넣어 수위를 높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실험 결과 이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출출한 까마귀에게 물이 든 시험관에 먹이를 띄워서 주었습니다.
까마귀는 이내 추를 넣어 물높이를 올린 후 먹이만 건져먹었습니다.
마지막에 보시면 돌을 넣는 것과 수면이 오르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을 때(U자 관 실험이라 합니다.)에는 실패했는데, 이는 까마귀가 원인과 결과를 직접 눈으로 봐야만 믿는다는 증거입니다.
이게 까마귀가 인과 관계를 이해한다는 근거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많은 듯 합니다.(논문 번역하느라 죽을 맛입니다.)
그러면 까마귀만 똑똑해요?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반에서 전교 1등이 나온다고 나머지가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죠. 다른 새들도 매우 영리합니다. 일단 까마귀 친척과 앵무새는 똑똑한 것 널리 인정받으니 제외합니다.
해오라기의 경우 빵조각을 미끼로 물고기를 잡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자신이 잡지 못할 만큼 큰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 하면 빠르게 미끼를 회수합니다.
비둘기 역시 숫자도 잘 세고 인간의 인프라들을 잘 활용합니다. 심지어 몬티 홀 문제라는 확률 문제의 정답률이 인간보다도 높다고 하네요.
두루미과 새들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국제두루미재단 등에서 기르는 두루미 15종을 30년 동안 관찰한 결과 두루미의 음성 언어는 원숭이의 2배인 약 60 가지 정도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또한 나이든 개체가 이동에 가장 적합한 경로를 어린 녀석들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집트대머리수리의 경우 타조알에 돌을 던져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먹죠.
벌새는 자기가 꿀을 빨아먹었던 먹었던 꽃의 위치를 기억해 꿀이 다시 리필될때까지는 그 꽃을 방문하지 않습니다.
남극도둑갈매기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구별하며 기억합니다.
(나중에 따로 다룰거니 알아두기만 하시면 됩니다.)
까마귀가 장례식을 한다면서요?
까마귀, 어치, 까치등의 새가 죽은 동료 옆에서 시끄럽게 울다가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새들이 동료의 죽음에 슬픔을 느낀다는 것은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는 바입니다.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영장류나 코끼리에게서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장례식같은 행위는 단순히 죽음을 슬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카엘리 스위프트 박사는 박제 까마귀, 즉 죽은 까마귀를 까마귀들이 있는 장소에 가져다 놓은 후 매나 가면을 쓴 사람이 주변을 맴도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이내 까마귀 중 하나가 시체를 발견하고 최대 15마리까지의 까마귀들을 불러모읍니다.
그러고는 약 10~20분 동안 울다가 우두머리만 남고 모두 날아갔습니다.
가장 강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까마귀를 잡고 있는 매 옆에 사람이 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까마귀들은 이후에도 6개월 동안 가면을 쓴 사람을 알아보고 사납게 울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쯤 되면 다들 의미를 이해하실 겁니다. 까마귀는 동료의 죽음에 슬픔을 느낀다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 동료가 어떻게 죽었는지 파악하고 그 상대를 기억합니다.
매가 죽은 까마귀를 잡고 있고 옆에 사람이 있다, 이건 매사냥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식욕이 왕성한 붉은꼬리매라도 까마귀는 가끔, 그것도 한 마리만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작정하고 까마귀를 소탕하러 나선 매사냥꾼이라면 어떨까요?
까마귀들은 매사냥꾼이 훨씬 위험하단 걸 알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6개월 동안 '까마귀 살인마'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5년 동안 인간의 얼굴을 기억한다고도 하고 어떤 연구에선 최대 9년간 기억한다고도 합니다. 이들이 야생에서 10~20년을 사는 것을 감안했을 때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죠. 2008년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 몇 마리를 포획한 후 놓아주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까마귀들이 그 사람을 알아보고는 위협했다고 합니다. 즉 잡혔던 까마귀가 자신의 경험을 동료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거죠.
즉 까마귀 입장에서는 자신의 동료를 죽인(혹은 죽였다고 생각되는) 자를 오랜 기간동안 기억하며 마주칠 때마다
"니가 죽였지? 니가 우리 친구를 죽인 놈이지?" 이러는 겁니다.
독수리 타고다녀요?
아뇨. 인터넷에 여러 짤방 돌아다니죠? 흰머리수리, 대머리수리, 수리부엉이, 솔개 등 다양한 새들의 등에 올라타는 사진이 상당히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까마귀가 독수리를 타고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새가 난다는 건 유체 속에서 완벽한 균형을 맞추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까마귀가 올라타면 당연히 공기저항 때문에 제대로 날 수도 없을 뿐더러 까마귀 역시 날아다니는 독수리 등에서 균형을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저 사진은 뭐냐 하면...
괴롭히는 겁니다. 맹금류들이 까마귀의 잠재적 포식자다 보니 마구 괴롭혀서 영역 밖으로 쫓아내려는 행위죠. 물론 대머리수리의 경우엔 까마귀를 잡아먹지 않으니 그냥 시비걸고 놉니다. 이들은 맹금류가 등 뒤는 공격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등위를 때리는데, 이때 타이밍이 절묘한 탓에 까마귀가 마치 맹금류의 등에 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육지에 있을 때 대머리수리의 등 위에 올라가서 놀기도 합니다.
노는게 제일 좋아
지능이 높은 동물들은 대부분 천적의 위협을 적게 받거나 아예 안 받습니다. 범고래나 코끼리같은 경우 다 자라면 무적이죠. 침팬지도 표범을 빼면 걱정할 게 없고 앵무새도 맹금류만 좀 조심하면 됩니다. 까마귀도 딱히 포식압을 많이 받는다거나 하진 않습니다.뭐든지 먹어치우기 때문에 대부분 먹이 공급도 안정적이고요. 따라서 경계나 먹이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며 남는 시간이 많이 생깁니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 주변의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기가 쉽고, 이에 따라 호기심이 많아지고 지능이 높아집니다. 생존에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여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자 동물들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놀이입니다. 코끼리와 앵무새는 음악을 틀어놓으면 박자에 맞춰서 춤을 추고 범고래는 노래를 부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dWw9GLcOeA
https://www.youtube.com/watch?v=YbdNtC4V3IM
https://www.youtube.com/watch?v=j7Aw8XAprrE
https://www.youtube.com/watch?v=RZ3o5S61lBY
까마귀 역시 빠질 수 없는데요, 나무줄기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경사로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고양이나 강아지를 놀려먹기도 합니다. 놀이 행동이 가장 발달한 종류 중 하나죠.
까마귀 관련한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시면 꼭 한 분 쯤은 까마귀가 얼마나 영리한지에 대한 썰을 풀고 계십니다.
읽어보면 재미있어요.
효도하는 새 맞아요?
일단 반포지효라 해서 새끼가 자라면 둥지에 있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까마귀는 어느 정도 자라면 가족과 함께 둥지를 떠나서 살다가 독립합니다.
이러한 말이 생기게 된 원인은 둥지를 떠나기 직전의 까마귀들이 몸에 난 솜털 때문에
어미보다 커보이는 것에서 생겨난 오해로 추정됩니다.
물론 까마귀 군집 내에서 경험이 많은 나이든 까마귀가 우대받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또한 잘 살아남아서 유전자를 전파하는 것 자체가 부모 까마귀들에 대한 효도이긴 합니다.
이외의 재미있는 사실들
까마귀는 7살 아이와 인지능력이 유사하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유사한지는 불분명하고 반박의견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까마귀가 엄청 영리하다는 거죠. 여기에 더불어 야생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들도 가지고 있으니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할지도 모릅니다.
산갈가마귀라는 까마귓과 새는 3만개의 씨앗을 5000개의 장소에 저장한 후 6개월 후에 거의 대부분을 기억해서 찾아먹습니다. 사람 보고 하라면 못할 것 같네요.
아프리카의 두갈래꼬리바람까마귀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포식자가 나타나면 미어캣들에게 경고해줍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먹을 날벌레가 부족해지죠. 그래서 땅을 파서 먹이를 찾는 미어캣들을 속입니다. 경고음을 내거나 보초의 목소리를 흉내내 미어캣들을 도망치게 한 후 먹이를 차지하죠.
이 짤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근데 바람까마귀는 까마귓과가 아니라 바람까마귓과입니다.(= 까마귀 아님)
여러분도 속았습니다.
사람 말도 하는데 이건 의미를 이해한다기보단 단순 성대모사입니다.
뭐 그렇다 해도 주의깊게 상대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사실 곡물을 더 좋아해서 곡물을 바치면 선물로 화답합니다.
어쩌면 인류가 사라진 후 그 자리를 까마귀가 차지할지도 모르죠.
첫댓글 뭐야 날개달린 사람이잖어 ㄷㄷ
까마귀 군집생활하면서 각 군집마다 가진 생활규칙도달라요 하나의 새무리인데 인간사회처럼 각각의 무리가 생활규칙이다르다는게신기함 규칙어기면 그거나름대로벌도있음
전에 공포새 글도 재미있었는데 새전문가시군요ㅋㅋ
반포지효라는 사자성어가 정말 괜히있는게 아닌듯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눈위에서 썰매타고 뒹굴거리는 영상 넘 귀엽네요. 똑똑한 줄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