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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엽혹진 조류콘
작년에 갔었던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진입니다.
동물복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된 동물원이라 하여 한번 가봤습니다.
여름에 가서 새들 빼곤 다 늘어져 있더군요.
사진은 모두 제가 찍었으나 강력한 태양빛과 수전증, 성능 나쁜 폰카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선명하지 못합니다.
사실 초점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바로바로 찍고 관찰만 했었네요.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조류 사육장은
최대한 넓은 공간 +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 조성 + 충분한 휴식 장소 + 자유로운 비행 가능 + 본능/호기심 충족 시스템
이게 모두 만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행을 운동으로 바꾸면 모든 동물들 사육장에 적용되겠죠.
공작마을
큰 새장 안에 보도블록 깔려있고 공작들이 돌아댕깁니다.
나무도 많고 시설도 넓어서 상당히 잘 조성된 시설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관람객들이 공작에게 피해를 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만 공작의 순발력을 얕보아선 안 되겠죠.
길막도 합니다.
지붕위에서 한마리가 늘어져 있더라고요.
고양이에 이어 공작도 액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래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마음이 편하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나무에 올라가 쉬기도 하는데, 공작의 위장 실력을 확실하게 만나고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공작은 지상성 조류라서 올라갈 장소가 없으면 날지 않습니다.
이렇게 나무가 있으면 쉴 수도 있고 비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이 가능합니다.
물도 흘러서 엄마공작하고 애기공작들이 물 근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열대조류관
구관조입니다. 말을 한다는데 말 시켰더니 대답이 없습니다. 뭐 말이란 게 자기가 하고싶을때 하는거지만요.
사육장 넓이도 좁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상적인 조류 사육장은 높이가 높은것보다 가로로 폭이 긴 사육장입니다. 새들이 수직보단 수평비행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왕관비둘기. 덩치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원처럼 사랑앵무 사육장은 준수합니다.
사육사분들께서 장난감을 설치해주고 계셨습니다. 지능이 높은 앵무새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장난감은 필수입니다.
로리앵무새들인데 굉장히 아름답지만 물똥을 싸는 애들입니다. 바닥이 깨끗한걸 봐선 관리도 잘 되고 장난감이나 공간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근데 자해를 한 흔적이 보입니다. 관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대형앵무 사육장의 정석입니다. 넓은 공간과 비행 장소, 원목 횃대, 사회적 무리 형성, 제한적 관람까지 지금까지 봤던 앵무 사육장 중 최고입니다.
왕관앵무, 썬코뉴어, 아마존, 마코앵무같은 앵무들이 있었습니다.
붉은코뿔새 커플. 수평으로 긴 이상적인 사육장입니다.
관람객들의 눈을 피해 쉴 수 있는 장소가 뒤쪽에 있습니다.
다행히 얘들이 밥 먹을때 찍어서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솔로일때 가서 약간 마음이 아팠습니다.
로리키트, 카이큐, 뉴기니아
부채머리(투라코)
마코앵무새
쟤는... 아마 찌르레기의 일종일 겁니다.
(푸른찌르레기라는군요.)
호주관
이 멍청이 조류콘이 화식조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ㅠㅠ
에뮤입니다. 눈빛이 살벌해요.
맹금사
리모델링 중이라 새들은 없었습니다만 빈 새장을 보니 처참하더군요. 수평비행은커녕 활공조차 못 할 수준입니다.
사실 맹금류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지 못하면 인기가 없어지고 그냥 방치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매나 수리는 아무래도 날아야 멋있겠죠.
아무튼 리모델링된다니까 기다려 보는게 좋을듯 합니다.
황새마을
검은머리따오기. 이집트 신화에서 토트의 뚝배기를 장식한 그 새로 보입니다.
아프리카관두루미(관학)입니다. 감탄하며 보다가 알 품고 있는걸 봐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습니다.
저번에 새끼 지키려고 코끼리한테 덤볐다는 새가 바로 이 관학입니다.
벽이 통째로 유리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얘네는 두루미 종류중 유일하게 나무에 앉을 수 있습니다.
홍따오기. 사육공간은 적당하고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큰물새장
매우 준수합니다. 공간도 상당히 넓고 특히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할 정도라서 새들도 상당히 만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면적과 사육밀도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접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창으로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는 새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목적을 두는 것 같습니다. 물론 두루미나 펠리컨이 사람을 공격해서 크게 다치게 할 가능성도 있지만요.
먹이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냥해먹도록 유도합니다. 동물의 본능을 유지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새끼들도 잘 키워냈습니다.
왕두루미가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키가 큰 친구입니다.
최대 180의 키를 자랑하는데 엄청 컸습니다.
빨간 가면을 쓰고 벌레와 각종 동식물을 먹어치우는 모 유튜버가 생각났습니다.
뒤쪽의 폭포와 호수가 예술입니다.
관람창 앞에서 무심하게 깃털을 다듬고 있습니다.
홍부리황새. 물고기 있는 장소에 안 가고 풀숲을 뒤지는 애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풀벌레를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펠리컨들은 멀리서 놀고 있습니다.
관람대 이외의 장소는 풀숲으로 덮여있습니다.
황새가 날아다닙니다. 태양광을 직빵으로 맞아 흐릿합니다.
홍학사
날개깃을 잘라 날지 못하게 해두었습니다. 물론 홍학들은 위험하지 않으면 거의 날지 않습니다. 공간은 뭐 얘들이 원래 바글바글 모여사는지라 큰 문제는 없을것 같긴 합니다만 물새장처럼 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홍학끼리는 서로 합사가 가능합니다.
보통 동물원 하면 동물의 자유를 제한하고 구속해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 생각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특히 실내동물원같은 경우에는 사자나 대머리황새같이 넓은 영역이 필요한 종을 몇 평 안되는 사육장에서 기르기도 하죠. 서울동물원의 맹금사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동물원은 동물을 학대하기 위한 곳이 아닙니다.
사실 야생에서도 동물들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먹이걱정, 천적 걱정, 번식 걱정만 해도 힘든데 인간에 대한 위협까지 있습니다.
새들 역시 힘들게 날다가 총에 맞아 죽고 농약에 중독되어 죽는 등 야생에서의 삶 역시 현재로선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동물들이 야생에서 더 행복할거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죠.
그래서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동물원은 필요합니다.
또한 동물 연구에 필요한 샘플(독사의 독이나 새의 깃털 등)도 동물원을 통해 입수합니다.
그러니 사실상 동물원 폐지는 현재로선 맞지 않는 말입니다.
야생성이 부족한 동물들을 야생에 풀어놓으란건 그냥 죽으라고 유기하라는 것과 동일한 헛소리고요.
물론 고래류나 코끼리처럼 이상적인 환경 조성이 불가능한 종들은 아예 동물원에서 보유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이런 종들은 후에 홀로그램으로 대체될지도 모르죠.
https://www.facebook.com/witheverland/videos/625824281197655/
새들의 비행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에버랜드의 '판타스틱 윙스' 공연)
당연히 동물을 유희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동물원은 동물원의 자격이 없습니다.
있어야 하는 동물원은 동물의 편의를 최대한 생각해서 이들이 자연에서처럼 자유롭게, 하지만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동물원입니다.
정말로 필요한 건 동물원 폐지가 아닌, '진짜 동물원'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동물원 측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제발 동물한테 이상한 거 먹으라고 주지 말고요.
새를 기르려는 자는 마땅히
깊은 숲속에 살게 하고,
강물과 호수에서 노닐게 하고,
진흙 속 물고기들을 잡아먹게 해야 한다.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편히 지내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장자
동물원의 모든 동물들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첫댓글 !? 아기공작도 있군요!
큰 물새장 천장은 어떻게 되어있는 건가요?
중심부에 거대한 축이 있고 커다란 원뿔 모양으로 막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