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서울 도봉구 한 중개업자)
“아직 이렇다할 시세 변화가 없어요.”(강남구 대치동 T공인 관계자)
보유세·양도세 중과를 담은 8·31부동산 대책 법안이 본격 시행된 연초에 둘러본 주택시장의 두 모습이다. 일부 강북권과 수도권 북부지역 아파트 값은 새해들어 약세를 보인다.
보유·양도세 중과에 비인기지역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권과 분당·용인지역은 딴판이다. 재건축 기대감이나 판교 분양 후광효과 기대등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본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강북권·수도권 북부는 썰렁=노원구 중계동 진로 대림아파트 32평형은 8·31대책법안 국회 통과(12월 30일)직후 시세보다 3000만원 싼 2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 38평형 역시 2000만원 내린 2억5000만원 선이다. 금호공인 관계자는“부동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그동안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 31평형도 1억8000만원선으로 약보합세다. 대우공인 관계자는 “장기 소외지역이어서 값 상승 기대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며 “흥정을 하면 앉은 자리에서 500만∼1000만원 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 88공인 김경숙 사장은 “올해부터 취득·등록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부과기준이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세부담이 늘었다”며 “이 영향으로 매수세가 많이 꺾였다”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 일대에도 소형을 중심으로 약세다. O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20평형대는 한두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떨어져 나와 있는데 아직 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며 “올들어선 그나마 있던 매수 문의도 종적을 감췄다”고 전했다.
경기도 남양주·의정부·동두천,인천 서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양주 호평지구에선 8·31대책 법안 통과 이후 입주를 앞둔 분양권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500만원 싼 급매물이 2∼3건 나왔다. 하지만 거래가 없다.
O공인 관계자는 “호평지구는 구리나 강북권 등 외지 사람의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인데 이들이 팔려는 매물이 제법 나온다”고 전했다. 평내지구 한 중개업자도 “시세보다 500만원 싼 매물이 적지 않지만 문의가 없다”며 “실수요자 마저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소식에 매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분당·용인은 덤덤=이들 지역은 8·31대책 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큰 동요가 없다. 강남권의 경우 최근 강남구 청담동 한양 아파트 재건축 허용 소식에다 이미 악재가 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주 드물게 나오는 급매물도 곧바로 소화되는 편이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3차 36평형의 경우 2일 시세보다 3000만원 싼 매물(8억원)에 팔렸다. 명가공인 박순애 사장은 “강북권이나 수도권 외곽 아파트를 팔아 강남권에 중대형을 실거주용으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이 때문에 급매물이 나오면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소화된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시세에 큰 변화가 없다. 개포주공 1단지 13평형의 경우 5억1000만원, 15평형은 6억6000만원 선이다.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청담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허용 여파로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호가가 들썩이면서 이곳도 값이 빠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재건축 기본계획 변경안이 결정·고시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강보합세다. 34평형의 경우 한달전 9억5000만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0만∼2000만원 더 줘야 한다.
분당과 용인일대는 대형은 보합세, 중소형은 강세다. 중소형이 강세인 이유는 3월 판교신도시 중소형 평형 분양에 따른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중개업자들은 풀이했다.
분당 야탑동 벽산경남 27평형은 지난달 초만 해도 4억300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1000만원 더 줘야 한다. 지난달 2억8000만원에 나와 있던 인근의 동아빌라 22평형도 집주인이 ‘3월 이후에 팔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
현대공인 관계자는 “판교 중소형 분양가가 분당신도시 같은 평형대 시세보다 낮다. 이런데도 집주인들은 판교 청약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변 아파트를 매입, 지금보다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 수지 2지구 현대 성우 아파트 24평형도 1억9000만∼2억원 선으로 지난달초보다 500만원 이상 올랐다. 정숙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만해도 대형이 강세를 보이더니 요즘은 소형이 오름세”라며“하지만 매도·매수자간의 호가 차이가 커 거래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