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가 더위를 식히다,
횡성 산채
횡성의 산채는 한우 부럽지 않은 맛이다. 건강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향과 식감은 졸고 있던 오감을 다시 깨어나게 하는 힘을 지녔다. 맑은 햇살과 청정한 바람을 맞으며 자란 산나물, 비옥한 토양에서 몸을 키운 더덕을 맛보는 것은 횡성 여행의 으뜸가는 즐거움이다.
산나물을 수확하는 산채마을 할머니
동대문 밖 제일가는 횡성시장, 횡성장에서 만나는 산채
해발 1,200m가 넘는 태기산, 청태산, 치악산이 동쪽과 남쪽으로 둘러 있고 북쪽과 서쪽으로는 발교산과 태의산, 성지봉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횡성. 횡성의 자연이 키운 청정한 농산물과 인심을 만나러 횡성장으로 간다. 다양한 특산물이 나고 교통망이 발달해 동대문 밖에서 제일 큰 시장으로 꼽혔던 횡성시장은 매 1일, 6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더욱 활기가 넘친다.
[왼쪽/오른쪽]활기 넘치는 횡성 오일장 풍경 / 직접 딴 뽕잎을 파시는 할머니
횡성장터로 들어서면 현대식으로 단장한 횡성시장 건물을 중심으로 수백 개에 달하는 노점들이 진풍경을 펼친다. 대로변과 좁은 골목을 따라 볼거리, 먹을거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횡성에서 난 농산물들이다. 집 마당에서 딴 앵두를 들고 나와 수줍은 얼굴로 맛보기를 권하는 아주머니, 뒷산에서 딴 뽕잎을 자랑하는 할머니의 미소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오일장의 매력이다.
봄에 수확한 더덕
계절마다 나는 다양한 산나물이며 봄에 수확했다가 저장해둔 더덕도 눈길을 잡는다. 특히 횡성의 더덕은 해발 400~600m의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라 그 맛과 향이 특별하기로 유명하다. 육질이 연하고 향이 짙다. 농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더덕이니 믿고 사갈 수 있어 좋다.
더덕은 씨를 뿌려 3년을 키운 후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더 수확한다. 봄에 거둔 것은 향이 좋고, 가을에 거둔 것은 씹는 맛이 좋다고 한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어도 좋고, 새콤달콤하게 초무침으로 먹어도 맛나다. 장아찌를 담그면 입맛 없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기 좋다. 생으로 갈아서 먹으면 폐와 신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횡성의 산채를 맛보러 나서보자.
직접 재배한 더덕으로 요리하는 식당, 계곡쉼터 녹지원
더덕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계곡쉼터 녹지원 전경
태기산 아래 자리한 계곡쉼터 녹지원은 더덕탕수육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쌉싸래한 더덕 향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다. 더덕정식을 주문하면 더덕탕수육과 함께 더덕구이, 더덕튀김과 무침, 더덕장아찌를 비롯해 다양한 나물이 상에 오른다. 더덕 뿌리를 하나하나 두드린 후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더덕구이는 고기처럼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더덕의 향도 살아 있다. 더덕탕수육과 더덕튀김은 어른 먹을 새도 없이 아이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녹지원의 더덕정식 상차림 [왼쪽/오른쪽]더덕 향과 달콤함이 조화를 이룬 더덕탕수육 / 더덕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더덕구이
부드러운 황태구이와 김자반, 매실장아찌도 맛나다. 철따라 나는 산나물도 함께 상에 오른다. 손맛 좋은 안주인이 직접 만든 맛깔스런 반찬들이다.
춘천이 고향인 녹지원의 주인 내외는 퇴직 후 횡성에 자리를 잡고 소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다 2001년부터 더덕 농사를 짓기 시작해 아예 더덕요리 음식점을 열었다. 수천 평의 밭에서 나는 더덕은 식재료로도 쓰고 판매도 한다. 직접 키운 더덕으로 요리를 만드니 상에 오르는 더덕의 양도 푸짐하다.
녹지원이라는 이름 앞에 붙은 '계곡쉼터'라는 설명처럼, 식당 앞으로 작은 계곡이 흐르고 주인 내외가 손수 가꾼 연못과 정원이 식사 후 짧은 휴식을 선물한다. 태기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것도 좋고, 옥잠화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화가 식재된 연못을 따라 걷고 정자 아래서 운치를 즐기는 것도 좋다. 식당 바로 옆 더덕밭도 구경할 수 있다.
오만가지 산채를 오감으로 즐기다, 산채마을
산채마을은 다양한 산나물을 직접 재배하고 아담한 숙박동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과 공동으로 산나물을 채취해서 각종 장아찌로 가공하고 판매도 한다. 마을에서 머물며 산나물 수확 체험도 하고, 마을 뒤편을 감싸고 있는 청태산 숲을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왼쪽/오른쪽]야생화가 반기는 산채마을 / 산나물을 수확하는 할머니들
낮은 언덕을 따라 만들어진 재배단지에서는 산나물을 뜯는 할머니의 구성진 노래를 듣고 자란 곰취, 곤드레, 산마늘, 두메부추가 싱싱함을 더한다.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아담한 숙박동들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면 맑은 햇살과 바람을 먹고 자란 들꽃들이 인사를 건넨다.
[왼쪽/오른쪽]산채마을의 산나물 밥상 / 임금님 수랏상 부럽지 않은 쌈밥 한입
마을 안쪽에 자리한 식당에서는 미리 예약하면 십여 가지가 넘는 산나물 장아찌와 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산채들로 한 상 넘치는 식사를 할 수 있다. 곰취, 참취, 두릅, 산마늘 등 귀에 익은 장아찌부터 산초, 염아자, 누룩취 등 독특한 향을 지닌 장아찌도 맛볼 수 있다. 막 뜯어온 참취를 넓게 펴고 그 위에 슬쩍 데친 땅두릅과 장아찌 한 젓가락을 올려 싸먹으면 입안 가득 숲의 향기가 번진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까지 귀를 즐겁게 한다. 칠첩반상, 임금님 수랏상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산채 하나로 누리는 오감만족이다. 간장이 기본이 되는 장아찌들인데도 짜지 않고 산나물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오랜 시간 산채마을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다.
더덕요리 어디까지 먹어봤니? 박현자네 더덕밥
[왼쪽/오른쪽]박현자네 더덕밥 전경 / 박현자네 더덕밥 더덕정식 상차림
더덕을 잘게 채 썰어 곤드레나물과 함께 밥을 지으면 어떤 맛일까? 박현자네 더덕밥은 더덕을 넣어 지은 더덕돌솥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더덕정식을 주문하면 스무 가지가 넘는 반찬이 함께 오르는데, 그 중심에 더덕밥이 있다. 밥알에 밴 더덕과 곤드레의 향이 좋아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왼쪽/오른쪽]더덕과 곤드레의 향이 어우러진 더덕밥 / 더덕으로 육수를 내 검은빛을 띠는 국수
더덕밥이 주인공이니만큼 더덕구이나 더덕무침 등 다른 더덕요리들이 조연으로 여겨질 정도다. 더덕샐러드, 더덕단호박무침 등 퓨전 요리도 상에 오르는데, 그중 더덕으로 육수를 낸 국수가 특별하다. 보기에는 평범한 멸치국수지만 더덕 향이 더해져 국물 맛이 오묘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식혜도 더덕 우려낸 물이 들어가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난다. 횡성을 여행하면서 꼭 한번 들러볼 만한 맛집이다.
여행정보
계곡쉼터 녹지원
주소 : 강원 횡성군 둔내면 경강로구두미1길 111
문의 : 033-345-1566, korean.visitkorea.or.kr
산채마을
주소 : 강원 횡성군 둔내면 삽교로 386
문의 : 033-345-9196, korean.visitkorea.or.kr
박현자네 더덕밥
주소 : 강원 횡성군 횡성읍 횡성로 59
문의 : 033-344-1116, korean.visitkorea.or.kr
1.주변 볼거리
숲체원 :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 033-340-6300 / korean.visitkorea.or.kr
횡성온천 실크로드 : 횡성군 갑천면 외갑천로585번길 15 / 033-344-4200 / korean.visitkorea.or.kr
풍수원성당 :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 033-342-0035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티파니모텔 : 횡성군 둔내면 고원남로 141 / 033-344-2274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웰리힐리파크 : 횡성군 둔내면 고원로 451 / 1544-8833 / korean.visitkorea.or.kr
청태산자연휴양림 :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610 / 033-343-9707 / korean.visitkorea.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