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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1.『바뀌는 계절』 4월의 날씨로는 근래에 없게 30도를 훌쩍 넘어 진기록을 세우더니 끝내 비가 오면서 주춤해졌다. 먼 길을 떠나는데 비라니 좀은 처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 돌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을비라면 쇠락을 재촉하며 겨울로 한 발 다가서겠지만 봄비다. 봄비는 소생하는 생명력에 힘을 실어준다. 대뜸 새로 핀 잎들이 빗물을 머금고 생동감이 넘치며 녹음으로 질주하지 싶다. 산자락이 출렁거린다. 북쪽으로 떠난다. 겨울 추위가 아주 극심한 동토의 땅 연해주이다. 그곳에도 봄기운이 완연할지 궁금증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얼마 전 안내에서 10도 미만으로 아직은 싸늘하다고 하였는데 찾아가고 있다.
물론 여행에서 날씨는 아주 중요하다. 날씨만 잘 택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위도 상으로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북쪽에 위치하여 우리나라와는 한 달 내지 한 달 반은 절기가 늦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니라의 3월 초 중순쯤으로 여기면 되지 싶다. 그런데 그 어느 곳보다도 수시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서 또 하나의 변수가 된다고 한다. 바람이 온도를 뛰어넘어 추위를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날씨는 장기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정 일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날짜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기에 답답한 것이다. 다만 좋은 날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가까운 곳이 아닌 현지 날씨는 전혀 다를 수 있어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여 구름 속으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바닥은 설원이고 밝은 햇살이 쏟아졌다. 떠나면서 계절이 어중간하고 날씨에 민감하여 옷을 준비하기가 가장 애매하였다. 두툼한 겨울옷만 담기도 그렇고 가벼운 봄옷만 담기도 그렇고 망설이게 하였다. 그래도 준비한 우산을 펼칠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본국에서는 여름 같은 호우와 천둥번개에 벼락까지 악천후라는데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잠잠하여 다행이다. 새벽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으나 낮에는 햇살에 다소 덥게 느낄 만큼 여행하기 최상의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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