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언제까지 5.18로 먹고 살아야 하나]
해마다 5월 18일이 되면 광주광역시는 뜨거워진다. 전국에서 5.18을 기념하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고 각종 행사가 만들어진다. 1980년 당시 투쟁의 현장이던 금남로는 온통 5.18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수많은 현수막이 걸리고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가 진행된다. 광주의 1년은 5.18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광주를 뒤덮은 온갖 현수막과 구호가 하나의 정치적 목표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윤석열 퇴진이 5.18 정신’이라는 것이었다. 5.18 정신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 무슨 논리적 연관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광주에서 그런 시비는 무의미하다. 그냥 우기면 그걸로 끝이다. 반(反)대한민국 성향의 좌파들에게 5.18은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다. 좌파가 무슨 억지를 부려도 그걸 모두 합리화해주는 무기가 된 것이다.
광주시민의 동의가 없으면 이런 억지는 성립할 수 없다.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광주시민의 71.6%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5.18 관련 정책에 진정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대답이 그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사불란하다. 어쩌면 도시 전체가 이렇게 하나의 성향으로 똘똘 뭉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후 열흘도 되지 않아서 5.18을 맞았다. 그리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회의원 전원을 동반해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5.18을 무겁게 대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진정성이 없다?
아무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무작정 반대하고 시비를 거는 도구로 쓰이는 개념이 ‘진정성’이라지만 이건 너무나 억지 아닌가. 한마디로 좌파들이 광주시민을 가스라이팅하는 도구로 5.18이 악용되고 있는 사례라고 봐야 한다.
광주의 윤석열 증오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사실 5.18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윤 대통령과 현 정부를 증오하고 비난하는 도구로서 유용할 뿐이다.
그 비밀은 바로 광주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이다. 기업과 시장을 싫어하는 지역에 기업들이 투자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자리도 없고 경제가 좋아질 수도 없다. 그 대안이 시민단체, 노조, 정당 일자리 그리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어공 일자리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후 이런 일자리에서 일하던 호남 출신들이 대거 갈 곳이 없어졌다. 지금 광주가 윤석열에 대해 보이는 증오의 핵심에 이 문제가 놓여 있다.
기업 투자가 없는 광주에서는 정부 예산을 따오는 것도 중요하다. 아시아문화전당, 광주형 일자리(광주글로벌모터스), 한전공대 등이 이런 프로젝트들이다. 하지만 시장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명분만 강조한 이런 프로젝트들이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추가 예산 투입을 요구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낸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따오려면 결정적인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민주당이 정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5.18을 무기로 동원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증오의 비밀이 이것이다.
5.18은 광주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다. 민간 투자가 부족한 광주에 공공의 자원을 끌어오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산업화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5.18로 먹고살다 보니 광주의 정치와 경제는 심각하게 오염됐다.
5.18이 사실은 광주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광주를 ‘5.18 제사의 도시’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것이 광주와 대한민국, 5.18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