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사가 별로 없는 연극이었다는 점. 보통 사람은 말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연극을 보며 이해가 안 된다거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처음부터 물 흐르듯 극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대사를 대신한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이 훌륭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술집이란 연극에서 처음 뵈었던 여배우분은 그때도 느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너무 잘 소화하셔서 마치 연극이 아닌 실제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은 너무 흔하디흔한 이야기 소재이지만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3류 막장드라마가 되느냐 아니면 좋은 로맨틱 작품이 되느냐가 결정된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극중 주인공들의 연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80분이란 짧은 공연시간마저 길게 느껴질 줄거리지만 지루하지 않게 본 것은 순전히 연기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