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에서 방영되고 있는 〈엄마의 봄날〉(이하 봄날)은 제목 그대로 엄마에게 봄날을 되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을 위해서 한평생 헌신하고 남은 건 통증뿐인 엄마들을 직접 찾아가서 꼬부랑 허리를 펴주고, 구부러진 무릎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기적의 순간은 제작팀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노인척추전문의 신규철 박사가 있어 가능했다. 프로그램 초창기부터 기꺼이 〈봄날〉 팀과 동행, 산간벽지를 오가며 허릿병으로 쪼그려 앉지도 못하거나, 무릎이 아파 걷는 것조차 힘겨운 '어머니'들을 치료해왔다.
수많은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낸 그가 최근에 동명의 책 《엄마의 봄날》(조선앤북)을 펴냈다. 노년의 퇴행성 질환을 더 폭넓게 알리고, 올바른 인식과 예방, 그리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는 책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책에는 '작은 처'가 낳은 아이 셋을 자기 자식처럼 품은 어머니,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차디찬 갯벌에서 고된 삶을 살아온 어머니, 멸치잡이 배 한 척 장만하겠다는 일념으로 반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오다 허릿병으로 쪼그려 앉지도 못하게 된 어머니 등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과 더불어 증상별 치료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 말미에는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 운동법이나 영양 관리법 등 유용한 팁을 넣어 생활 속에서의 실천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2015년 시작된 '엄마의 봄날' 프로젝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가 잃어버린 봄날을 되찾을 때까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라는 신규철 박사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책 <엄마의 봄날> 펴낸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 〈엄마의 봄날〉 프로그램 방송 전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병원 개원 때부터 내원 환자 중에 평생 농사만 짓던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12년 전 농협에서 진행하는 1사1촌 자매결연 사업에 참여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2004년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을 시작으로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공근면 등 여러 지역과 자매결연을 하며 정기적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드리고 아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봄날〉도 이런 마음의 연속선상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요."
― 건강 100세 시대입니다. 척추가 건강해야 모든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목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척추는 우리 몸의 중심에 있는, 말 그대로 몸의 기둥 역할을 합니다. 이런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과 혈관까지 압박을 받아 그 영향을 받게 되지요. 신경과 혈관이 눌리면 혈액순환은 물론 몸의 기능까지 떨어져 내과 질환도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척추 질환으로 인해 허리가 굽으면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무릎에 하중이 가해져 퇴행성관절염이나 다리가 바깥으로 휘는 현상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몸의 기둥이 망가지면 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몸속과 관절까지 건강한 100세를 위해선 척추 건강이 필수입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척추 성형술 시술 기록 보유
― 방송이나 책을 보면 골 시멘트를 이용한 척추 성형술을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한 분이 신규철 박사님이라고 하던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연수 시절, 들것에 실려 온 척추압박골절 환자가 채 10분도 안 되는 간단한 시술 후 혼자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척추 성형술'의 효과였지요. 우리나라의 노인들이나 척추 환자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스승이자 세계적인 노인 척추질환 전문의 코스투익 박사를 사사하여 국내에 처음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에는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환자에게 탁월한 치료법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척추 성형술 시술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엄마의 봄날〉이 2015년에 시작해서 3년이 되어 갑니다. 지금껏 100명이 넘는 어머니들께 봄날을 되찾아줬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무척 추웠던 한겨울에 간월도에서 만난 남순 엄마예요. 50여 년 동안 남편과 함께 뱃일, 갯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다 혼자가 되신 지 2년째라고 하더군요. 이미 고된 일로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였고, 남편을 여읜 슬픔과 허리 통증으로 눈물 속에 지내는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치료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분은 10년 전 이미 척추유합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수술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고민 끝에 비수술적 치료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시술 직전 혈압이 너무 많이 올라서 시술이 지연됐어요. 알고 보니 바깥어른 살아생전에 병원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던 기억 때문에 병원만 보면 극도의 불안을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님을 안심시켜드리고 시술을 해드렸는데 결과가 좋아 정말 기뻤습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 배우 신현준, 가수 주영훈, 벤, 개그맨 박정수 등 계속해서 게스트가 바뀌어 왔는데,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던가요?
"의사로 살아온 저로서는 학회 발표 및 신문 인터뷰 정도 촬영이 전부였습니다. 방송 일이라는 것이 전무후무했던 터라 모든 MC 분들이 저에게는 스승이었습니다. 누굴 꼭 지목하는 것은 몹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모든 MC 분들이 어머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웃음 전도사 역할을 해줬으니까요."
― 우리의 평소 생활습관 중에 허리 건강을 해치는 자세는 어떤 게 있는지, 또 허리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본적인 동작 하나 부탁드립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에 올바른 자세 유지와 적절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층 대부분은 바닥 생활을 해 왔습니다. 상을 펴고 바닥에 앉아 식사하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눕곤 하지요. 이러다 보니 중장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닥에 앉을 때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리고 앉게 되는데 이때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은 서 있을 때보다 3배 이상입니다. 바닥에 눕거나 일어날 때 또한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지요. 이는 모두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가능한 한 바닥 생활보다는 식탁생활, 의자생활, 침대생활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또 가벼운 걷기와 스트레칭 운동은 허리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고 허리 근육을 호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허리 운동법입니다. 하루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4회 이상 실시하면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