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다리 4인방은 왕년의 산행대장 강요이와 인서비, 돌불 그리고 내가 구성 멤버인데 작년 모월 모일에 썩은 다리, 즉 범내골 부근의 무지개 다리 옆에서 한잔 징하게 펐다는 기억에서 붙여 본 이름이다.
돌불은 지역에 묶인 몸이라 자주 못 오는 관계로 돌불을 제외한 썩은 다리 3인방은 가끔씩 감만동 해물파전집과 남천동 노래방을 오가며 회포를 풀곤 했다.
나는 당분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은퇴 생활을 즐기다, 왔다갔다 하기가 싫어질 나이가 되면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어서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바다 수영을 하면서 살아야기에 원전이 없거나 원전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바닷가를 지도에서 살펴보니 고성이 적당한 곳으로 생각되었다.
9월 12일에 이어 두번째 지진이 부산을 강타한 19일 저녁 고성 출신 강요이와 시월초 연휴에 고성 경유 덕유산 산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9월의 마지막날 저녁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감만동 해물파전집에서 예의 썩은 다리 3인방이 다시 뭉쳤다. 알고 보니 인서비도 고성출신!
시월초 연휴에 태풍 영향으로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내일부터의 산행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 밤 늦게까지 통음이 이어졌다.
담날 12시반에 고려병원 뒤에서 만나 낙동강을 건너 서쪽으로 나아갔다.
늦은 점심을 해결해야겠기에 일단 진동으로 빠져나갔다.
인서비가 휘리릭 검색한 결과, 진동 고현횟집이 미더덕 비빔밥으로 유명하다는 것. 멍게 비빔밥처럼 향이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고 우아한 맛과 향이 우러나온다.
제철인 4,5월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타 지역으로 나가는 미더덕 공급처가 진동이라네. 예상치 못한 맛난 점심을 먹고 고성에 접어들자 비 소식은 온데간데 없다.
벽방산을 오르기로 했다. 입산 시각이 오후 4시다. 추분도 지났고 날도 흐리다. 정상 부근엔 안개가 자욱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인서비가 예전 산행에서의 사진을 보여주며 약을 올린다. 정상석에서 인증샷만 찍고 후다닥 내려오니 어둑해졌다.
저녁으로 회 먹으러 가자던 인서비는 섭섭했던지 주차장 가게에서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주문한다. 대단한 막걸리 애호가다. 막걸리협회에서 상 줘야 한다.
바닷가횟집에서 농어, 하모, 쥐고기 모듬회를 맛나게 먹고 대리운전으로 펜션에 도착하니 도예가인 주인아줌씨가 차를 대접한다.
차에 취한 건지 전작이 과한 건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더니 강요이가 북을 치고 있고 나는 춤을 추고 있네~
담날 아침 졸복탕을 먹으러 통영 서호시장으로 갔다. 담백하고 개운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지역마다 다른 밑반찬의 각별한 맛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는 인서비. 또 막걸리를 주문한다.
아니 온다던 비는 왜 안 오는겨? 식후 거제 망산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점심으로 마산아구찜을 먹고 가야겠기에 다시 고성으로 돌아가 거류산을 오르기로 한다.
들머리는 고성 출신 산악인 엄홍길 전시관.
강요이는 이런 걸 도봉산 밑에다 만들어놔야 구경하러 올 사람이 있지라며 투덜댔지만 고성에다 지어 놓으니 이렇게 널찍하니 여유로울 수 있겠다 싶다.
생수 외에는 보급품을 못 챙긴 탓에 11시부터 2시까지 딱 3시간만 거류산을 타기로 한다.
갰다 흐리다를 반복하지만 습도가 높아 반팔 복장도 무리가 없다.
봉우리 3개 정도를 오르내리며 능선을 종단해야 본 봉우리가 나타난다. 정상까지 가게 되면 우리가 예정한 산행시간을 초과하게 되고 누군가 보급부족으로 저혈당증세에 시달릴 것이다.
정상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미련없이 돌아선다. 빨리 아구찜을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린 아구를 고집해서 인서비가 알고 있는 오동동 아구할매집 으로 찾아갔다. 밑반찬은 오로지 동치미 한가지! 아구 하나로만 승부하겠다는 거이지~? 조아조아. 막걸리와 말린아구찜 의 조합이 절묘하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한참 되어서 인지 조용한 골방에서 막걸리 5통을 가볍게 비웠다. 식후엔 땀도 씻을 겸 술도 깰겸 목욕탕을 들렀다.
마산에서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범일동 썩은 다리로 돌아왔다. 산성막걸리와 생탁의 조합을 음미하기 위해서다. 명태전, 땡초 넣은 부추전은 블랜디드 막걸리로, 뼈 바른 닭발 연탄구이와 땡초 달걀말이는 소주로 깔끔하게 1박 3일의 여정을 마무리하다.
오늘은 옥돔, 도다리, 경장군, 해, 하장군이 마일리지를 쌓은 걸로 기억된다. 병후이가 국수 먹으러 나오지 않았기를 기대하며 또 하루를 안심한다.
누적주행거리
도다리 8,055 (41)km-1001B8K,MSG8000
하키 3,955 (24)km-0720B3K
경화이 3,737 (65)km-0806B3K
해공 3,683 (30)km-0814B3K
먹토 2,496 km-0624B2K
무공 2,491 km-0806B2K
RSG선달 2,469 km-0829B2K
상저이 2,054 km-0924B2K
돌불 1,489 km-0821B1K
옥돔 1,433 (57)km-0730B1K
선사 974 km
여행 974 km
홍의 639 km
병후이 605 km
굿맨 491 km
뽈라구 441 km
마루 329 km
창모 195 km
진메이
합계 36,508 (217)km
첫댓글 산행 중간중간 짬을 내 썼능갑네...
(며느리밑씻개, 맨드라미, 과꽃, 서양등골나무, 벌개미취)
쩝쩝...(입맛 다시는 소리^^)
"썩은 다리 4인방"이라...
언제 가입?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암튼 지금부터라도 맹심하겠슴다.^^
감사!ㅎㅎㅎ
홍장군. 통영이나 고성으로 은퇴 후 은거지 추천한다. 거제는 땅 값이 너무 비싸서 고성이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