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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남해여행을 떠나는 것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사이에서 봄앓이를 하고 싶어서이다.
관광버스는 코트깃을 세우며 미끄러지듯 잠실을 빠져나와 환상의 섬과 몽돌해변으로 오종종 떠난다. 가이드님의 낭낭한 인사와 유혹하듯한 일정에 가슴은 파도 물살로 일렁이며 고속도로와 함께 굽이친다.
진주통영 고속도로 고성 공룡나라 휴게소, 공룡부자가 반가운듯 달려들 기세다 매화꽃보다 먼저 그 앞에 화석으로 찍어둔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겹쳐본다. 그리고 그 위로 톡톡 거리며 떨어지는 겨울 햇살의 최후는 아름답고 봄의 소리는 정겹다.
충무에서 통영으로 새옷을 갈아입은 통영항구의 봄빛은 완연하다. 통영 항구에 발을 담그고 오수를 즐기는 고깃배는 아스라이 봄 햇살을 받으며 그물깁듯 봄을 집는다.
육지와 섬을 잇는 신거제대교 통영-거제-남해-여수-완도를 보다듬듯 이어주는 다리 내 마음도 너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다리가 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나도 저 다리 같은 삶을 살고 싶다.
거제 학동 몽돌 해변가 자잘 자잘 파도 소리에 갈매기가 해거름에 달려든다. 모래밭이 아닌 자갈돌해변 그리운 님들의 발자취가 돌로 변한것일까 돌맹이 하나마다 사연들이 사위한다. 시 위를 사그작 걷는 발걸음은 시를 퇴고한다.
도장포 선착장 오른쪽으론 바람의 언덕을 끼고 있어 바람이 많이 불지만 도장포 선착장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어머니의 치맛폭 같다.
바람의 언덕 누군가 떠나보낸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바람의 편지들만 주소불명인채 돌아온다.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을 구비구비 돌아본다. 하늘의 코발트 블루와 쪽빛 바다를 가로질로 해금강 유람여행은 눈부시게 시리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파도와 기암괴석 흰 포말 내가 파도가 되고 내가 기암괴석이 된다.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곶인데 더 이상 갈곳이 없다는 뜻이다. 바다의 금강산인 해금강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함성과 감동을 자아낼만한 곳은 없는듯하다. 유람선이 기암괴석을 돌때마다 십자동굴, 사자바위, 촛대바위 등 수없는 기암괴석들이 반긴다. 수천년을 한 연인만 바라본 사자바위 앞에 천년송이 피어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남해의 천국 외도를 향하는 혀끝에 파도 향이 맴돈다. 해금강의 비경에 감탄한 사이 파도의 물보라가 내 혀를 훔쳤나보다 그 뒷맛은 짭쪼름하다. 외도 관람, 배에서 내리는 순간 외도는 외도가 아니었다. 바다에 떠있는 파라다이스 섬안에 있는 천국 내가 외도를 걷는게 아니라 외도가 내 안을 걷고 있다.
신선이 거닐던 바위 그 옆으로 작은 몽돌 해변가가 펼쳐있고 츰츰한 바위는 한마리 학이 두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것 같다. 거북선과 소라를 먹는 내 눈꺼풀도 날개가 된다.
일상에서 잠시 탈출한 남해 당일 여행 빈 소라껍질에서 남해의 외도와 몽돌소리 그리고 올망졸망한 남해 바닷길 여행소리가 귀바퀴 돌아가듯 울린다.
가슴돋이 / 최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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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월 24일 남해 당일 여행, 완연한 봄 날씨에 에메랄드 푸른바다가 일렁거리듯 매화꽃과 유채꽃까지 보고 왔습니다...^^)
wow~ 사진과 더불어... 글솜씨가 참으로 좋으세요 *^^*
매주 토요일은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쓴 후기글인데 좋게 읽어 주셔서 감쏴...^^)
시인이신가....절로 감탄~~~
으메~~~ 시인은 아니구요/././. 여행하면서 잠시 잠시 느꼈던 부분을 글로 옮겨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