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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號)를 얻은 백마농우 화진포 나들이 <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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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농우 farmers club 멤버들이 올해도 봄철 파종과 모종을 끝내고 휴가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남해여행은 1박2일 동안 목포와 증도, 강진과 고금도 조약도, 고흥과 나로도 소록도 거금도 등 너무 많은 곳을 한꺼번에 다니느라 농사보다 힘든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곳에 머물며 느긋하게 쉬는 데에 주력하기로 했다. 농장주 영근이 이번에도 의정활동으로 인해 동행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행선지는 화진포!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 등이 위치한 휴양지 명소이니 누구나 한 번은 가 봤을 곳이지만, 뜻밖에도 동행 4명 중 3명이나 초행이었다. 그러니 기대를 걸고 나선 여행이었는데, 결과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 의미란 건 관광을 하며 얻는 앎과 보람과 즐거움 그런 것 외에도 있었다. 오랜 47년 지기들이 이후의 여생에서 서로의 관계를 향기롭게 만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더 의미가 있었다고 하겠다.
우선 가장 큰 의의를 갖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하철이나 공원 등에서 <경노우대>를 받는 <어르신>이 된 친구끼리, 이름을 마구 부르기가 좀 그러니, 우리가 명사들은 아닐지라도, 서로 허물없이 호칭할 수 있는 호(號)를 만들어 부르기로 하고 잠정적으로 정했던 것인데, 이번에 화진포 가는 차중에서 완전히 그리하기로 정한 것이다.
남의 별호(別號) 잘 짓는 편인 내가 제안했었다. 자전거 동호회 친구들의 닉네임도 곧잘 지어준 관록으로 나서 이뤄진 일이라 흐뭇하기도 하다.
마름총무 해호는 사람이 너그러우며 키가 장대 같으니, 본명의 바다 해와 멀리 볼 것이라 해서 해원(海遠)을 제안했었는데 여자이름 같다고 해서 해봉(海峰)으로 갈음하였고, 감찰총무 행환은 고향집 뒤가 대나무 밭이라 죽림(竹林)이라 한다는 것을 흔하다고 보아, 그 죽림 속에 샘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기에, 대처럼 바르고 맑은 샘의 뜻으로 죽천(竹泉)으로 굳혀주었다.
예산총무 강인은 고향이 강원도 정선 민둥산 북쪽의 유명한 계곡마을 화암면이고, 그 뜻이 “그림바우”라는 독특한 것이라 그대로 화암(畵岩)으로 할 것에 힘을 실어주었다. 여행총무인 나는 34년 필명(筆名)으로 써온 일고(一鼓)를 호로도 불러달라 했다. 북(鼓)의 민족 배달겨레가 상고(上古)시대에 중국의 북방과 중원까지 제패했듯이, 세계를 향해 다시 한 번 크게 북을 울리자는 기원이 담긴 것이다. 이리하여 서로 호를 부르니 편하기도 하고, 젊은이들 보는 데서 점잖아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향기 나는 노년을 보내는 듯도 싶어 일행 모두가 만족하였다.
<1일차: 6월2일-화진포에서>
내차 Veracruz는 대형SUV다. 공간이 넓고 시야가 높으며 안락해, 어느새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의 여행전용차가 됐다. 아들이 사준 최고의 효도선물이다. 복정역에서 농우 3명을 픽업해 경춘고속도로-동홍천을 거쳐 가는 길의 철정리 마총 해봉네 농가농장에 잠시 들렸다. 지난 4월19일 들려 두릅을 땃던 밭에는 30여 그루가 무성한 잎을 내면서 잘 자라고 있다. 밭 가장자리 산록에 줄을 선 밤나무에서는 밤꽃 향기가 진동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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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인제와 한계리를 거쳐 진부령 넘어 닿은 화진포! 서울은 비가 오는데 여긴 흐리기만 하다. 짙은 구름 아래 해변풍광은 화진포 호수의 자태를 더욱 그윽하게 해 주고 있다.
숙소로 예약한 해변의 화진포콘도는 군복지시설이지만 김일성 별장과 맞붙은 그만큼 멋진 곳에 위치한다. 인적드문 긴 해변 백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원에 해당하는 송림에는 이기붕 부통령 별장이 있을 정도이니 그 가경(佳境)은 설명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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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은 12시30분 이후에 하라 하니 우선 중식부터 하기로.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근처 3대째 전통막국수 전문 <박포수가든>에서 편육 막국수 신사임당 막걸리로 여행의 첫 미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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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회라도 맛볼 곳을 알아보려, 기왕이면 휴전선이남 최북단 어항 대진항을 찾았지만 뭔가 맘에 차지 않았다. 박포수 가든 여사장이 소개하려던 집은 마침 휴업이었고, 석식 이후를 뒤풀이할 배후시설이 빈약한지라 최북단 항을 둘러보는 선에서 그만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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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진항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만난 현지 주민이 추천한 <소영횟집>을 찾아, 흔한 생선이 아닌 전복치 쥐치 도다리 회로 준비해주고, 차편도 제공해달라며 예약을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 여장을 풀고 화진포 주변 관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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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별장은 숙소에서 걸어서 2분? 1937년 일제 강점기 독일건축가가 지은 선교사들을 위한 예배당으로서, 유럽의 성 모양을 본떴다고 해 “화진포의 성”이라 불렸다가 6.25전쟁을 일으켜 밀고 내려온 김일성이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유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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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 본이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해안 쪽 1km여의 백사장과 내지 쪽 둘레 16km 석호(潟湖)의 고즈넉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변의 동편 작은 거북섬 “금구도”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수중릉이라는 설이 있어 흥미롭다. 마치 신라 문무대왕의 해상수중릉 대왕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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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내부에는 선교사들이 쓰던 침실과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1956년 내가 어린 시절 처음 보고 그 소리에 놀랐던 제니스라디오가 눈에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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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을 내려온 길의 금강송도 오랜 해를 지나면서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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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앞 송림 속의 이기붕 부통령 별장은 과거 그의 생애가 주던 이미지와는 달리 소담스럽기 그지없다. 외벽의 무성한 담장넝쿨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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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를 둘러보는 용인마성농장 farmers club 멤버들 047
이어 찾은 곳은 김일성별장 동산 아래의 생태박물관. 이곳은 콘도 카운터에서 주는 관람권으로 입장한다. 김일성별장(화진포의 성),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 및 기념관, 이기붕부통령별장, 생태박물관 등이 모두 포함되는 일괄관람권이다. 좀 떨어진 해양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의 경우는 20%할인권이 주어진다.
생태박물관에는 어류와 화진포 주변 생물들에 대한 전시도 많지만, 화진포와 같은 석호 등 호수의 종류를 구분하고 설명해주어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화진포 호수의 전경도 멋있었고.
생태박물관 050 052~055
박물관 옥상에서 보는 화진포호수 057 058 060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참 조촐한 것이다. 기념관에 전시된 이대통령의 생애는 그야말로 역사안보전시관이라고 명명한 만큼 교훈을 주고 있다.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에 앞섰고, 해방을 맞으며 조선왕조 500년 전제왕정을 폐하고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였으며, 6.25남침이란 국가위기를 극복해낸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존경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울러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후배들이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평가할 만 했다. 그 규모가 너무나 빈약한 것이었어도.
이승만 대통령 별장 063 072 066 067 068 070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호 071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전시물 일부 074 076 077 080 081 085
안녕히 계십시오 087
화진포 호수가 바다와 사구로 연결되는 지점 다리를 건너면 해양박물관이다. 해양박물관을 들어가기 전에 박물관 뒤 해변 길로 성게로 유명한 초도항을 잠시 차로 다녀온다. 해양박물관의 관람권은 콘도 측에서 제공하지 않는 유료다. 경로대우도 50%는 내야 한다. 마침 유공자증이 있어 한 사람만 들어가 촬영을 하고 나왔다. 볼만한 곳이라 하지만, 안내원은 퇴근한다며 퉁명스럽고 대신 기념품 판매원들만 성화다. 이들도 일부 무책임한 공무원의 부류들인가? 왜 그리 멋대가리가 없는고?
초도항 길 090 092
해양박물관과 내부 전시관 094 095 097
해양박물관 옥상의 전망 099 101
별동의 대형 수족관-그냥 구경 한 번 해봅시다 103 105 107 108 112 13 116 123 126
손주들이 와 보면 괜찮을만 하군 그래 128
관광은 이쯤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시 휴식한 후, 거진 소영횟집에서 데리러 온 차로 가 푸짐한 만찬을 즐긴다. 자연산 잡어회가 특기라는 이집 맛 그런대로 합격점이었지. 무엇보다 친구들끼리 가진 한적한 포구에서의 만찬이기에 무조건 일미(一味)!
우선 서비스로 나온 가자미 새꼬시-멍게-해삼-도치숙회, 그리고 색깔 좋은 쏘~맥! 전효(前肴-안주)로 나온 문어 소라 과메기도 맛깔났지요. 201 213
주메뉴-자연산이라는데 그보다는 오늘 우리 주문이 좀 드문 생선을 요구했었지. 흔한 우럭 광어 도미가 아니라, 좌로부터 놀래미 쥐치 전복치 도다리! 또 추가서비스 성대까지 855 958
매운탕은 말 그대로 4가지 생선이 잡어가 돼 버린 잡어탕 ! 그 맛 참 무어라 설명할까 소맥이 알소주로 바뀌게 한 가효(佳肴)가 되고 말았느니 153
만찬을 마치고 산책을 나온 거진 항은 이렇게 칠흑이고, 반짝이는 포구의 불빛들은 내일도 열심히 살겠다는 우리 인생들의 다짐이리라 755
<2일차: 6월3일-화암계곡을 찾아>
귀경하는 날이다. 제법 술을 했던 탓에 푸욱 잘 자고 난 아침. 화진포 해변의 콘도는 송림에서 나는 새소리가 청명하다. 슬그머니 일어나 산책에 나서는데 아침 안개 자욱한 가운데 간혹 이슬비가 콧등에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적 명소인 김일성별장 쪽으로도 다시 나가보고 백사장 속 모래 한 줌을 양말 속에 담아보기도 했다. 송림 길을 산책하면서 유난히 노란 금계국 꽃들을 벗하며 송진 향기에 취해보기도 하는데, 뻐꾸기 소리가 특히 낭랑해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얌체이지만 소리가 명창이라 용서받는 녀석의 날아 노니는 자태도 잡을 수 있었고, 떼까치 등 다른 새의 울음도 담을 수 있었다.
화진포의 아침 001~003 012~014
뻐꾸기 소리(동영상) 004 017 018
조반은 어제 들렸던 거진 소영횟집에서 우럭지리로 했다. 귀로는 오던 길을 피하고 속초와 강릉으로 내려가 성산면의 오봉저수지를 거쳐, 왕산면 깊은 계곡을 짚으면서 닭 목재를 넘어 노추산 계곡과 아우라지로 나가 정선에서 점심을 할 작정이었다.
속초의 설악동 입구 020 022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역시 가뭄과 농사물대기로 수위가 낮다 023 024
왕산면 왕산리 계곡 길-골이 깊어 폭포도 많고 암자도 많다 026 033 034
눈에 띄는 간판따라 들려본 커피박물관 037 038 039 041
백두대간 하며 넘었던 닭목재가 안개에 쌓여 044 045
그러나 이야기에 빠져 대기삼거리에서 왼편 임계로 빠지고 말았고, 내친 김에 임계에서 가까운 화암의 탄생지 화암계곡을 들리기로 했는데, 임계를 벗어나 삼척시 하장면 토산리에서 정선군 화암면으로 가는 길은 높고도 험한 벌문재를 넘는다. 토산3거리 이정표만 보고 토산리로 들어서면 바로 화암이려니 하며 지도공부를 덜 해두었다가 뜻밖의 길고도 험준한 높은 고개를 만나서 놀랐다. 그 높은 고개와 깊은 계곡들을 거치면서 닿은 곳은, 몰운대(부산의 몰운대가 아닌)로도 유명한 정선군 화암면이다.
여기서 길을 놓쳤다. 우회전 할 것을 좌회전 하고 말았지 047
고단리 일대의 감자농사 050 052
임계입구와 화암면 가는 토산3거리-자전거로 두 번이나 달려본 길이라 감회가 053 056
아득히 높은 벌문재 058
화암면사무소로 가기 전 화암2교 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들어선 일대는 이곳을 소금강이라 부를 만큼 선경이었다. 화암의 외가가 있던 몰운리의 몰운대 계류는 어릴 적 멱을 감던 곳이라 했다. 화암면소재지에서 몰운대까지 지금은 소금강으로 알려진 강(어천)의 좌우가 그림을 그린 듯한 바위들이 줄을 선 선경의 강변길이 외갓집 다녀오는 마실 길이었다니! 예총 화암의 선친이 20대 후반에 교장을 하셨던 화동초등학교와 관사자리(화암이 태어났고 지금은 다른 새집이 들어선)도 보았다.화암은 이곳 지명을 따서 호도 잘 지었고, 그만큼 부러움을 샀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보고 화암은 자신의 호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아우라지쪽 길을 놓친 것이 잘된 일이다, 여행은 이렇게 변수가 많을수록 늘 재미가 더하는 것이리라.
화암 소금강 어천 계곡-좌우의 절벽이 모두 기이한 바위벼랑이다 072
화암이 소금강 화암계곡에 서다 065 067
화암이 멱을 감았다던 몰운대 풍경 074 076 077 083 084
이런 고향이라면 애향심이 저절로 우러나겠다는 생각과 부러움이! 089 092
화암이 태어났던 옛날 화동초등학교장 관사자리 097
이 지점은 화암면 소재지 입구 3거리이기도 하다 098
화암을 떠나서는 정선으로 직행, 시장 통의 황기막국수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두 번밖에 들리지 않았었지만 내게는 단골이나 마찬가지인 이집의 보쌈제육은 일미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먹게 해주려 했지만 하필 준비가 되지 않아 모듬전을 대신 맛보았다. 다행이 일행이 맛있다고 평해주니 마음이 편하다. 지난해 5월 부부산행으로 함백산을 다녀와 정선에서 1박하면서 저녁과 아침을 먹었고, 동강백운산 등산에서 먹을 도시락도 부탁했더니, 아주머니께서 흔쾌히 싸주어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 식당이라 내게는 정다운 곳이다.
정선시장과 다시 들린 황기막국수 집 101 099 100
정선을 떠나서는 일행들이 피로를 호소해, 동강 길 드라이브를 유보하고 여량으로 되돌아가가 진부IC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로 귀경에 오르면서 1박2일 농우들의 여행을 접었다.
귀경길에 오를 정선시장의 베라크루즈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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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경 한 번 자알 했네!!!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대단히 반갑군요.
세상 무대는 똑 같은데 몇배나 멋지게 살아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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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례로 모두에게 활력 자극제가 될 것이네.
지들끼리만 다니고...차 두세대로 우리도 부르지... 경치 좋구먼..
여러 동기생들의 덕담댓글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