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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5살 때, 진짜로 체험한 이야기.
내 친가는 바다 근처 시골마을인데,
존나 이쁜 바다가 유명한데, 여러모로 복잡한 사연이 있어….
소꿉친구인 K의 친가는 대대로 이어온 명가(名家)인데,
[그 집 적자는 15살 생일에 바다 근처에 가면 목숨을 잃는다.]
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어.
죽는 이유는,
해신(현지 전설에 의하면 아름다운 여자)가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선택된 집 적자의 혼을 가지고 간다는 얘긴데,
나도 K도 미심쩍다며 전혀 믿지 않았어.
생일 당일, K는 학교를 쉬었어.
나는 점심시간에 학교를 째고 K를 보러 갔어.
K의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자 K의 어머니가 나오셨어.
얘기를 들어보자 오늘은 만일을 대비해 집 다다미방에 박혀있는 상태래.
K와 만나고 싶다고 하자,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하며, 집에 들여보내주셨어.
나는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진심으로 믿는 건가, 싶었지만
마을 내가 그 소문으로 자자해서,
신경과민을 일으키는 것도 어쩔 수 없나, 하고 다다미방쪽으로 향했어.
다다미방 앞에는 K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후스마 앞에 엄한 표정으로 앉아 계셨어.
그리고 나를 알아챈 두 분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K를 만나고 싶다고 전하자 다다미방 안으로 들여보내주셨어.
후스마를 열자 캔맥주를 한 손에 들고 담배를 피우는 K가 *다비스타에 푹 빠져 있었어.
*다비스타 : 다비스탈리온, 게임 이름
본인은 전혀 긴장감이 없어, 왜인지 안심이 됐어.
K가 나를 쳐다봐, 오우, 하고 평소대로 인사를 나누었어.
얼마간 별것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K가 갑자기
[있잖아 오늘 진짜 내가 죽으면 어쩔거야?]
라고 물어왔어.
일순 대답을 망설였지만,
[내가 죽는 순간을 지켜봐줄게.]
라고 농담스럽게 말했어.
K의 얘기로는 K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적자로,
15살의 생일에는 똑같이 저택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해
두분 다 그날의 기억만이 전부 빠져있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나는 오늘 하루 K와 같이 있기로 결심하고 먹을 것과 담배를 사러 편의점으로 갔어.
편의점에서 돌아오자 어쩐지 저택 쪽이 소란스러운 것 같았어.
뭔가 비범한 스님이 와서,
결계라던가 마귀 쫓는 의식이라던가 그런 준비를 하고 있었어.
K는 어쩌고 있었냐면,
술이 머리에 끼얹어지고, 재가 끼얹어져, 장난 아닌 상태였어.
K가 몸을 씻고 돌아오자,
우리 둘은 부적이 촘촘히 붙은 다다미방으로 돌아갔어.
특별히 할 일도 없어 DESPERADO DVD를 봤어.
다다미방 앞에는 이웃 아저씨들이 순서대로 망을 보셨어.
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밤도 깊어진 11시 너머,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자 후스마가 열려 있었고,
망을 보고 계시던 아저씨 둘이 골아 떨어져 있었어.
설마, 하고 다다미 망을 들여다보자 K가 없는 거야.
아저씨들을 마구 깨워 집안사람들에게 K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렸어.
그날 K의 집에 머물고 있던 사람 전원이서 K의 수색을 시작했어.
나는 바이크를 밟아 바로 바다로 향했어.
해안선 국도를 달리고 있자, 모래사장에 서 있는 K를 금방 찾아냈어.
나는 곧장 폰으로 K의 집에 연락을 하고 K에게 달려갔어.
[어이, K 너 뭐하고 있어.]
라고 어깨를 잡자, K가 엄청난 힘으로 나를 뿌리쳤어.
무언으로 뒤돌아본 K를 보니,
K는 눈이 뒤집힌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상태였어.
이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K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집어넣어 뒤에서 꽉 잡았지만
K는 바다로 향하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아.
엄청난 힘으로 바다에 끌려가고 말았어.
무슨 말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후두부를 있는 힘껏 내리쳤어.
4~5발쯤 때렸는데 내 주먹만 부어오를 뿐 꼼짝도 하지 않아.
그러던 사이, 어른들이 몰려오셨어.
10명 이상이서 K를 붙잡았지만 끌려갈 뿐 멈출 수가 없어.
해수가 가슴 부근까지 다다랐을 때,
낮에 본 고명한 스님이 나타나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어.
그러자 K는 의식을 잃은 듯이 바다로 가라앉았어.
서둘러 K를 구해내 모래밭으로 올라갔어.
스님은 K의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 불경을 읽기 시작했어.
독경은 날이 샐 때까지 계속됐어.
독경이 끝나고, 스님이 K의 등을 때리며 [아이!!]하고 기합을 넣자, K가 눈을 떴어.
[왜 내가 바다에 있는 거지?]
[왜 너까지 다 젖었어?]
라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필사적인 듯 보였어.
K에게 어젯밤 일어난 일을 얘기하자 [진심?] 하고 넋이 나갔어.
진짜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듯했어.
그 후 마을에서는 그 얘기로 자자했는데,
얼마 안 가 소문은 없어지고, 누구도 그 얘기를 입에 담지 않게 되었어.
K는 지금, 홋카이도에서 소를 기르면서 팔팔하게 살고 있어.
내년 결혼도 한다고 해.
아무래도, K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도 같은 방법을 써서 괜찮았으니, 그대로 한 것 같아.
참고로 이 사건은 현지 로컬 신문에서도 실렸어.
그리고, 그 스님은 돈을 잔뜩 벌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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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시골마을 전설에 얽힌 이야기가 매우 좋습니다
첫댓글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