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를 보며
사마귀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늘 두 가지 모습을 떠올린다. 하나는 들판에서 만나는 곤충 사마귀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 피부에 생기는 작은 혹 같은 사마귀다.
곤충 사마귀는 참 묘하게 생겼다. 삼각형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으며, 앞다리에는 갈고리 같은 가시가 촘촘
히 돋아 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순식간에 낚아채는 모습에서 자비나 망설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은
그에게 생존을 위한 무기를 아낌없이 쥐여 준 셈이다.
반면 피부에 생기는 사마귀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생기며 손이나 발, 얼굴 등 여러
부위에 나타난다. 얼마 전 나도 왼쪽 손가락 두 군데가 약간 가렵더니 어느새 작은 혹이 볼록하게 올라온 것을 발견
했다. 어린 시절에도 손가락에 사마귀가 생겼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적이 있었지만, 성인이 된 뒤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나는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손을 씻는 습관이 있다. 나름 위생에 신경 쓴다고 생각했는데도 바이러스는 어느
틈에 스며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사마귀는 당장 큰 통증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대로 두면 조금씩 자라나 생활에 불편을 준다. 병원을 찾으면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야 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그래서 나는 약국에서 티눈액 한 병을 사 와 자기 전에 꾸준히 발랐다.
며칠 지나자 볼록하게 솟아 있던 부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뿌리까지 없어질 때
까지 계속 발라 볼 생각이다.
이 작은 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
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피부의 사마귀도 그렇다. 처음에는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방치하면 영역을 넓혀 간다.
그래서 초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범죄를 문제 삼고, 어떤 사람은 부정부패를 걱정하며, 또 어떤 사람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이념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공동체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라고 판단된다면 초기에 진단하고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방치하면 작았던 불씨가 큰 화재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무엇을 문제로 보는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건강이든 사회든 관심과 관리
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손을 깨끗이 씻는다고 해서 모든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듯이, 아무리 잘 운영되는 사회라 해도 모든
문제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나타났을 때 외면하지 않고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자세일 것이다.
요즘도 자기 전에 티눈액을 바르며 손가락을 들여다본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작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
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생각한다. 세상일 가운데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사라진다고. 작은 사마귀 하나가 내게 그런 평범한 진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