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단일후보 뽑는 것은 反민주주의다!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미국 대선이 끝났다.
허리케인 샌디 피해가 미국 동북부를 덮쳤음에도 투표를 위해 악천후 속에 길게 줄지어 선 미국 유권자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결국 미국 대선은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이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쉽사리 호전되지 않고 있음에도 미국의 서민들과 흔들리는 중산층, 소수 인종이 가지고 있는 백인 상류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여야 대선후보들이 이번 대선에서 참고해야 될 사항으로 보인다
2. 미국 대선과 동시에 한국에서는 그저께 문재인∙안철수 간의 단일화의 여진이 만만찮게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일화의 방식에 관한 문제인데 안은 여론조사, 문은 국민참여경선 등 서로의 입장 차가 극명하다.
단일화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서로의 운명을 좌우하기에 양측 모두 만만치 않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3. 한국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여론조사가 대선향배를 결정했다. 즉 대통령을 사실상 여론조사로 뽑게 된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결정한 것은 여론조사 1개사의 결과이다. 사실상 여기서 이긴 사람이 순위변경 없이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2개사에서 조사했는데 나머지 여론조사 하나는 역선택 방지 조항에 의해 무효처리가 되었다.
여기서 노무현 46.8%, 정몽준 42.2%로 노통이 이겼다(오차±2.13) 오차한계를 극대화 하여 빼면 불과 0.4% 차이로 이긴 것이다. 불과 2000명 샘플에 의해 대통령이 결정된 것이다.
결국 두 당이 모여 2000명의 국민에 전화를 걸어 오차범위 감안 0.4%의 차이(8명)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이다.
2007년에도 또 다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여당은 지리멸렬하여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되는 사람이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박근혜는 당원∙대의원∙일반 국민 선거인단에서 경선 직전 5% 정도 뒤진다는 애초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되게 개표 결과 오히려 직접투표에서 432표를 앞섰다.
그러나 경선결과에 2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 8.5%(2900여 표) 우위를 보여 가까스로 MB가 이겼다.
이때 여론조사 샘플이 적어 여론조사 1표를 직접투표 6표로 환산하여 MB가 이기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선에서 2차례나 여론조사가 대선후보를 사실상 확정 지은 우스운 나라가 되어 버렸다.
4. 그리고 지금 안철수는 다시 여론조사로 대선후보를 선출하자고 하고 있다.
폭풍우가 덮치고 한파에 집까지 잃은 미국시민들이 몇 시간씩 걸어오고 줄 서서 대선후보에 직접 투표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참여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이후 한국사회는 현행 대의민주주의의 왜곡이 기성정당과 기존 민주주의 시스템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하며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해괴한 직접 민주주의가 마치 옳은 민주주의인 듯이 활개를 쳐왔다.
이에 따라 대선, 총선, 지자체 등 정당내부 경선에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미명하에 당원이 아닌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 즉, 모바일, 일반 국민 선거인단, 여론조사, 담판 패널단 등 별별 듣도 보도 못한 경선방식이 등장했다.
그 결과 국민참여 경선이 결국 동원 경선으로 변질되기 일쑤였고 돈봉투, 자살, 경선후유증 등 기성 정치권의 과거행태와 다를 바 없는 여러 문제를 낳았다.
그래서 오히려 국회의원 예비경선 단일화 경선 같은 큰 선거에 손쉬운 여론조사가 동원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지지도 변화의 추이를 소수의 샘플집단에 의해 알아보는 수치에 불과하다.
이런 여론조사가 점점 변질되어 이미 두 차례나 대선후보를 결정했고 이번에도 또 이런 식으로 하자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5. 수십만 당원이 동원되어 선출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자기 스스로 당도 없이 나온 안철수와 2000명 안팎의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불과 수십 명이 이번에도 사실상 대선후보를 결정할 수도 있다. 결국 여론조사는 주사위 던지기나 가위바위보, 룰럿게임과 같은 도박에 불과하다. 도박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그 국가의 장래에 위험하다.
문제는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정치적 정체성이 단일화 합의에서 말한 것처럼 정권교체, 시대정신, 가치, 철학이 완벽히 일치해 누구를 뽑아도 국민들에는 별 차이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50년이 넘는 정통 중도개혁성향을 띈 정당이고 안철수는 대선에 나오기 전까지는 MB 정권과 긴밀한 사이에서 집중적 지원을 받았고 재벌의 투자를 받고 연계되어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다.
안철수가 살아온 방식과 민주당이 정치 활동해 온 방식은 물과 기름만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작년 9월 안철수가 첫 등장했을 때 조국 교수는 안을 여권성향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서로 이질적인 두 상대방이 9월 19일 안철수의 대선 출마 이후 불과 50일도 안되어 서로 정책, 가치, 사상, 철학이 같고 정권교체를 공감한다며 무조건 도박식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극명한 사례다.
형식만 민주적이지 『우리 둘이 가위바위보 해서 하나 정할 테니 양측 지지자는 무조건 따라라!』하는 독선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식으로 단일화 하는 것이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불법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변칙이자 반칙이며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위기이다.
6. 진정으로 쌍방이 단일화를 하려 한다면 적어도 민주당의 경선과 유사한 당원과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세레모니가 있어야 한다.
오랜 민주주의 선거의 원조국가인 미국에서 1년 동안 각 정당이 기나긴 예비경선을 하는 것은 공연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지역별로 순회하는 이 과정을 통해 당원들이 참여해 직접 후보를 알아가고 검증하고 정책을 반영하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해 가는 참여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검증이 무서워 1년간 나올 듯 말 듯 말을 뺑뺑 돌리던 사람이 출마선언 이후 50일이 되도록 『단일화나 3자 대결』을 미끼로 여야의 검증을 다시 회피해 왔다. 단일화에 대한 확답을 미루어오다 이제 후보 등록이 보름 남짓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에 응하겠다며 여론조사로 끝내자는 것은 문재인을 이미 선출한 민주당원과 두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무시이고 대의 민주주의를 극단적으로 악용한 사례이다.
두 후보가 자기들 말처럼 정권교체, 가치, 철학, 시대정신이 일치한다면 국민 앞에 토론회 등을 통해 이를 천명하고 서로가 서로의 실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나아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의 경선과 비슷한 형태의 신중한 경선절차를 밟아 최대한 다수의 당원과 국민이 이를 추인해야 한다.
시간이 없어 그렇게 못한다면 민주당의 수 차례 간청에도 이를 외면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안철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재인 입장에서 『내가 이미 선출된 후보니 내 맘대로 경선방식을 정하겠다』라는 것은 그를 선출한 민주당원에 대한 배신이다.
그를 대선 나가라고 제1야당 후보로 뽑아줬지 안철수와 도박식 단일화를 하라고 뽑아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정몽준은 그나마 자기당에서 선출한 대선후보였다.
7. 이번 대선 이후 어떤 식으로라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선거법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단일화가 있더라도 반드시 일정하게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의해 국민과 당원의 다수 뜻을 정확히 묻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보완한다고 도입된 국민참여 경선이 이제 도박식 여론조사에 의한 습관적인 대선후보선출 절차가 되어가는 것은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협하고 최대 다수가 참여해 대표를 선출되는 대의민주제를 위반하고 있다.
돈이 목적이고 이익이 목적인 민간 여론조사 회사를 어떻게 믿고 이들 손에 사실상 선출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중대사를, 국가의 운명을 5년간 좌우할 대통령 선출에 대한 일을 맡긴다 말인가?
이번에도 여론조사 식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사후 어떤 잡음이 날지 예측이 불가하다.
최시중은 감방에 가기 전에 지난 대선에서 행한 여론조사 등에 돈을 쓴 듯 언급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목적인 모든 일은 적절한 이윤동기만 주어지면 쉽게 변질될 수 있다.
문재인, 안철수! 기왕에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한다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원래 뜻을 살려 최대한 당원과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