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끝 장면은 나름 꽤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멋있습니다. 황혼을 배경으로 마차에 앉아 여주인공 스칼렛이 혼잣말을 하는 장면입니다. 그 말을 글자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오늘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칼렛의 삶에 대한 자세를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목표한 것은 반드시 쟁취하려는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전쟁의 고난도 이겨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이겨내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아주 당찬 여성입니다. 그 황혼의 끝 장면은 길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끝 장면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구태여 그렇게 가르치듯이 마무리 짓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지요. 전체적으로 너무 과장된 부분도 느껴집니다. 그만큼 획기적인 감동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습니다. 감동은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발현되어야 하지요. 그래야 진정한 감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너무 인위적으로 만들려한 부분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단 구성 자체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인생의 끝을 알고 나서 소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실행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이 하필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니, 그것도 남편과 동행하며. 거참! 신선한 충격 아닙니까? 남편들이 쉽게 이해할까요?
남편 ‘진봉’은 사실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아내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그러니 여러 소리 할 것 없이 눈 딱 감고 응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구인들 안 그러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소원, 이제 곧 세상과 이별할 사람입니다. 그러니 자신과도 이별입니다. 그 누구도 그 선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하기야 나이도 차고 아이들도 거반 자란 시점에 옛 사람을 만난다 한들 별 일 생기겠습니까? 무엇보다 지금의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랑이 어디 가겠느냐 하는 자신감도 있기는 합니다. 사춘기 때의 어렴풋한 풋사랑인 것을, 이제 와서 찾는다 해도 긴 시간의 공백은 메우기 힘들 것입니다.
덕분에 여기저기 구경을 다녀봅니다. 목포로 가서 남해를 따라 부산으로 그리고 다시 돌아 완도 앞에 보길도로 아름다운 가을여행입니다. 더불어 사이사이 나오는 흘러간 노래들이 춤과 함께 양념으로 맛과 멋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는 모르지만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 그 시대의 노래들입니다. 설명 나온 것을 인용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신중현의 ‘미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유열의 ‘이별이래’,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에코브릿지 &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를 달군 대중가요를 장면에 맞게 각색해 배치했다>
사실 다소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이 양념들이 잘 버무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너무 감동을 의식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좀 욕심을 부린 것이겠지요. 무릎을 꿇고 애정을 고백하며 결혼에 이르른 사람이 어느 시간에 그렇게 딱딱한 참나무 몽둥이가 되었을까요? 사랑하는 아내 ‘세연’의 말에 곱상한 답변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평상의 마음과 독설의 대답이 섞여서 나온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같이 가시 돋친 말입니다. 보면서도 불편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180도 선한(?) 남편으로 돌변하여 장미다발을 선물로 건넵니다. 너무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뭔가 좀 그럴싸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독특한 것이 있다면 그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가장 중요한 1번이 뭔가 하는 것입니다. 좀 의외이기도 하고 추상적인 것이어서 저것을 어떻게 이룰까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랑 받기’입니다. 짧은 생이지만 남편 뒷바라지하랴, 아이들 키우며 챙겨주랴, 한 마디로 정신없이 달려온 인생입니다. 언제 자신을 위하여 투자해본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편에게 핀잔과 타박만 듣고 받기 일쑤고 아이들의 외면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사춘기 아이들이라지만 역시 너무 과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 ‘죽을 병’ 소식에 180도 변해버린다는 설정, 그러려니 생각하며 보았지만 왠지 어색합니다. 역시나 ‘감동’에 목을 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도 그렁저렁 잘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더불어 비슷한 뮤지컬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까짓 뭐, 좀 빌려다 쓰면 어떻겠습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죠 뭘. 조금 부족한 듯하면서도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서 기분 좋게 따라갑니다. 더구나 이 배우들, 이런 재주도 있네, 놀라기도 합니다. 역시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해줍니다. 덕에 얼떨결에 눈물방울도 맺힐 수 있습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요~
아름답게 살면 아름답고 더럽게 살면 더럽지요. 이왕지사 한 번 사는데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ㅎㅎ
잘 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