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미루지 말아야지. 그렇지. 그만큼 인생을 살았으니 둘이서 자연을 벗 삼아 좋은 풍경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여깁니다. 따지고 보면 그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사랑하는 딸이 결혼하여 살고 있으니 조금 후에는 손자들도 보지 않겠습니까? 여생이 즐겁겠지요. 밖에는 아름다운 풍경, 안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 나이 들어 이만큼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파라다이스입니다. 끝나고 나오면서 느끼는 것은 ‘부럽다’입니다. 아무나 그런 환경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복 받은 사람들이지요. 요즘이야 재택근무라는 것도 있으니 어디서는 일하지 못하겠습니까?
일단 이것부터 생각해봅니다. 대학 4년 오로지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결과는 졸업과 동시에 변호사로 로펌회사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해서 앞길이 확 트인 것입니다. 기념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단짝 친구와 떠나는 여행, 얼마나 신나고 들뜨겠습니까? 그 동안 고생한 딸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겸 해서 헤어진 부부가 모처럼 함께 공항에서 만나 딸을 전송합니다. 겉보기에는 이들이 부부였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앙숙입니다. 그래도 유일한 자식인 딸이 기나긴 학업을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데 기쁨으로 전송해주려는 것이지요. 그렇게 떠나보내고 다시 만날 일이 없으려니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에게서 결혼통보가 옵니다.
아니 돌아오지 않았나,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결혼이야? 공부만 하던 애가 어떻게 배우자를 숨겨두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닙니다. 여행을 간 그 현지에서 만난 현지인과의 결혼입니다. 그야말로 놀라 자빠질 일입니다. 우리 딸이 어떤 사람인데 알지도 못하는 어떤 녀석이 결혼을 한다는 말인가? 믿어지지도 않고 용납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앙숙 부부가 다시 비행기를 탑승합니다.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요. 이번에는 합력하여 딸을 구해 와야 합니다. 그러니 두 사람 사이의 전쟁(?)은 잠시 접어두고 딸 구출작전을 함께 펼쳐야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일단 축하하는 척하면서 기회를 잡아 두 사람을 떼놓으려 작전을 짭니다.
현장에 도착한 ‘조지아’와 ‘데이빗’은 일단 풍광에는 반합니다. 딸 ‘릴리’와 그 단짝 친구 그리고 딸의 신랑의 반가운 환영을 받으며 두 사람의 즐거운(?) 일정이 시작됩니다. 사위는 현지에서 해초 양식업을 대를 이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세계 각지로 수출되어 나간답니다. 두 사람이 실제 해초 따기 작업도 해봅니다. 현지인의 혼인예식 준비과정을 지켜봅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결혼반지는 들러리로 선 소녀가 가지고 있다가 신랑에게 건네줍니다. 그 사실을 알고는 조지아가 몰래 가로챕니다. 결혼반지가 없어지면 일단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랑신부도 불길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결혼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지의 대가족을 봅니다. 정말 이들과 사돈지간이 된다면 도대체 친척이 얼마나 생기는 거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지레 겁을 먹습니다. 이 결혼을 반드시 막아야 해, 결심이 굳어집니다. 관광도 하면서 그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지내며 시간은 흐릅니다. 막상 결혼식에서 반지가 없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잃어버린 소녀가 얼마나 당황하였겠습니까? 또한 당사자들을 비롯하여 모두가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확고합니다. 새 반지를 마련하지만 얼마 후 부모의 작전이었음을 알고 릴리가 무척 실망합니다.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깊었는지 사실 짐작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하기야 불과 한두 달의 시간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냥 불장난일 수도 있겠지 싶었겠지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지나면서도 두 사람은 혼인예식을 치릅니다. 예식 중에도 잠깐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만 모두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한 일입니다. 그렇게 예식은 끝나고 이제 부모도 떠나야 하는 시간이 옵니다. 글쎄 이제 헤어지면 딸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요? 도시의 바쁜 생활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멋진 곳이라 하더라도 기나긴 비행을 하여 찾아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고 싶어도 현실의 삶이 발목을 잡는 일이 한두 번이겠습니까? 마음은 원이로되 삶의 현실이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리라 생각한다면 지금의 헤어짐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 생각도 하고 싶지 않겠지요.
그들을 태우고 배는 떠납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로군. 남은 평생을 살고 싶을 정도야. 맞아. 언제나 이뤄볼까? 좋은 일은 미루는 게 아니야.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바다로 뛰어듭니다. 사실 딸의 결혼식을 위한 여행이었지만 두 사람의 옛사랑 회복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좋아서 결혼하였지만 왜 이혼을 감행해야만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럴만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만큼 아팠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보니 상대방을 도외시하고 너무 자기에게만 집중했다는 후회가 생깁니다. 아픈 이혼이기에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회복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Ticket to Paradise)를 보았습니다. 풍광 정말 멋집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아침 복된 하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