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이라고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역사 속의 인물인 혜경궁 홍씨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 사대부 명문가 출신의 한 어린 여자 아이가 궁궐로 들어갔다. 후일, 그녀는 조선 최고 지존의 며느리에다 세자의 정실부인이자 세손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의 삶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남편이었던 세자가 시아버지의 손에 의해 뒤주 속에서 굶어 죽어가는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도 그 비통함을 속으로 삼켜야했고, 자신이 낳은 아들이 지존의 자리에 등극할 때에도 환희와 희열을 표출 할 수가 없었으니 그녀의 삶은 설움과 비통, 한탄과 원통함 그 자체였다. 이 여인이 바로 영조의 며느리요, 사도세자의 정실부인이요, 조선 개혁 군주였던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였다.
뒤주 속에서 절명한 사도세자의 사건이 임오화변(壬午禍變)이다. 세자의 죽음을 두고선 정치 논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혜경궁 홍씨의 친정아버지 홍봉환의 음해를 비롯하여 노론과 소론 간에 치열한 정파 간 권력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혜경궁 홍씨는 자신이 목격하고 직접 체험했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죄를 지었다고 자책도 했고, 어미로서의 도리도 다하지 못한 여인이라고 한탄도 했으며, 자신 때문에 친정 식구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비통해 하면서 자신과 같은 죄 많고 한 많은 여인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면서 자신이 살아온 60평생의 인생 역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녀가 남긴 기록이 바로 궁정문학의 백미(白眉)라고 찬사를 받고 있는 한중록이다.
이번에는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이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는 뉴스의 지대한 조명을 받았다. 파란 많은 삶을 살았던 혜경궁 홍씨가 연상되는 혜경궁 김씨였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요인도 있었음을 부인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세간에서는 혜경궁 김씨가 과연 누구일까에 대해 설왕설래가 분분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경선시절, 혜경궁 김씨는 같은 좌파 진영에 속한 인물이면서도 성골 좌파진영을 거칠게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주인공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의 조사 결과, 혜경궁 김씨는 다름 아닌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경찰의 수사를 허접한 수사라고 했지만 진실이 확인될 순간은 이제 그리 멀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각 당의 반응이다. 먼저 제 1야당인 한국당 윤영석 부대변인은 이재명 부부는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이냐고 전제한 뒤에 “이재명은 국민기만, 정치불신을 조장하지 말고 국민들께 사죄하라”고 논평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비운의 여인,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을 남겼지만, 비루한 여인,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를 남겼다"며 "결과적으로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한 셈"이라며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한국당과 평화당의 논평은 이재명의 지사직 사퇴 유무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한국당은 국민 앞에 사죄를, 평화당은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라는 주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논평을 낸 정당은 바른미래당이었다. 하긴야 지난 지방 선거 때부터 바른미래당과 이재명 간에는 영화배우 김부선 씨를 사이에 두고 서로 난타전을 벌인 앙금이 남아있을 테니 당연한 현상으로 보이기는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이재명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선제타를 날렸다. 그러면서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다 배설에 가까운 글을 올린 주인공이 잡혔다면서 ‘국민을 상대로 부부공갈단(夫婦恐喝團)이 되기로 한 것이냐,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 피해자인 척 뻔뻔함의 극치"라고 비판한 뒤, “쌍욕일체, 가증일체, 위선일체의 부부가 아닐 수 없다, 잡스러운 가정사, 잡스러운 스캔들, 잡스러운 허위사실 공표, 정치인 중에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부부가 있었냐"고 가장 야당다운 논평을 발표했다. 이날 장원을 뽑으라면 김정화 대변인의 논평이 단연 으뜸이었다.
정반대의 논평이 나온 정당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여당인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경찰 수사를 부정이나 하듯, 혜경궁 김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당의 입장을 유보하겠다고 밝혔고,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 역시 "경찰 조사결과는 김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빈약하다"며 검찰의 수사 이후로 넘겨 버렸다. 이처럼 두 정당 대변인의 후렴구는 약간 달랐지만 역시 초록은 동색임을 증명하는 합창이나 다름 없었으니 좌파는 좌파와 통한다는 것이 증명이 된 셈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해찬의 입이다. 평소에도 미래자산이라면서 이재명을 두둔하고 비호했던 이해찬이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조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혜경궁 홍씨로 돌아가자,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굶어 죽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남편이 죽고 아들이 세손으로 지정되었을 때도 시아버지의 그늘에서 숨을 죽이고 살았다. 친정 가족이 떼죽음을 당할 때도 침묵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혜경궁 홍씨를 연상하게 만든 혜경궁 김씨와 그의 남편 장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가 없다, 원래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은 남편이 노래를 부르니 아내도 따라서 부른다는 뜻으로서 그만큼 부부간 화합이 잘 되어 금슬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범죄와 악행을 저질러도 부창부수라고 한다면 그것은 언어 모욕이다, 만약 혜경궁 홍씨를 연상시키기 위해 혜경궁 김씨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사술(詐術)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댓글 같은 진영 내애서 전개되고 있는 치열한 권력 암투가 낳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