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m 은행나무길 끝에 국보가 줄줄이 기다린다니"…
해 질 무렵 올라야 제맛인 천년 산사
입력 2026.10.30 18:30
경북 영주 봉황산 부석사
국보 건축과 설화
영주 봉황산 부석사 단풍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세운 절로, 경상북도 영주시 봉황산의 중턱에 터를 잡았다. 한국 화엄종의 본찰이자 화엄십찰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는 은행나무길 약 800m가 이어진다.
2018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이 이름 아래 통도사·부석사·봉정사·법주사·마곡사·선암사·대흥사까지 7개 사찰이 묶였다.
지도 안내 자료에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가 도로명 주소로 나온다. 둘러볼 대상은 건축물의 구조, 불상과 석등이 놓인 자리, 조사당과 설화로 나뉜다.
배흘림기둥과 주심포, 국보 제18호 무량수전
영주 봉황산 부석사 주변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이자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가운데가 불룩하게 배가 나온 배흘림기둥이 건물을 받치며, 지붕 아래에는 단아한 주심포 양식이 적용돼 있다.
장식을 덜어낸 구조 덕분에 기둥의 곡선과 처마의 균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편이다. 건물 안에는 무량수불인 아미타여래를 본존불로 모셨다.
부석사를 처음 찾는다면 일주문에서 약 800m 은행나무길을 걸어 올라 무량수전 앞에 선 뒤, 기둥의 모양과 지붕선을 차례로 비교해 보는 방식이 가장 선명하다. 건물의 이름이 가리키는 부처가 곧 내부에 앉은 존재라는 점도 이 전각을 읽는 열쇠가 된다.
소조여래좌상과 통일신라 석등이 지키는 본전
부석사의 가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필름
무량수전 내부에는 흙으로 빚은 아미타여래불상이 봉안돼 있으며 국보 제45호로 지정됐다. 소조여래좌상이라 불리는 이 불상은 본전의 중심에 앉아 건물의 이름과 정확히 겹치는 존재다. 불상을 본 뒤에는 건물 앞으로 시선을 돌려볼 만하다.
무량수전 앞에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석등이 서 있고, 국보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불상이 건물 안쪽을 채운다면 석등은 바깥 마당에서 본전을 밝히는 역할을 맡는다.
같은 구역에 국보 세 점이 모여 있는 셈이라, 건축물에서 불상으로, 다시 석조물로 이어가며 하나의 동선으로 살피기에 알맞다.
의상대사 영정을 모신 조사당과 공중에 뜬 바위 이야기
영주 봉황산 부석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조사당은 의상대사의 영정을 모신 건물로, 고려 우왕 2년인 1376년에 지어졌고 국보 제19호로 지정돼 있다. 고려시대 건축물인 이 전각은 1934년 8월 27일 국보로 지정됐다.
조사당 내부에 있던 국보 제46호 벽화는 사찰 목조 벽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평가받으며, 지금은 성보박물관에서 보존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건물을, 박물관에서는 벽화를 따로 만나는 구조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선묘 설화와 맞닿아 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선묘가 그를 연모했는데, 사찰 창건을 방해하는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거대한 바위로 변해 공중에 떠올랐다고 전해진다.
무량수전 뒤편에는 아래쪽 바위와 맞닿지 않아 떠 있는 듯한 바위가 있고, '부석(浮石)'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경내에는 삼층석탑·석등·당간지주 등 창건 당시 유물로 추정되는 유적도 남아 있다.
부석사의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세계유산 7개 사찰 가운데서도 부석사는 건물과 불상, 석등, 벽화, 설화가 한 동선 안에 겹겹이 놓인 곳이다. 676년에 세운 사찰이 오늘날까지 이야기와 유물을 함께 간직하고 있어, 한 번의 방문으로 신라부터 고려까지의 흔적을 이어서 볼 수 있다.
은행나무길이 물드는 시기에는 800m 구간이 한층 인상적인 도입부가 되므로, 해 질 무렵 일주문을 지나 무량수전으로 오르는 일정을 권할 만하다. 조사당 벽화는 성보박물관에서 따로 만나게 되니, 일정을 짤 때 건물 관람과 박물관 관람을 나눠 계획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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