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 유저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서장훈 선수에 이어서 오늘은 이상민 선수에 대해서 글을 써봤는데요.. 정말 이상민 하면 최고의 화제를 일으키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비난쪽의 논쟁이 될지언정) 이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에 대한 글 뒤에는 또 다시 몰고 올 후폭풍이 더 무섭기 때문에 사실 글을 쓰면서도 걱정은 많이 되었는데요.. 점프볼 유저분들은 현명하시기에 비난의 논쟁보다는 비판의 논쟁으로 이어 나가시리라 믿고 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글은 다른 선수에 대해 쓴 글보다 약간 긴 편이니까 조금 인내를 가지고 꼼꼼히 읽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와의 악연 - 가장 얄미웠던 선수
얼마 전 서장훈 선수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싫어했던 팀은 바로 ‘연세대’였다. 최강일 것만 같았던 기아자동차에 도전장을 내밀더니 결국 그 아성을 무너뜨리면서 대학 농구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던 그들에 대한 나의 시선이 결코 고울 수 없었다. 특히 나의 우상 중 한 명이었던 강동희 선수의 기량이 한창 물올라 있던 시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파란 신예 이상민이라는 존재는 만화영화에서 매번 주인공의 앞길을 막아서는 라이벌 캐릭터만큼이나 달갑지 않았다. 둘의 비교는 농구대잔치 뿐 만 아니라 프로농구로까지 줄 곧 이어져왔고, 강동희가 이상민에게 밀리는 날에는 이상민에 대한 일종의 증오심(?)마저 불타올랐다. 그가 대전 현대 선수 시절 오죽하면 내가 가장 기뻐했던 순간이 기아의 승리가 아닌 이상민, 맥도웰의 5반칙 퇴장이었겠는가? 비록 어린 시절이었지만 내가 그를 얼마나 미워했는지를 가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와의 첫 만남 - 그를 인정하게 되기까지..
4년 전 대전 현대가 전주를 연고지로 한 KCC라는 명칭의 팀으로 새로이 거듭나면서, 이상민의 열렬한 팬인 친구의 소개를 받아 처음으로 농구장을 가보게 되었다. 당시 허재의 트레이드에 이어 기아의 부진으로 인해 농구에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나였기에 처음엔 단지 농구장에서 직접 보는 기분이 어떨까? 라는 궁금증으로 경기장을 찾았지만, 4년 뒤 현재까지도 경기장을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나는 이상민을 비로소 인정하고 최고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팬이 될 수 있었다.
▶화려한 커리어 - 진정한 반지의 제왕
이상민은 엘리트 과정을 밟아온 대표적 선수 중 한 명이다. 홍대부고를 졸업한 후 연세대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카웃 경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짧은 사건을 하나 친구에게서 듣고 소개해 볼까한다. 당시 고려대에서도 이상민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고려대로 진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건넸지만 이상민은 이렇게 말한 후에 연세대로 갔다고 한다. “고려대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곧장 농구를 그만두겠습니다.”
이상민은 농구대잔치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고, 프로 출범 이후에도 97-98 98-99시즌 MVP, 97-98, 98-99시즌 베스트 5, 98-99시즌 어시스트상, 03-04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등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 해왔다. 뿐만 아니라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20개)와 통산 어시스트 1위라는 가드 부문에서의 많은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빛나는 경력은 정규리그 세 시즌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 3연패로 차지한 진정한 반지의 제왕이라는 점이 아닐까? 이러한 화려한 커리어는 어떻게 이상민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써 군림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징표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인기 만점, 기량 만점
이상민은 전주 팬들에게 아직까지도 오빠로 불린다. 그는 어느덧 한국 나이로는 30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매년 올스타 투표 1위 자리는 변함 없이 그의 몫이다. 사실 감탄할 정도의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산소 같은 남자’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수하고 앳된 얼굴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에는 얌전한 성격에 자상함을 갖추다가도 경기에 몰입하면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이기에 원정 경기에서도 홈팀 못지 않은 응원을 받는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준수한 외모만 갖췄다면 그는 최고의 인기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진정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실력도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가드’답게 그의 패싱력은 매우 정확하다. 엄청난 탄력에서 나오는 리바운드에 이은 아울렛 패스는 가히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 정확히 던져줄 수 있는 팀원이 있더라도 달려주는 선수가 없으면 속공이 이루어 질 수 없듯이(예로써 삼성과 주희정처럼) 반면 달려줄 수 있는 선수가 있더라도 정확히 던져줄 수 있는 선수가 없으면 역시 속공은 일어날 수 없다. 이는 던져주는 사람의 역할을 맡는 이상민과 그의 백업 멤버인 표명일과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넓은 코트 비전을 갖춘 이상민의 망설임 없이 정확히 연결되는 패스로 인해 ‘KCC=속공팀’이라는 팀컬러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상민은 동료를 잘 이용하는 능력을 갖췄다. 한국 가드들의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골밑으로의 볼 투입인데 시간을 끌며 어렵게 공을 골밑으로 투입시키는 다른 가드에 비해 너무나 쉽게 망설임없이 공을 넣어준다. 과거 맥도웰과의 2대2 픽앤롤 플레이는 NBA의 칼 말론- 존 스탁턴의 그것과도 꼭 빼 닮았다. 현재 호흡을 함께하는 용병 민렌드는 자신이 직접 돌파하여 공격하는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이상민과 과거의 플레이를 재연하지는 못하지만 조성원에게 와이드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는 모습이나 돌파하다가 민렌드에게 노룩패스를 연결해주는 모습에서 아직 녹슬지 않은 그의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른편 45도 삼점 자리는 나의 존(zone)? - 해결사 기질..
빠른 돌파력, 정확한 패스와 더불어 최고의 포인트 가드의 필수조건 중 하나가 바로 해결사 기질을 갖췄는가 하는 점이다. 현 KBL에서 최고의 포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승현, 신기성의 경우에도 이러한 해결사 기질이 누구보다도 강하며 이상민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상민은 비록 많지는 않지만 무리하지도 않게 삼점슛을 간간히 던져주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를 유심히 관찰한 분이거나 오랜 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그가 오른편 45도 각도에서 던지는 3점슛은 거의 백발백중에 가깝다. 그가 3점을 성공했을 땐 다른 팀원이 성공했을 때의 2~3배 큰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이런 관중들에게서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켜 분위기에서 완전히 압도시켜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3점슛 뿐만 아니라 상대가 용병수비를 강화했을 때에는 적극적인 포스트업이나 날카로운 돌파에 이은 레이업(동료에게 주는 척 하다가 올라가는 모습)으로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까지 그는 해결사의 자질도 충분하다.
▶그에게도 옥의티가 있다면...
이상민이라고 매번 다 좋은 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몇 가지 고쳐야 할 점도 있고 노력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수비에 대한 지적을 하고 싶은데, 그와 매치가 되는 포인트 가드들이 대부분 신예이기에 빠른 돌파를 할 경우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덧 주전 가드 중에서는 최고령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잦은 협력수비를 들어가다가 상대에게 3점을 얻어맞는 모습은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플레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파울이 늘게 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적극적인 수비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또 다른 아쉬움은 그의 득점 루트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포가가 어시스트에 치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공격을 너무 자제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45도에서 던지는 3점은 아주 일품인 반면 사이드 라인에서 던지는 3점 성공률은 다소 부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 때 보면 늘상 자신이 좋아하는 45도 라인에서 슛을 던지는 데 사이드에서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성원 선수와 좋아하는 위치가 서로 반대되는 것 같음.)
그리고 내가 예전에 이상민을 가장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의 헐리웃액션은 조금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희암 감독시절 연세대 선수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되어버린 이 고개 꺾기(?)액션은 지금이야 KCC팬이 된 입장이기에 어이없게 피식 웃고 넘어가지만 상대편에서 보았을 때는 억울함이 느껴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상민의 가치를 폄하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것인데 논쟁의 소지가 또다시 붉어질 우려가 있기에 이 정도에서 접어두기로 하고 어쨌든 그의 단점들이 하나하나 고쳐진다면 진정한 최고의 선수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김승현과의 논쟁에 대해서....
점프볼 게시판에서 ‘이상민’으로 검색해 보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제목이 바로 “이상민vs김승현 최고가드 누구인가”와 같은 것들이다. 사실 이런 논쟁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지만 선수들간의 신경전을 부추겨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코트 밖을 벗어나서는 둘도 없이 절친한 선수들과는 달리, 그들의 팬들 사이에선 서로가 오로지 헐뜯는 데에만 여념이 없는 원수로서 마주한다. 양날의 검을 부정적인 면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선수 모두 최고의 선수로서 손색이 없고, 팀을 벗어나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자랑스러운 가드들이 아닌가? 사실 객관적인 개인 실력만을 놓고 보면 이미 전성기를 벗어난 이상민이 한창 전성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김승현에 못 미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강동희 old팬들이 느꼈던 세월의 아쉬움을 이제는 이상민의 팬들이 느껴야 할 차례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상민 팬들이 실망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개인기록에서 김승현 선수를 압도할 힘이 이제 그에게는 없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만한 힘은 아직 그에게도 남아있다. 그리고 승리를 향한 불타오르는 투지는 어느 젊은 선수보다 강하다. 선수들은 이런 인터뷰를 하곤 한다. “개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말이 단순한 접대용 멘트일지도 모르지만, 팀 우승에 가장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상민 자신이 말한 팀의 우승, 그리고 다섯 손가락에 모든 우승반지를 걸겠다는 다짐을 현실화 시켰을 때 비록 개인적인 분야는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 선수로 기억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공을 잡으면 모두들 숨을 죽인 채 그를 지켜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엄청난 일을 저지를지 기대되는 선수.. 단지 코트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 그게 바로 이상민이다..
(점프볼 게시판에서 박대웅님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정말 공감되는 글이고요~ 제발 김승현팬분들이나 신기성팬분들 비교글이나 이상민 폄하하는 글은 제발 더이상 보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박대웅님 저랑 많이 비슷하시군요..저도 열렬한 기아 팬이라 KCC의 이상민, 맥도웰 선수를 엄청 싫어했었죠... 그 선수들이 퇴장당할떄는 승리할때보다 더 큰 쾌감을 느꼈었는데.... 그리고 조성원 선수가 3점슛을 쏠때마다 느끼는 그 철렁거리는 느낌..지울수가 없어요..
첫댓글 박대웅님 저랑 많이 비슷하시군요..저도 열렬한 기아 팬이라 KCC의 이상민, 맥도웰 선수를 엄청 싫어했었죠... 그 선수들이 퇴장당할떄는 승리할때보다 더 큰 쾌감을 느꼈었는데.... 그리고 조성원 선수가 3점슛을 쏠때마다 느끼는 그 철렁거리는 느낌..지울수가 없어요..
기아 팬분들은 이상민, 맥도웰보다도 조성원 선수가 3점라인에서 공잡을때 정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을것 같았다는... 그리고 허재 선수의 부상투혼에 눈물을...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전부 최고의 포인트가드죠... 더 이상의 비교는 그만...
강동희 old팬들이 느꼈던 세월의 아쉬움을 이제는 이상민의 팬들이 느껴야 할 차례인 것이다. <-- 이부분..이걸로 모든설명이 다되네여...
ㅁㅈㅇ 전 연대는 좋아했는데 현대시절에서 KCC까지 정말 시러했음...(저 기아왕팬.ㅋ.ㅋㅋ) 암툰 생각해보니 준우승팀에서 mvp나온건 허재밖에 없넹
암튼 그때 현대랑 기아의 챔프전은 7차전까지 모두 최고였죠...앞으로도 그렇게 재밌는 경기가 있을지...
국내 경기중 그때 기아와 현대와의 챔프전만큼 재밌게 본 경기가 없을정도로 쵝오였죠.. 정말 그때 이상민, 맥도웰, 조성원, 추승균 무쟈게 싫었는데.. '강동희 old팬들이 느꼈던 세월의 아쉬움을 이제는 이상민의 팬들이 느껴야 할 차례인 것이다.' 공감..
조성원~~~~~ 3점!!! 조성원~~~ 3점!!! 해설자의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
내가 가장 기뻐했던 순간이 기아의 승리가 아닌 이상민, 맥도웰의 5반칙 퇴장이었겠는가<--절대 동감 -_-
포인트가드는 사이드 3점 쏠 기회가 아주 적기 때문에 잘 못넣는게 당연한 듯 합니다. 주로 탑이나 45도 근방에서 리딩을 하고, 속공 채크도 해야하기 때문에 특별한 패턴아니면 사이드로 가서 쏘는건 좋지 않죠.
좋은 글이네요.. 퍼가겠습니다~
눈물나요.. 이제 나도 새로운 스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나의 스타를 보며 눈물을 흘릴때이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