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4일
-조재형 신부
찬미 예수님!
지난 11월 30일 한국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꿈과 열정을 담아낸 영화 ‘탄생’이 개봉되었습니다. 영화는 개봉되기 전에 바티칸에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시사회 현장에서 김대건 신부님 역할을 맡았던 배우 윤시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조선의 청년 김대건은 바다 건너 어느 곳에 바티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 청년은 언젠가 바티칸에 가고 싶은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청년 김대건의 꿈은 200년이 지난 오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 김대건의 역할을 하였지만 청년 김대건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의 제목 ‘탄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탄생은 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탄생은 새로운 시대의 기준점이 되기도 합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에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천동설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지동설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 선교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교회는 이스라엘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로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탄생’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을 기억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전하려고 하였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살던 시대의 조선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새로운 문물은 왕조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입니다. 새로운 문명은 봉건제도가 아닌 산업혁명의 시대입니다. 새로운 문명은 세상의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시대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에는 그리스인도, 로마인도, 유대인도, 이방인도 모두 같은 형제 자매였습니다. 귀족도, 평민도, 노예도 모두 같은 형제 자매였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새로운 학문을 배웠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웠습니다. 문을 굳게 잠갔던 조선의 문을 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은 다른 선택을 하였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함께 하였던 가톨릭교회를 박해하였습니다. 박해의 칼날이 무서웠고, 고통과 죽음의 터널이 길었지만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과 동료 순교자들은 103위 성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탄생을 역사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예수님 탄생 이전(Before Christ)과 예수님 탄생 이후(Anno Domini)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단순히 2000년 전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던 한 아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세상을 구원하시는 구세주께서 오셨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원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신 후에 사탄의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악의 유혹을 이겨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해 주십니다. 죄인으로 취급받았던 세리, 창녀, 이방인, 중풍병자, 나병환자, 소경은 예수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죄는 용서받았다.’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주십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셨던 예수님은 삼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따르면 우리들 역시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구세주의 탄생입니다. 구세주의 탄생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악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에로 나가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경건한 마음으로 2000년 전에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우리에게 다시 오실 구세주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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