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로보 ‘우리 함께’(We’ll be one by two today)
기후도 인심도 풍습도 변한다. 밥 딜런의 예언대로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 1960년대에 발표된 노래지만 여전히 번득인다. ‘한번 다녀온 사람들’의 심리스릴러 ‘돌싱글즈’(MBN) 예고편을 보다가 이 노래가 퍼뜩 떠올랐다. 첫 방송(2021. 7. 11)부터 과연 누가 출연할까, 몇 회까지 방송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결과는 놀랍다. 노파심을 잠재우고 지금 시즌4까지 순항(2023. 7. 23∼) 중이다.
도를 넘는 걱정엔 이유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기획연출자(유일용 PD) 그리고 사회자(개그맨 유세윤)는 내가 주례를 섰다. 나와 하객들 앞에서 영원을 약속한 두 커플이 지금도 화목하게 살고 있으니 흐뭇하다. 음악동네 방식으로 재구성해본다. 어느 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과 신부가 찾아온다. 청첩장을 내밀며 마주 본다. ‘오늘 밤 함께 오길 바란 게 옳았다고 느끼게 해주세요’(Please make us feel that we are right To want to come together tonight). 이 노래를 이용복이 번안해서 부른 게 ‘우리 함께’(‘We’ll be one by two today’)다. 둘은 다짐한다. ‘거짓된 인생은 살고 싶지 않고 사랑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아요’(We don’t want to live a lie And watch our love slowly die).
원곡을 부른 가수는 로보(Lobo)다. 1943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유난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돌싱글즈’를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든다면 그의 노래들이 제법 어울린다. 오프닝은 ‘그대가 날 원하면 좋겠어요’(‘I’d love you to want me’). 처음엔 의자에서 굴러떨어질 정도로 상대에게 매료됐지만(When I saw you standing there I about fell out my chair)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당신이 뭘 숨기려 하는지 알게 됐다는 노래(Now it took time for me to know What you tried so not to show)다.
사실 ‘떠날 때는 말 없이’ 헤어지는 게 가장 좋다. 다음으로 좋은 게 (이론적으로) 친구처럼 지내는 거다. 로보의 노래 중에도 (사랑하다가 갑자기) 친구처럼 지낸다는 건 기대하지 말라는 노래(‘Don’t expect me to be your friend’)가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한쪽은 여전히 미련이 남은 상태다. 최후의 고백은 이렇다. ‘새로 너를 (친구로) 좋아하기엔 내 사랑이 너무 커’(I love you too much to ever start liking you) 좋아하는 것(like)과 사랑하는 것(love)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예문이다. 꽃을 좋아하면 꽃을 꺾어서 자기 화병에 꽂는다. 시간이 흘러 싫증이 나면 그 꽃을 버린다. 꽃을 사랑하면 꽃이 시들지 않도록 햇빛과 수분을 공급한다. 시인(김춘수)의 말처럼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며 서로에게 꽃이 되는 게 진짜 사랑이다. 대개는 불꽃으로 연애가 시작되지만 타버려 폭죽은 쓰레기더미에 묻힌다. 그러니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꽃은 불꽃보다 풀꽃이 낫지 않을까.
예명인 로보(Lobo)는 스페인어로 늑대라는 뜻이다. 그의 히트곡 중엔 ‘나와 너 그리고 부라는 이름의 개’(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가 있다. 황혼 무렵 저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아군)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적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를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개인지 늑대인지 불꽃인지 풀꽃인지 가려내는 훈련은 ‘싱글즈’에게도 ‘돌싱글즈’에게도 두루 필요할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