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브로커 노릇 셋.
이게 작년 방송대 2학년에 상법에서 배운 브로커(중개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중개수수료를 받질 않았으니 브로커는 아닌 것 같고.
잘 아는 1년 후배가 전화를 하였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잘 계세요?’ ‘그래, 잘 있지’
국영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전라도 어디 본사에 사장으로 내려간 후배이다.
‘제 친구 하나가 형님 신세를 좀 져야 되겠어요.’
‘응, 뭔데?’
‘지방 모 대학병원에서 폐의 병변이 있어 조직검사도 어려운 곳이라 다시 한번 서울에서 진료받기를 원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이럴 때 어느 병원, 누구를 지정해 부탁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알아서 선처해주십시오. 할 수도 있다.
나야 중앙대 병원이라면 무슨 과, 어느 교수라도 수월하게 부탁한다.
모두 나의 후배교수이거나 제자들이기 때문에.
다행히 원하는 교수가 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의 누구라는데 대학후배이다.
일단 호흡기내과에서 진료를 보고 흉부외과에서 흉강경으로 조직 검사 후
입원하여 폐의 부분 절제로 폐암의 조기 수술로 항암요법까지 필요 없게 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친한 변호사친구, 서로가 신세를 지고 있으니 비긴 셈, 가 전화를 하였다.
우리 병원에도 오셔서 치료를 받았던 자기 모친이 시골에 살고 계시는데
몸이 불편하여 그 동네 대학부속병원에 가려고 일반외과에 예약을 하렸더니 마감.
‘어떻게 좀 안되겠나?’
신장학회 명부를 찾아보니 여기에도 경북의대 출신 우리 신장학회회원이 둘이나 있다.
경북의대 신장내과라면 지금 과장이나 전 과장도 잘 아는 사이이고,
또 신장학회 원로이며 아직 학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는 나를 모르면 안 되지요.
이들을 통하여 쉽게 외래를 볼 수가 있었다.
‘다음 주 모친을 우리병원에 모시고 가면 바로 입원시켜줄 수 있냐?’ 하고 또 전화.
부친이 몸이 불편하여 그 동네에서 입원 중인걸 내가 잘 아는 지라 두 분을 모시고 있는 동생에게 짐을 들어 주려고. 이 정도야 나한테는 쉬운 부탁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전화가 왔다.
보통의 경우 모르는 전화는 받질 않으나 이 날은 받고 보니까 얼마 전에도 저녁과 술, 노래방까지 같이 간 친구이다.
자기는 지금 태국에 골프를 치러 가 있는데 처가 건강진단에서 무언가 나왔다며 다음 주 수요일 오후에 삼성의료원에서 외래를 보기로 하였으나 빨리 보게 해 달라. 그러면 처가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하라. 전화를 받고는 ‘지금은 주말이라 연락이 잘되지 않으니 일단 월요일 오전에 전화를 하세요.’
이런 부탁이라면 중앙대병원에 말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 부탁하는 건 사실 성가신 일.
의료진을 찾아야 하고 어떻게 연락을 하여야 하나? 고민도 하여야 하고.
막상 전화를 하면 연결도 잘 되지 않고. 그럴 때는 주로 이 메일을 쓰지만.
월요일 대연각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처의 CD copy가 있으니 좀 봐 달라.
이쪽은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니까 나 역시 남의 수고를 빌려야 한다.
어차피 점심이야 나가서 먹어야 하니 12시 경 대연각 빌딩 로비에서 만난다.
평소의 여유 만만한 친구가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나중 듣고 보니 잘 친 공이 훼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졌는데 전화를 받고나서는 공이 제대로 맞질 않고 제멋대로이었다 한다. 바로 서울로 돌아오려니 비행기 좌석이 없어 대한항공 근무한 친구라 간신히 자리를 구해서 돌아 온 것. ‘점심은 명동에서 먹고 가자. ’생활의 달인‘에서 나오는 국수를 칼로 빚어 만드는 유명한 중국집에서 해물 볶음면을 먹으며 칭따오 맥주 한 병으로 나누어 마신다. 택시를 타고 중앙대병원에 도착하여 먼저 소화기 내과의 간담도 전문 후배교수에게 보였다. 원발성 간암은 아닌 것 같고 전이성 암이나 담도암일 가능성이 높으니 영상의학과에서 다시 한번 보라 하여 찾아가니까 이 분야 전문 선생이 회의 중이다. 아래층에서 커피를 마시고는 찾아 갔더니 똑같은 결론이다.
잠깐 한번 생각해봅시다. 한의사 현대 의료장비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야단인데 수 십 년의 임상경험이 있는 나도 이렇게 소화기 중 췌담도 전문에게 의뢰를 하고 또 이 분야의 영상의학과에서 확인을 하는데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을 하겠다는 지 이해가 안 간다. 앞으로 발생할 오진의 책임은 어떻게 하고, 불필요한 보험비의 지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종류의 암은 내 대학 선배 부인, 내 제자이자 후배 교수 등이 걸려서 항암요법도 잘 듣지 않아 투병 후 1년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그 고생을 내가 잘 안다. 단 한 사람 미국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내 대학 동기는 수술로 완치가 되었지만.
돌아와 사무실에 앉자마자 친구한테 전화가 온다. ‘너 삼성의료원 소화기내과의 누구 잘 알지.’ 알 뿐만 아니라 전에 내 밑에서 근무를 한 후배교수이다. ‘잘 알아.’ 바로 소개해달라 고 떼를 쓴다. 전화를 하니까 내일 오전에 진료일정을 잡아 주어 다음 날 진료 후 MRI, PetScan까지 그날로 끝내고 혹 전이성이 아닌가 하여 호발부위인 대장내시경을 수요일 실시. 진료를 일주일 후 예약을 하였다. 금요일 오전 삼성의료원 후배교수에게 연락을 하여 ‘일각이 여삼추이니 빨리 결과를 알아 달라.’하니 담도암이 확진되어 오전에 내과, 오후 암병동의 이 분야 후배외과교수 예약으로. 전광석화같이 다음 주 월요일 입원, 수요일 수술 예정. 수술은 잘되었다고 기별을 받았으나 아직 조직검사가 나와 보아야 하는 법이다.
일요일 오전 예고도 없이 병문안을 갔다. 환자는 전신상태가 좋아 보인다. 친구와 환자는 반색을 하며. 물론 수술자국이 배에 있고 튜브도 달려있지만. 외과에서는 간을 잘라내는 큰 수술인데 그 정도야. 상처를 소독하러 들어 온 인턴 여선생에게 무슨 과를 남았느냐 물으니 병리과에 남았다고. 10시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다시 택시로 돌아오니까 12시 반. 내가 일요일 오전 이 시간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은 작년 한잔 마시기로 약속한 날, 내가 모인 친구들에게 사정을 말하니 모두들 완쾌를 기유한다. 수요일 후배교수에게 전화가 온다. 병리조직검사가 나왔는데 T1 M0 N0, 이는 병기로 1기, 주위 임파선이 깨끗하고, 원격전이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무증상에 조기발견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로지 담도암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요법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당장 전화를 해주었다.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다음날 퇴원하여 지금은 외래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은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모양.’ 진단받고 3주일 만에 모든 일이 끝났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첫댓글 참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나도 부탁을 받는 경우가 흔한데 얼토당토 한 것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부탁을 들어주려고 한다. 결과가 좋으니 저녁 먹을 일이 또 생긴 듯하다. 자리에 나도 좀 불러주면 안 될까?
여기 저기 부탁해 주었던 환자가 결과가 나쁘면 어쩌지요 ?
최선을 다하였다면 고마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