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신 회장이 서툰 한국어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날 선 질문을 받아낼 수 있을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의 ‘호위부대’ 롯데정책본부 임직원들은 비상근무중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제공
신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출석한다. 정무위 국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신 회장은 공정위 관련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신 회장은 오전 기관국감이 끝나고 오후 2시쯤 국감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장에서는 같이 증인으로 채택된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이 측근에서 신 회장을 보좌할 예정이다.
문제는 신 회장이 서툰 한국어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과 관련해 충분한 답변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정책본부 임직원 200여명은 지난주부터 휴일 없이 신 회장의 국감 답변 자료를 준비 중이다. 예행 연습도 수차례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신 회장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한 만큼 정무위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을 수차례 받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 현장이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라 정무위 의원들이 ‘국감 최대 이벤트’로 신 회장을 벼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롯데는 7월 말 경영권 분쟁 이후 악화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그룹 지주회사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등을 골자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15일에는 그룹 내·외부 인사 20여명으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국감에서도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문제, 해외 계열사의 지분구조 자료를 왜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국적 문제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의 가족 간 분쟁 전말도 예상 질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신 회장으로선 최대한 겸손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답변을 이어가야 할 텐데 서툰 한국어로 얼마나 제대로 답변할 지가 관건”이라며 “롯데 정책본부로선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국감을 앞두고 신 회장이 공식 일정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감 대비를 위한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당초 국감일 오전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ABC(Asia Business Council)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아시아에서의 창조와 혁신’이란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롯데그룹의 관계자는 “원래 포럼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지만, 국감일이 나중에 잡히는 바람에 포럼 참석은 아직 보류 상태”라며 “국감 대비를 위해 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BC포럼은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상호협력을 위해 기업 CEO와 경제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다. 2002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포럼이 열린다. 신 회장은 이번 포럼 유치를 위해 올 초부터 ABC 본부와 협조해올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