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날, 여행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는 날이다.
처음으로 비가 예고된 날이기도 했고
평야 한 가운데의 땅이란 뜻을 가진 밀라노를 관광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늘에 가면 춥게 느껴지는 이곳 날씨탓에 가장 따뜻한 옷을 꺼내 입었다.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좌 입구다.
늘 느끼는 거지만 유럽에는 요란한 팻말이 없다.
그저 옆집처럼 편안한 이 오페라 극장이
베르디의 나부코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초연한 곳이란다.
여러 이유로 밀라노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오페라의 전당인 라 스칼라의 외양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속은 금색과 빨간 카페트로 극도의 화려함을 자랑한다하니 영화에서 나오는 그 장면 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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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박람회가 열린다하여 여기저기 만국기가 걸려져 있었다 .
이곳 밀라노는 1차대전에 대한 배상금을 전국에 나누지 않고
한 지방에 몰아 지원하여 개발해서 이탈리아 문화 공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한다.
따라서 경제, 문화, 정치적 중심지로 북부지방의 부유함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도시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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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다.
유리로 된 지붕이 있는 엄청나게 큰 이 아케이드는
건축가 주세페멩고니의 설계로 1865~1877에 걸쳐 완공되었다.
중앙의 십자로에 4대륙을 상징하는 프레스코화가 있고 아케이드 안에는 명품샵이 즐비하다.
어느 틈에 일행 중 한 명이 베르사체 가방과 500만원을 주고 샀다는 스와로브스키 독수리를 사왔다.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나도 사야 하나?'
싶은 얼굴이 되었다.
난 바로 그 옆의 세계 최고의 고딕양식인 밀라노의 두오모를 향해 돌아섰다.
비싼 옷도 비싼 가방도 살 때만 즐거웠음을 이미 깨달았기에
전혀 부럽지 않았다.
도리어 스페인에서 야드로 인형을 사고나서 얼마나 짐스러웠는지만 생각났다.
우선 물건에 대한 애착이 이젠 없어질 나이도 되었고
인생에 대한 통찰도 생기고 나니
삶 안에 최소한의 의식주 이외에는 내 안에 또 하나의 번뇌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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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년부터 자그마치 500년 동안이나 지어졌다는 밀라노의 두오모성당은 지금 현재도 공사중이었다.
135개의 첨탑과 2245점의 조각상이 설치된 이 흰대리석 성당은 우리를 완전히 매료시키고 말았다.
옥상에 아름다운 첨탑과 조각상이 있어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여러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기꺼이 전망 엘리베이터를 탔다.
경비병들이 가방 검사를 공항처럼 요란하게 하고 나서야 탈 수 있는 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기대감에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보다 품격있어 보여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미사중인지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들렸으나 주일임에도 참석은 여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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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것만도 아름다웠는데 가까이 곁에 가니 그 비율과 크기가 위압적이었다.
섬세하고 아름답기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저 이런 스케일의 예술을 하는 이들이 사는 이탈리아의 놀라운 매력을 8일만에 어찌 다 느낄 수 있을까!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이미 작아진 내 영혼의 가난이라니....
다만 다시 올 때는 꼭 자유여행으로 오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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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첨탑의 꼭대기에는 황금 성모상이 있어 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인파로 가득한 성당 꼭대기는 서로 밀려다니는 형국이지만 아무도 지겨워하는 표정은 없다.
그 놀라운 아름다움 앞에 저절로 경외심이 들어서일 것이다.
성당 안에는 멋진 세공이 보석들이 있어 두오모 미술관이 따로 있다하지만 우리야 거기까진....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아쉬움만 가득했다.
유럽의 어느 도시나 성당만큼 아름다운 건물은 없다.
그 도시의 부를 드러내되 신의 영역만큼 인간의 영역을 화려하게 꾸밀 수 없는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성당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게 이탈리아의 과거 불문율이었으니까.
두오모의 아름다움에 감격한 채로 우리는 호수의 도시 꼬모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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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꼬모.
밀라노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지방으로 유람선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도착 하자마자 클래식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놀랍게도 신부님께 안수를 받고 기도를 받은 탓인지
비는 언제나 우리가 실내에 있을 때만 줄기차게 내렸다.
비가 오니 식당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게 참 행복했다.
식사 후 호숫가 마을을 걸어서 꼬모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탔다.
브루나테 산꼭대기로 올라가니 참한 마을이 있었다.
거기엔 14세기 말에 지어진 두오모가 있는데
안트베르펜에서 성서내용을 주제로 제작한 대형 테피스트리도 있었다.
신자는 시간이 넘쳐도 성체조배가 있어 고요히 주님과 기도하면 되니
유럽여행이 지루할 틈은 없다.
아름다운 호수 곁에 멋진 리조트들이 많고 삼나무의 푸른 빛이 수면에 담겨 아름답다는데
그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고즈넉한 저녁 풍경같아져 버리고 말았다.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유람선에 승선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도 포기해야만 했다.
호숫가 예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피곤함을 달랬다.
귀국할 땐 역시 이탈리아 휴게소에서 봉지커피라고 불리우는 커피를 한 상자 선물로 챙겨
아들 학교 식구들이랑 친구들과 나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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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시간엔 호숫가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우리만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아름다운 리조트들도 안개 속에 숨어버렸다.
우리는 여기저기 서성대며 돌아다녔다.
그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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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모호수를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여행이 끝났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으로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
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500년 천년 그리고 기원전의 이탈리아의 흥망성쇠를 8일동안 만나고 나니
내 삶 58년이 이미 지나고 있고
남은 세월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이 유적들만큼 있을까 싶어 인생에 대해 겸허한 마음이 된다.
늘 그랬듯이 세상일 집착하지 말고
내 곁에 머무는 가족들에게 나마 의미있는 인생을 만들다가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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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남편 꼬모호수 곁의 이정표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요번 여행을 통해
언젠가 영국이나 스코틀랜드만은 시간을 많이 갖고
배낭여행으로 해 보고 싶은 열망이 참 커졌다.
그나마 치안도 안정적이고 언어도 영어권이니 시도할 수 있지 않나 싶어진 것이다.
가능할까?
남편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다음에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떠날 차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여행도 해본 사람이 한다던데?....^^
우리가 여행 한번 떠나면 남편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당직의 수당에 여행비를 더하니
비용은 가까운 곳도 천 만 단위가 된다.
허나 돈에 대한 애착과 내게 부여된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 절감하면 망설이지 않게 된다.
이젠 언제나 진료실에 껌딱지처럼 붙어 병원 걱정에 짐 꾸리기를 망설이던 남편이
여행이라면 먼저 서두르는 걸 봐도 그게 사실인 모양이다.
첫댓글 스페인에 가서 가우디 성당을 못 보고와 다음에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오모 성당의 모습도 장관을 이루네요.
꼭 가보고 싶은데 언제쯤 갈 수 있을지 ~~~~아쉬움이 드는 요즘입니다. 언니, 형부 부러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