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가뭄(생과 사)
더위도 더위려니와 가뭄이 계속된다. 인간은 기계문명의 도움을 받아 주변 온도를 낯추고, 보다 시원한 곳으로 옮겨가지만, 식물이란 그렇지가 못하다.
나는 동물보다 식물을 더 가까이 하는 것 같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자면, 동물과의 접촉에선 은연 중에 피해를 입을 수가 있으나 식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는 인간은 별개로 하더라도, 신이 만들어 내신 창조물 중에서 억울하게도 식물이 먹이사슬의 최하층단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연민 때문일 것이다.
나야 백수다 보니 방구석에 드러누워 딩굴며 찜질방에 왔다고 생각하면 선풍기 돌지 않아도 견딜만 하지만,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고 내가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지는 않는 편이다. 가방을 메고 야외를 트래킹하고, 가까운 운동 코스를 돌아 땀을 뺀다.
지금의 불볕 더위와 지속되는 가뭄이라면, 아마도 밭작물들이 벌겋게 타들어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가까운 산기슭을 올랐다. 밭에 심은 작물들은 시들어 가고 있고, 올봄에 시에서 심은 듯한 작은 조경수들은 모두가 말라 죽었다.
엇그제 친구들과 시내 가까운 계곡을 갔었더니 일주일 전쯤 작은 폭포물이 흘러내리더니 물이 말라 웅덩이에만 물이 남았다. 물이 적다보니 어린 아이들의 물장난에 바닥에서 흙탕물이 일어났다.
헤엄쳐 다니던 많은 물고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큰바위 아래 웅덩이엔 많은 귀뚜라미가 죽어서 물에 뜬다. 귀뚜라미 습성은 돌밑이나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산비탈이 메말랐으면 왜 웅덩이에 뛰어들어 죽었을까?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희말라야 등 고산의 눈이 녹아 내리는데, 왜 비는 적게 내리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비가 적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국지적으로 호우가 쏟아지는 것이리라.
물이란 생명의 근원이다. 쇠붙이나 플라스틱 등 생명이 없는 무생물을 제외하면 지구상의 동식물은 수분이 없으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지구표면의 3분의 2는 바다, 호수, 하천 등 물로 덮여있어 지구를 일컬어 '물의 별'이라 부른다. 그러나 담수는 전체의 2.5%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중 3분의 2는 북극, 남극권의 빙산과 산악지대 빙하의 물이고, 나머지 3분의 1이 지하수다. 인간이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지표에 존재하는 담수는 0.00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래전 농경을 중시하던 시대에는 나랏님도 가뭄과 호우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농업 인구가 줄어들고, 상공업이 발달하니 그깟 농사가 얼마나 돈이 된다고? 하는 식이 된 것 같다. 바야흐로 돈 세상이다. 세금 걷어 대체(복구)하면 되지뭐...
가뭄은 기후변화 심하지 않던 수백년 전에도 있었나보다. 조선시대 가뭄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한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였다.
> 경신대기근(1670~1671) : 현종 때 발생한 조선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재해로, 수년간 이어진 가뭄과 이상 저온·우박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림과 전염병에 희생되었다.
> 기사년 가뭄(1809) : 순조 때 천리가 타들어 가는 대가뭄이 들어 이후 홍경래의 난(1811년)이 일어나는 사회적 기폭제가 되었다.
> 병자년 가뭄(1876) : 고종 때 발생한 유례없는 대흉년으로 농민들의 큰 원성을 샀다.
> 조선의 가뭄 대책과 극복 노력 기우제 감선
- 기우제(祈雨祭) : 왕과 고을 수령이 직접 금식하거나 초사(제사)를 올리며 하늘에 비를 간절히 빌었다. 과 구언
- 감선(減膳)과 구언(求言): 왕은 반찬의 수를 줄이고(감선), 신하와 백성들에게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는 직언(구언)을 구하며 반성했다.
-,죄수석방 : 가벼운 죄를 지은 죄수를 풀어주어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자 했다.
- 구휼정책 : 진휼청을 설치하고 창고를 열어 굶주린 백성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려 노력했으나, 가뭄이 길어지면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
반도체 공장 짖자는데 물 모자란다고 하니 벌써부터 물아껴 쓰자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게 엉뚱하게 들려서가 아니라, 옛날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시골 살이엔 물이 귀했다. 수시로 물동이 이고 동네 우물터로 오가셨다. 소, 돼지 먹을물은 도랑가에서 퍼다 날랐다. 겨울엔 따뜻한 물이 없어 가마솥 소여물 위에다 대야 얹어 데워진 물을 식구들이 나누어 세수를 하였다.
물이 귀해서라기 보다는 활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의 습관이 남아 샤워를 할때에도 물사용을 최소화 하려고 애를 쓴다. 수도요금 그게 얼마라서가 아니라, 가뭄엔 논빼미 물 서로 끌어 쓰려고 삽들고 삿대질 하며 싸우시던 동네 어른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기에 그런 것 같다.
체내 수분이 20% 이상 부족해지면 주요 장기가 멈추고, 쇼크와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보통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일에서 5일 정도란다. 흔하다고 물을 물쓰듯 하지말고, 누군가를 위해 아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