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언덕위에 자리 잡은 복지관은 노인 복지관과
청소년 복지관이 공존하는데 평일날 청소년들이야 모두
등교하였을테니 노인 복지관에서 울리는 풍악일 것이라
하루는 사물놀이패들의 장단이 어우러지고 하루는 난타
연습을 하는지 왁자지껄 궁짝궁짝하는 소리가 요란하고
하루는 오카리나를 부는데 섬집아기 한 곡을 스무 번도
더 불어야 웅성웅성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지 고요한 가운데
시끌벅덕한 소리들이 달짝지근하게 들리는데
우리 아파트 배란다 앞 길에는 공공근로하시는 노인들이
빗자루 들고 호미들고 더러 젊은 축에 든 노인들은 삽이나
괭이를 들쳐 메고 느릿느릿 소달구지 장에 가듯 뒤따르는
한 무리의 어르신들 노란조끼에 하늘색 모자를 둘러썼으니
멀리서 보아도 노인들 일자리 창출이라는 복지정책의 한 가지
일 것이요 고용정책의 한 가지 일일 것이니 일거양득이고도
일석이조의 공익사업임에는 틀림이 없으련만
어쩌자고 한 쪽에서는 노래를 배우고 악기를 배우고 풍악을
즐기는(?) 한 무리의 배짱이 놀음이고 한 무리는 이렇듯
용돈이 아닌 생활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노동으로 점철해야
하는 불가분의 등식이 평등으로 형성되지 않은가에 대해서
오뉴월 따가운 햇볕을 피한 그늘 밑에 앉아서 할 일없이
놈팽이 푸념으로 시답잖은 헛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니
나도 참 한심한 노인네가 되어가는 가 보다
어릴적에 노래라면 그저 뒷걸음질치고 소풍 갔다가 남들은
다들 보물찾기에 소질이 있어서 두 개씩 찾아내는데 나는
어쩌자고 하나도 찾지 못하니 둘 찾은 사촌 형이 하나를
주면 그걸 들고 노래 한 자락이라도 해야 연필 한 자루라도
타는데 노래를 못한다고 연필을 줄까말까 하는 손짓에
받을까말까 엉거주춤 얼굴붉히다가 돌아가는 발 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던지 기억이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음악이나 미술 시간이면 항상 퉁사리나 얻어 먹고 준비물
안 해 왔다는 매질에 벌 받기로 예능에는 굼뜬 시절(?)이라
담임선생도 차지하지 못하고 삼 년을 다니다가 오학년이
되어서야 옳곧은(?) 담임을 만나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음악은 이웃 젊은 선생님이 대신 해 주셨고 미술은 대충대충
그러다가 중학교에서 국어수학영어과학 선생은 없어도
음악미술체육 선생은 항상 있었으니 국어시간도 수학시간도
영어시간도 음악선생이 들어와서 출석부르고 자습하라하고
과학시간에도 미술선생이 들어와서 출석부르고 자습하라고
하였으나 음악시간만큼은 철두철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음악시간은 늘 고통이요 고락의 연속이었을 뿐이었다
어렵사리 얻어놓은 평균점수는 음악 미술 체육점수가 다
까 먹었으니 고만고만한 성적이라도 유지했던 것이 천만다행
내가 다닌 실업계 고등학교에는 음악미술이 정식과목에서
빠지고 대신 특기생들 아님 취미로 해 보고 싶은 학생들만
따로 시간을 할애하였으니 천행이라니 이런 다행도 없었으니
평균점수 까 먹던 음악미술체육을 등한시 하여도 무방하였고
부친말씀처럼 돈 안 되는 환쟁이 풍류나 배우려면 때려치우라는
우악스런 말씀에도 잘 동조하는 아이가 되는데 충분하였으니
얼마나 효도(?)하였고 덩달아 성적도 좋았으니 취직에도 일조하였었지
세상은 변하고 먹고 살만한 시대의 산물이라니 요란하게 퍼져가던
게임방과 노래방 문화와 뽕짝과 트롯의 유행을 무시할 수도 없고
우리 민족의 오래된 춤과 노래의 유전자가 내 몸에도 흐를까 싶을
정도로 어색하고 문외한으로 아직도 거기에 끼려면 뒷걸음질에
기회를 엿보다가 홀라당 집으로 도망(?)치듯 가버리다보니
술자리도 노래방도 배우지 못한 골프도 삶의 한 자락이건만
어쩌자고 사람들이 다 하고 즐기는 그 속에 끼지 못하는 속물근성
그대로 고집하고 옹색한 변명인지...
첫댓글 전라도 개땅쇠라는 마당굿 판에서 나도 한바탕 어우러지고 싶은 젊은 날이 있어서 단소야 장구니 꽹가리 등 각종을 이리 저리 요란스레 너덜거렸답니다만,
우리 삶을 돌이켜 보면 춤과 노래가 끼었던 게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복직해서 4년을 음악과 미술을 전담 했었는데, 싫어하고 잘 표현이 느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해 줬던 기억이 드는군요.
참 아이러니한 삶.
교통정리, 쓰레기 집게, 호미, 삽과 괭이에 복지관의 광경이 배반스러워 맘이 상하네요.
요즘 노래 잘하는 사람들 영 단위가 어찌나 늘어 가는지 세상 참 불공평!
자연도 그렇다고들 합니다.
허나
내 나름이지요. 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