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인간상사 헌병 조상사의 출근 시간
이은봉
어느새 군대 생활 이십 년
하지만 아침 출근 시간은 언제나 바쁘다
서둘러 구두끈을 매고 있으면
멸공, 방위병 놈이 달려와
정구채며 신발이 든 가방
잽싸게 받아든다 이놈의
멸공 구호와 거수경례는 제발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그는, 인간 조상사니까
사령부 건너편 헌병대대까지
통근버스로 가면 꼭 삼십 분
하지만 그는 방위병 놈의
자가용 승용차에 몸을 싣는다
기특하게도 이 돈 많은 방위병 놈은
상관 모실 줄을 잘 안다 기특하게도
좌석 뒷자리에 앉아
그는 사복 군인답게 어깨에 힘을 준다
앞좌석에 앉은 차주인 놈의
낮고 뜨막한 콧노래소리
창밖에 정중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간다
월남에서 먹어온 미제 오토바이
월남에서는 참 좋았었지
그도 그때는 한몫 잘 했으니까
보급반 선임하사 황상사는
그렇게 대흥동 그 큰 집을 샀다던가
차에서 내려 정문을 들어서면
멸공! 이놈의 쉰 목소리는 제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래도 그는 아직 늠름한 군인
경계를 받고 경례를 하고
젊은 병사들의 어리광은 항상 즐겁다
군복으로 갈아입고 대대본부 현관 앞에 서면
우루루 방위병 놈들이 달려와
으레 일렬횡대 집합을 한다
잠시 고개 숙여 생각하던 그는
각목을 손에 쥔 채 문득
휙 한 바퀴 돌아본다 차주인 놈이
거기 없는 걸 알고 안심을 하며
중얼거린다 이놈의 똥방위 놈들은
적당히 족쳐야 돼, 암 팽이처럼
탁! 손바닥에 마른침을 내뱉는다
자,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이다
인간상사 헌병 조상사는 길게 하품을 한다.
―이은봉, 『좋은 세상』, 실천문학사,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