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으로 오래 사는 법
장과 변비 이야기
숙변이 쌓이면 장이 늘어나서 아래로 처진다
이완성 변비는 ‘숙변’으로 인해 장이 마비되어 연동운동이 둔해진 상태를 가리킨다. 현대의학에는 숙변이 존재하지 않지만 니시식 건강법에서는 숙변이 있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숙변이란 고속도로 정체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자동차처럼 위장의 처리 능력을 초과해서 먹어서 장내에 정체된 내용물을 말한다. 과식의 결과물이지 장벽에 흡착되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숙변이 조금씩 쌓이면 장이 늘어나 아래로 처지고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장 기능이 둔화된다. 이것이 바로 이완성 변비다.
겨울이면 천이나 담요를 두르거나 휴대용 난로를 이용하여 배를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장운동을 둔화시킨다. 배는 되도록 차게 하는 것이 좋다. 잠옷도 배만 오려서 입고, 약간 극단의 방법이긴 하지만 덮는 이불도 배 부분만 오려내고 덮고 배꼽을 내놓고 자는 것이 좋다. 요점은 춥게 자는 것이다. 배를 차게 하면 설사를 한다고 하겠지만 차라리 설사를 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정말로 설사를 했다면 변이 완전히 배설될 때까지 계속해서 물을 마신다. 그러고 나면 이제는 배꼽을 내놓고 자도 더 이상 설사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반 년 정도 걸린다. 변비라고 해서 배를 따뜻하게 하면 분명 일시적으로 변비가 낫는다. 그러나 몸이 그것에 길들여지면 장운동이 서서히 둔해지다가 마비가 와서 아예 정지하고 만다. 변비일 때는 차라리 찬물과 더운물에 적신 수건을 교대로 1분씩 배에 올려놓으면 장운동이 활발해진다.
? 니시식 건강법이란?
고(故) 니시 카츠조(西勝造, 1884~1959) 선생이 고안한 건강법. 니시 카츠조 선생은 탄광근무를 거쳐 콜롬비아 대학에서 수학한 뒤 당시의 도쿄시 전기국에서 우에노-아사쿠사 간 지하철 부설공사를 담당했던 기사였다. 설사와 감기를 교대로 달고 살다가 17세 때는 결핵에 걸려 ‘스무 살도 못 넘길 것’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동서고금의 의학, 건강법을 연구했다. 의학, 종교, 철학, 영양학, 공학에 이르기까지 7만 3천 권의 문헌을 독파하고, 현대의학을 비롯하여 한방, 침구, 요가,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지압, 호흡법, 냉수욕, 건포마찰을 비롯해 모두 362종의 건강법을 직접 시험한 끝에 엄선한 것을 1927년에 니시식 건강법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니시식 건강법은 영양?식사, 운동?호흡, 입욕, 미용, 수면의 문제들을 다루며, 집에서 기구 없이도 단시간에 할 수 있는 폭넓은 분야의 방법들을 제안한다. 니시식 건강법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절대조건은 날마다 거르지 않고 ‘6대 법칙 - 평상, 경침(硬枕:반원형의 나무베개), 금붕어운동, 모관운동, 합장합척(合掌合蹠)운동, 배복운동(背復運動) - 과 함께 나체요법과 냉온욕을 열심히 실천하고 감잎차를 마시는 것이다.
장이 깨끗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장을 깨끗이 하는 것이 곧 알레르기의 치료법
혈액 검사에서 lgE 항체의 수치를 조사하면 알레르기 증상의 정도를 알 수 있다. 가령 꽃가루 알레르기인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특유의 꽃가루에 대한 lgE 항체의 수치가 높다. 그런데 꽃가루와 체내에 있는 lgE 항체가 결합하면 체내의 비만 세포에서 히스타민과 로이코트리엔(leukotriene)이라는 물질이 방출되므로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된다. 그래서 꽃가루 알레르기용 항알레르기 약은 꽃가루와 lgE 항체의 결합을 방지하여 증상을 억제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비장의 수단은 절식요법(단식)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이라고 하면 꽃가루나 꽃가루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찾기에만 급급하다. 그런데 꽃가루 알레르기와 장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은 인체 최대의 면역 기관이다.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면역력이 크게 좋아지므로 장을 깨끗이 하는 것이 최고의 알레르기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왜냐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리면 콧물이 줄줄 흐른다. 그때 코를 풀거나 가래를 뱉지 않고 들이마시면 콧물 속의 꽃가루가 장까지 가서 대장을 거쳐 몸속으로 침입하는데 이런 일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 또한 장내에는 세균이 100조 마리나 있으며 그중 하나인 칸디다균은 장점막을 침식한다. 그러면 장점막에 생긴 상처(erosion, 짓무름)를 통해 꽃가루가 체내에 침입한다. 그래서 장이 꽃가루 알레르기의 최대 진원지라고 하는 것이다.
장 속의 칸디다균이 감소하면 설령 꽃가루가 장에 침입해도 알레르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절식요법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좋다고 한 이유는 장내의 칸디다균이 숙변과 함께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식과 소식으로 장을 깨끗이 하면 장 상처도 치유되어 꽃가루가 절대 체내에 유입되지 않는다. 그러니 설령 꽃가루 밭에 있다 해도 겁먹을 필요가 없으며 굳이 항알레르기 약을 먹지 않아도 꽃가루 알레르기는 낫는다.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이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모든 쥐의 뱃속에 꽃가루를 주입하고 동시에 일부 쥐에게는 배기가스 입자도 함께 주입한다. 그러면 배기가스 입자를 함께 주입한 쥐가 훨씬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하다.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가 꽃가루 알레르기의 작용을 더 부추기는 것이다.
장 속의 숙변으로 독소가 쌓여 몸이 냉해진다
냉증은 숙변과 관계가 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냉증 대책은 공간을 따뜻하게 하거나 양말 세 켤레를 포개 신거나 전기담요를 쓰는 것이다. 이 방법은 확실히 따뜻해지긴 하지만 냉증은 낫지 않는다. 왜냐하면 따뜻하면 따뜻할수록 냉증에 대한 저항력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냉증의 첫 번째 원인은 빈혈이다. 빈혈인 사람은 혈류량이 감소해서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두 번째 원인은 정체된 숙변에 의한 혈관운동신경의 장애다. 숙변이 쌓이면 뇌혈관이 팽창하여 뇌를 압박하므로 신경중추의 작용이 떨어진다. 추우면 수축하고 따뜻하면 팽창하는 혈관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냉증의 세 번째 원인은 그로뮤(Glomus, 부혈행로)의 쇠퇴다. 얼음물 속에 손을 담그면 차가워서 표면의 혈관은 수축한다. 그러면 혈액은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맥은 정지하지 않는다. 혈액은 모세혈관이 수축하면 열린 우회로(By-pass)를 따라 흐른다. 얼음물을 넣은 양동이 안에 손을 넣으면 손의 온도는 내려가지만 잠시 후면 손의 온도가 다시 올라간다. 우회로가 열려 혈액이 흘렀기 때문이다.
교토대학의 생리학교실에서는 교토의 카모가와에서 우선염(友禪染, yuzen-zome)을 표백해서 헹구는 기술자 두 명의 발의 온도를 측정했다. 기술자 A는 강 속에 들어가기 전의 발의 온도가 14.5도였으며 강에 들어간 지 17분이 경과하자 6도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27분 후에는 16도로 올라가서 오히려 처음보다도 높았다. 기술자 B의 발은 강에 들어가기 전이 15도, 15분이 경과하자 7도까지 내려갔으나 20분 후에는 28도로 올라갔다. 찬물에 자주 들어가면 혈관이 자주 수축해서 그로뮤가 발달하므로 찬 물 속에서도 발은 따끈따끈하다. 즉 냉증은 단 것을 즐기고 과음과 과식을 한 탓에 그로뮤가 제 기능을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로뮤를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은 니시식 냉온욕을 하는 것이다. 냉온욕을 하면 찬물에서는 무조건 그로뮤가 열리고 뜨거운 물에서는 그로뮤가 수축한다. 따라서 니시식 냉온욕을 오래 반복한 사람은 겨울에도 발이 얼지 않는다.
?그로뮤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삼가야 할 물질
단것이나 알코올은 비타민C와 칼슘을 소비하여 그로뮤를 기능부전에 빠뜨린다고 한다. 과식은 숙변을 정체시켜 뇌의 혈관운동신경을 압박하고 수족의 혈류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그로뮤를 만드는 데는 냉온욕이나 모관운동이 효과적이며 생채식으로 비타민C와 칼슘, 콜라겐을 보충하면 좋다. 또한 단식도 그로뮤의 기능부전 회복에 효과가 있다.
냉증의 네 번째 원인은 구아니딘이다. 혈중 구아니딘 농도가 높으면 극심하게 추위를 타게 된다. 가령 냉온욕을 할 때 냉탕에 들어가기를 겁내는 사람은 분명 혈중 구아니딘 농도가 높다. 구아니딘을 줄이려면 아침식사를 거르고 1일 2식을 하라. 그러면 덩달아 숙변도 감소한다. 그리고 물을 자주 마시자. 물을 마시면 구아니딘이 암모니아와 요오드로 분해된다.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의 안색은 대체로 거무죽죽하며 구아니딘 농도의 증가로 극심하게 추위를 탈 뿐만 아니라 배변도 힘들고, 숙변이 쌓여 냉증을 자초한다.
당뇨병 때문에 건강에 좋은 현미와 채소를 먹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혈당은 분명 내려갔지만 10년간 그런 식생활을 했더니 암에 걸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현미밥과 삶은 채소만 먹었기 때문이다. 채소는 익히면 익힐수록 알칼리성이 된다. 불균형한 식사를 해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 익힌 채소는 알칼리성 식품이지만 생채소는 중성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중성이다. 따라서 매우 힘든 일이긴 하지만 현미도 밥이 아닌 생현미가루를, 채소도 되도록 생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숙변과 독소를 만드는 과식
양질의 식품을 섭취하면 하루 10가지로도 충분하다
소식이란 하루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칼로리 섭취만 줄여서는 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적은 양으로 인체에 필요한 양을 확실히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식할수록 식품의 질이 중요하다. 백미보다는 현미나 발아현미, 흰 빵보다는 검은 빵, 백설탕보다는 흑설탕을 먹지 않으면 영양 결핍이 온다.
흑설탕은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다. 에히메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건강한 사람에게 백설탕 75g을 먹이고 30분 후에 혈당을 측정하자 인슐린이 7배나 증가했다. 그런데 흑설탕이 검은 색소 10g을 섞어 먹였더니 흡수가 더뎌서 인슐린의 양이 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므로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커다란 생선보다는 멸치나 뱅어처럼 머리에서 꼬리, 뼈에서 내장까지 한꺼번에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작은 생선이 좋다. 작은 생선의 내장이나 뼈, 껍질이나 머리의 영양가를 완전히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껏 밝혀지지 않은 귀중한 영양소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해조류, 참깨나 콩, 생채소를 먹고 나머지는 현미와 흑빵과 작은 생선으로 충분하다. 그밖에는 거의 필요하지 않다. 단백질은 생선과 콩으로 섭취하면 되므로 육류는 되도록 피한다. 여기에 우유를 추가해도 좋지만 동양인 중에는 우유를 소화하는 효소가 분비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 체질에는 별로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달걀도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은 못 된다. 달걀, 우유는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에게는 아주 좋지 않다. 누가 뭐래도 깨소금을 뿌린 현미에 나물과 김, 된장국 같은 2~3가지 반찬을 곁들인 밥상이 맛이나 영양 면에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