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서 예고하신 것처럼 예루살렘 성은 비참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남왕국 유다는 처절하게 멸망합니다. 예레미야서의 마지막 부분인 오늘 본문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그토록 반복하여 예언하였던 것처럼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게 된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수도인 예루살렘이 무너지고, 이스라엘(유다) 백성의 중심이며, 존재의 근거라고도 볼 수 있는 예루살렘 성전(聖殿)이 바벨론에 의해 철저히 유린(蹂躪)되고 맙니다.
12절에 나오는 느부갓네살 왕의 열아홉째 해는 BC 586년입니다.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남왕국 유다가 멸망하게 되는 해입니다. 바벨론 왕인 느부갓네살 왕의 어전(御殿) 사령관(시위대장)인 느부사라단(Nebuzaradan)이 예루살렘을 처절하게 파괴하고 유린합니다. 느부사라단은 예루살렘에 난입(亂入)하여 왕궁을 불사르고, 예루살렘의 집들과 고관들의 집까지 불살랐고, 예루살렘 성벽을 헐었으며 백성을 사로잡아 갔습니다(13절~15절). 그리고 가난한 백성 일부를 남겨두어 포도원을 관리하고 농부가 되게 하였습니다(16절). 15절에서 가난한 자를 사로잡아 갔다고 했는데, 16절에서는 가난한 백성을 남겨두었다고 하였는데, 아마 가난한 자들 중 일부를 남겨두고 일부는 잡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예루살렘 성은 초토화(焦土化)되고, 예루살렘의 백성 중 가난한 사람들 일부는 남겨졌지만, 많은 백성이 바벨론으로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왕궁과 집들, 성벽들이 불태워지고 훼파(毁破)되었을 뿐 아니라, 예루살렘의 성전(聖殿)도 바벨론에 의해 처절하게 파괴됩니다(17절~23절). 성전 안에서 하나님께 제사할 때 사용하는 많은 거룩한 기물들과 놋, 금, 은으로 된 성물(聖物)들이 모두 바벨론의 사령관에 의해 빼앗기에 됩니다. 일부는 깨뜨려서 가져갔고, 성전의 두 기둥에 놋으로 장식된 것들도 모두 바벨론으로 가져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전쟁을 하여 승리하게 되면 상대편 국가나 민족의 신당(神堂)을 파괴하고, 그 신당의 물건들을 빼앗아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자기들의 신(神)이 상대 국가나 민족의 신(神)을 이겼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유다) 백성이 섬기는 하나님은 바벨론이 섬기는 벨(Bel) 혹은 마르둑(Marduk)이라는 우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능하신 창조주이십니다. 그러니 하나님께 제사하고 예배하는 성전이 바벨론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유다 백성은 하나님을 섬기는 성전에서 다른 우상을 섬기는 엄청난 죄악까지 저질렀기에 하나님은 죄로 더러워진 예루살렘 성전이 바벨론에 의해 훼파되도록 내버려 두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성전 안에만 갇혀있으신 분이 아니라, 온 우주 만물을 다스리시며 어디에나 편만(遍滿)하게 임재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이스라엘(유다) 백성이 하나님만을 온전히 섬기지 않고 악행에 빠지자 성전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신 것입니다.
24절부터 30절에서는 바벨론에 사로잡혀 간 자들이 누구이며,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제사장 스라야(Seraiah) 부제사장 스바냐(Shebaniah)를 비롯하여 성전 문지기 세 사람이 사로잡혀 갔고, 군 지휘관과 왕의 내시들과 서기관을 사로잡아 갔으며, 평민 육십 명도 사로잡아 갔습니다. 느부사라단은 이들을 립나(Libnah)에 머물고 있는 느부갓네살 왕 앞으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처형되어 죽게 됩니다. 립나는 리블라(Riblah)라고 불리기도 하는 성읍입니다. 28절부터 30절에서는 사로잡혀 간 사람들의 숫자가 몇 명인지 소개하고 있는데, 전체 숫자는 사천육백 명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30절).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 숫자가 좀 다르게 기록되기도 하는데, 숫자를 헤아리는 데 있어서의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집니다.
예레미야서의 마지막 부분은 유다 왕국의 19대 왕인 여호야긴(Jehoiachin)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여호야긴은 여호야김 왕의 아들인데, 18세에 왕이 되었지만 즉위한지 3개월만에 바벨론의 왕인 느부갓네살에 의해 바벨론으로 끌려갔고, 느부갓네살은 여호야긴의 삼촌이자, 요시야 왕의 아들인 시드기야를 왕으로 세웠습니다. 그렇게 일찍부터 바벨론으로 끌려간 여호야긴은 죄수복을 입고 갇혀있다가,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약 25년이 지난 때인 BC 561년경에 감옥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여호야긴이 바벨론에 끌려간 것은 BC 597년이었으니 약 37년만에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 것입니다. 여호야긴이 풀려난 때는 느부갓네살의 아들인 에윌므로닥(Evil-Merodach)이 바벨론의 왕이었을 때였는데, 에윌므로닥은 비교적 유화 정책을 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여호야긴을 감옥에서 풀어주고, 죄수의 옷을 갈아입히고, 왕의 식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유다 왕국의 주변 국가들의 왕들도 사로잡혀 온 자들이 많았는데, 그러한 다른 왕들보다 여호야긴을 더 높여주고, 여호야긴이 죽을 때까지 잘 돌봐주었다는 기록으로 예레미야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서의 마지막이 여호야긴이 바벨론 왕에게 비교적 후대(厚待)를 받았다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이스라엘(유다)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빛줄기를 남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은 유다 백성의 죄악에 대해 심판하셔서 그 징계를 받게 될 것을 예고하시고 그것을 이루셨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심판과 멸망에서 그치지 않고,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를 베푸셔서 다시 회복하실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주셨습니다. 아무리 상황적으로 이해되지 않더라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면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하나님께 돌이키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회복시키는 은혜로운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